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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 SF라고 꼭 블록버스터여야 할 이유는 없다

페니웨이™ 2009. 11. 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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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은 심플함이 강점인 영화다. 원제에도 없는 'The'를 쓸데없이 갖다붙인 국내 개봉명과는 달리 'Moon'이란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심플한데다 등장인물도 심플하게 달랑 한명 뿐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몇 명 더 있긴해도 그 한명의 비중이 영화의 95%를 차지한다. 포스터에 쓰여진 케빈 스페이시의 이름을 보고 간만에 얼굴한번 보겠구나 싶어 극장을 찾았건만 목소리 출연일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그렇다. [더 문]은 오로지 샘 락웰이란 배우의 역량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1인극 형태의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에너지 고갈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달에서 자원을 채취해 지구에 보내는 근미래. '사랑'이란 이름의 달기지에서 3년간의 계약근무를 마치고 지구로의 귀환을 눈앞에 둔 샘 벨(샘 락웰 분)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놀라운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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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erty Films UK/Lunar Industries/Xingu Films. All rights reserved.


[더 문]의 초반 스타일은 나외에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공간에서의 공포, 이를테면 [세턴 3호]나 [솔라리스]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심리적 공포를 유발하지만 실상 이런 공포물 같은 초반의 분위기나 작품 전반에 걸친 미스테리한 설정은 관객의 흥미를 잡아끄는 부수적인 요인일뿐 [더 문]의 본질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휴먼드라마다. 비록 국내 홍보사의 전략은 SF 미스테리에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 들겠지만 반전 자체는 그리 강렬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충격보다는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임을 잊지 말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대기업의 횡포 그리고 비인간적 처사에 대한 풍자코드는 [에이리언]의 그것과 유사하고, 케빈 스페이시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인공지능 거티 또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을 연상시키는 등 [더 문]이 차용하고 있는 기존 SF영화들의 클리셰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이것이 영화가 진부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더 문]은 이러한 친숙한 이미지와 설정의 재활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낸 좋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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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erty Films UK/Lunar Industries/Xingu Films. All rights reserved.


저예산 SF영화답게 영화에서 비춰지는 세트도 극히 제한적이고 월면의 묘사 역시 단지 몇컷안에 들어갈만큼 소박하지만 감독은 나름대로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충실한 묘사를 해냈고, 이로인해 영화는 저예산으로서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던컨 존스 감독은 CG보다 사실적인 효과를 선호했기 때문에 실물 세트에서의 촬영을 선택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에드워드 노튼을 닮은 샘 락웰은 아직 국내에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지만 [더 문]에서의 1인 2역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탁월하다. [더 문]에서 느끼는 관객들의 감정은 모두 샘 락웰의 극중 캐릭터와 동일시되며 이러한 감정이입의 효과는 전적으로 샘 락웰의 열연에 기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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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berty Films UK/Lunar Industries/Xingu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렇듯 [더 문]은 [2012]처럼 눈이 휘둥그래지는 볼거리 하나 없는 저예산 SF물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드라마적 구성과 샘 락웰의 열연, 그리고 부족한 환경에서 최대한의 장점을 이끌어낼 줄 아는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진 수작이다. 영화관을 나설때 쯤이면 왈칵 눈물을 쏟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가슴 짠한 감동을 맛볼 수 있는 듯. 제42회 사체스 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최우수작품상 포함 4개부문 수상작.


P.S:  던컨 존스 감독은 유명한 락 뮤지션인 데이빗 보위의 아들로 이번이 2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한때 한국인 여성과 연인이기도 했으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심취해 [더 문]에서 오마주를 고려했었으나 시간의 제약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속 달기지의 이름이 '사랑'인 것이나 '안녕히 계세요’와 같은 한국어 대사가 사용되고 있으니 참고할 것.


* [더 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Liberty Films UK/ Lunar Industries/ Xingu Film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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