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유독 많은 연예계의 스타들을 떠나 보내야 했던 안타까운 한 해였다. 해외에서는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지, [미녀 삼총사]의 파라 포셋, [쿵푸],[킬 빌]의 데이빗 캐러딘, 그리고 얼마전 요절한 브리트니 머피 같은 은막의 스타들이 세상을 떠났고, 국내에서도 장자연이나 장진영 같은 한창때의 여배우들과 여운계, 도금봉, 유현목 같은 한국 영화계의 거성들이 유명을 달리해 팬들에게 깊은 슬픔을 안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건 바로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었다. 5살에 '잭슨 파이브'의 리드싱어로 시작해 솔로로 데뷔, 전세계에서 1억 4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기네스북에 등재된 전설적인 앨범 '스릴러 (1982)'와 독특한 스탭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문워크' 춤으로 1980년대의 컬쳐 아이콘이 되었던 그는 명실공히 '팝의 황제'로서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아마도 필자처럼 1980년대의 학창생활을 보낸 사람이라면 MJ와 동시대에 살았음을 뿌듯하게 여긴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뮤지션이었지만 그는 다양한 영화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에도 도전했는데, '오즈의 마법사'를 뮤지컬 형식으로 각색한 1979년작 [위즈]에서 허수아비 역으로 등장한 이래 프란시스 F. 코폴라 감독의 [캡틴 EO], 그리고 블록버스터급 뮤지컬 판타지 [문워커] 등에 출연하면서 천부적 예능기질을 발휘했다. 근래에는 [맨 인 블랙 2]에 에이전트 M 역으로 깜짝 출연하며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으나, 한편으로 가수로서 MJ의 공식적 활동은 근 10년간 사실상 정지상태였다.
5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며 언제나 소년같은 삶을 살았던 MJ는 2009년 런던 O2아레나에서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될 50일간의 전세계 순회공연 프로젝트인 'This is it'을 발표하였고, 이 발표가 있자마자 콘서트 티켓 75만장이 모두 매진되는 등 MJ 팬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팬들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첫 공연을 불과 18일 앞둔 2009년 6월 25일, MJ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 사법 당국은 그의 죽음이 치사량 수준의 마취제 '프로포폴' 투여로 인한 ‘살인(homicide)’으로 결론지었으며 잭슨의 주치의인 콘래드 머레이를 과실치사에 의한 살인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국 MJ의 마지막 무대 위의 모습은 그가 죽기 이틀전에 인터넷으로 공개된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리허설 동영상으로 끝을 맺었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고, 이렇게 팝의 황제는 팬들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
잭슨의 사후 'This is it'의 공연을 기획했던 케니 오리테가 감독은 AEG Live의 프로모션을 위해 촬영한 리허설 공연 및 MJ가 사적으로 보관하려 한 기록영상을 팬들을 위해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AEG Live 측은 많은 비난에 직면하였는데, 그들이 MJ의 죽음을 단지 상업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MJ의 유족측도 이 영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일부 가족은 영화 계약을 중지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때 [디스 이즈 잇]의 제작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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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9년 8월 10일 [디스 이즈 잇]의 법정분쟁을 둘러싼 판결에서 담당 판사 미셸 백로프는 MJ의 유산 관리인과 유족, 콘서트의 프로모터인 AEG Live 와의 화해신청을 받아들여 영화화를 위한 제작을 승인하게 된다. 이로서 AEG Live측은 소니 콜럼비아 사에 6천만 달러(약 736억원)를 받고 MJ의 마지막 리허설 영상을 독점 계약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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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제작이 완료된 [디스 이즈 잇]은 2009년 10월 28일에 전세계 동시 개봉에 들어가 2주간만 한정 상영할 예정이었으나, 미국내의 개봉주말 수익으로 3481개 극장으로부터 2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세계적인 흥행기록을 세우면서 연장상영에 돌입하였고 그 결과 월드와이드 수익 2억 5900만 달러의 신기록을 갱신하며 MJ의 시들지 않는 영향력을 입증했다. (이 기록은 다큐멘터리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수익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어떤 작품인가? 냉정하게 말해 [디스 이즈 잇]의 영화적 완성도만을 놓고 볼때 이 작품은 불완전하다. 어차피 실행되지 못한 공연 리허설의 단편들을 주워 모았기 때문에 애당초 그 한계는 명백한 셈이다. 그럼에도 [디스 이즈 잇]을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MJ의 마지막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생한 기록이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휘황찬란한 무대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MJ의 공연을 기대한 분들이라면 일찌감치 비주얼의 향연에 대한 큰 기대를 접기 바란다. 