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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은 그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누군가가 만든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용만 하면 된다. 반면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컴퓨터는 단지 흥미나 편의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방편이다. 이번 주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편의 영화를 선정해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데이빗 핀처의 신작. 장르는 딱히 규정짓기가 모호한데, 일견 스릴러로서의 묘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페이스북'이라는 SNS 서비스의 창업 비화를 다룬 드라마로 보는 편이 낫겠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가 말려든 두건의 소송과 그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뒷 이야기들을 속도감 넘치는 교차편집과 함께 데이빗 핀처 특유의 몰입도 높은 연출력으로 풀어나간 걸작이다. 실존하는 등장인물 모두를 실명으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며, 주연급 배우 대부분이 무명이지만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캐릭터들을 소화해 냈다. 특히 냅스터를 만든 숀 파커 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눈여겨 봐 둘 것.
※ 영화와 같이 보면 좋을 책: 영화의 원작이 된 벤 메즈리치의 '우연한 억만장자' (국내 출간명: 소셜 네트워크)
[스피드]의 히로인 산드라 블록이 단독 주연을 맡아 스타성을 검증받은 수작 스릴러. 미모의 한 프로그램 애널리스트가 우연히 컴퓨터 범죄집단과 정부 고위층의 불법 커넥션을 밝혀내면서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네트워크의 조작만으로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설정을 제법 설득력있게 묘사한 탓에 다소 전통적인 스릴러의 이야기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가 잘 살아있는 영화다. 시중에는 [네트 2.0]이라는 속편도 출시되어 있지만 시간과 돈, 그리고 정력 낭비이니 절대 보지말 것.
※ 영화와 같이 보면 좋을 책: 윌리엄 아이리시(본명:코넬 울리치)의 스릴러 소설들.
스탠포드를 졸업한 한 수재가 대형 IT업체에 스카웃 되면서 대기업의 부도덕한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는 내용의 스릴러물. 개봉 당시 마이크로 소프트의 CEO 빌 게이츠를 풍자해 악당처럼 묘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 작품이다. 거대 기업의 독점욕과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편법들이 오늘날의 마이크로 소프트를 닮아있다는 면에서 꽤 민감한 소재이지만 문제는 이같이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영화의 긴장감을 살리는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라이언 필립, 레이첼 리 쿡 등 재능있는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하며, 다만 팀 로빈스의 캐릭터만이 빌 게이츠와 그럴듯하게 닮아있을 뿐이다.
※ 영화와 같이 보면 좋을 책 : 스티브 잡스 vs 빌 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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