실제로 무대위에서 안무를 하고 노래를 하는 MJ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힘겹고 조심스러워 보인다. '빌리 진'의 연습에서조차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문워크를 볼 수 없으며, 리허설에 참여한 스탭과 백댄서들이 앵콜을 환호하는 장면에서도 MJ는 목소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애타게 부르짖는 그들의 환호성에 보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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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MJ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도 생기가 넘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공연은 성공적으로 치루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민첩한 행동력이 돋보인다. '리허설이 곧 공연이다'는 자세로 연습에 임하는 MJ의 진지한 모습과 스탭들과의 논의 과정, 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비지땀을 흘리는 백댄서들을 열심히 따라다니며 필름에 담아낸 카메라맨의 공로가 물씬 느껴지는 다큐멘터리로서 [디스 이즈 잇]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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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위해 준비한 몇몇 특별 영상도 흥미롭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건 'Smooth Criminal'의 리허설에 사용된 1940년대 갱스터 무비를 오마주한 영상인데, 그린 스크린 합성으로 촬영된 이 짧은 흑백영화에서 MJ는 [글리다]의 리타 헤이워드와 [빅 슬립]의 험프리 보가드 같은 클래식 무비의 주인공들과 함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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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이기에 그 누구보다 많은 구설에 올랐던 MJ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디스 이즈 잇]의 최대 매력이다. 리허설 도중 새로 맞춘 이어폰이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장면에서 '절대 화를 내지 않는' 그의 차분한 모습을 보노라면 한 시대를 호령했던 스타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토록 겸손한 스타를 우리는 본적이 있었던가.
이렇듯 [디스 이즈 잇]은 유명 뮤지션이나 슈퍼스타이기에 앞서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MJ의 열정과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 기회다. MJ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다 할지라도 그의 인간적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스 이즈 잇]은 매우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리뷰용으로 배포된 1Disk 일반판이어서인지 속지하나 없는 구성에 양면 표지도 아닌 단면인쇄된 표지의 썰렁한 구성을 보노라니 오뉴월에 서리라도 내릴 듯한 기분이다. 물론 ,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제품은 2Disk 렌티큘러 한정판이므로 구입하시려면 필히 한정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록된 대부분의 장면들이 공개를 염두에 두고 기록된 영상이 아닌 관계로 비주얼적인 퀄리티에 그리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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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운드의 퀄리티에 있어서는 전설적인 뮤지션이었던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를 5.1 채널의 돌비 디지털로 비교적 깨끗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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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isk 한정판에는 별도의 서플디스크가 마련되어 있어 Meet the Dancers, Meet the Band, Meet the Vocalists 와 같은 스페셜 피쳐가 수록되어 있으나 본 리뷰에서는 본편 디스크에 포함된 스페셜 피쳐만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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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ing the Return
O2 아레나에서 This is it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부터 콘서트를 진행하게 된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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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lowed One
MJ의 무대의상을 담당했던 의상 디자이너들이 나와 콘서트에서 사용하려 했던 의류와 신발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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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of Michael
MJ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기억하는 MJ 최고의 순간들과 MJ와의 일화들을 인터뷰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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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tions: Searching for the World's Best Dancers
MJ의 공연을 보며 자라왔던 젊은 댄서들이 This is it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오디션 무대에서 보여준 환희와 기쁨의 순간을 담은 기록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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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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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디스 이즈 잇]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심오한 뮤직 다큐멘터리 중 하나'라며 별점 4개 만점을 부여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MJ가 팝의 황제로서 그토록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진정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이한 탓에 영원히 늙지 않는 모습으로 기억될 마이클 잭슨. 이제 그는 진정한 무대위의 피터팬으로 남게 되었다. Farewell,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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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 이즈 잇]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olumbia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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