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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 종말의 끝에 선 부자(父子)의 시선

영화/ㄷ 2010. 1. 7. 09:35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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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존의 맨얼굴을 보았다' 박찬욱 감독이 [더 로드]를 보고 한 말이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실 나는 이 작품을 모종의 스릴러 장르로 생각하고 관람에 임했었다. 물론 성서에 비견된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원작소설을 아직 접하지 않은 상태였기도 했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코맥 맥카시의 원작이니만큼 적어도 기존 스릴러의 공식을 뛰어넘는 특별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애당초 [더 로드]는 특정 장르를 쉽게 규정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더 로드]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볼때 일종의 로드무비라는 틀을 갖추고 있고, 여기에 [나는 전설이나]와 [눈먼 자들의 도시], 또는 M. 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처럼 변형 재난영화의 성격을 입힌 드라마다.

모든 인류 문명이 사라진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더 로드]는 생존이라는 현실위에 인간성과 도덕적 규범이 어디까지 용인되고 사라질 수 있는가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두에 박찬욱 감독이 언급한 말은 바로 이 영화의 그러한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따라서 원작을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지나친 헐리우드 색채로 원작이 변질되지나 하는 우려는 일단 접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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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men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지구가 멸망했다지만 왜 멸망하게 되었나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런 구차한 설명없이도 관객들은 지구가 망했다는 전제하에 벌어지는 일들에 주목하게 되어 있으며, 인간을 잡아먹지 않으면 굶어죽게 되는 극한의 상황속에서 가치관의 혼돈을 경험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호소력있게 전달된다. 더불어 상황설정의 현실감을 위해 묘사된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우중충한 분위기는 근래 보아온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리얼하다.

드라마의 극적인 설정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인간적 규범을 벗어던지는 아버지와 멸망 이전의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아들이 오히려 동정심과 사려깊음에 있어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발휘한다는 아이러니에 있다. 결국 여기서 또 한번 [더 로드]의 장르적 규정에 사족을 더하게 되는데, [더 로드]는 넓은 의미로 성장영화의 성격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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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mens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각색의 과정에서 제작진은 적잖은 유혹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방향성을 잘 잡으면 상업성이 가미된 스릴러로 만들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쫓는자와 쫓기는자의 스릴넘치는 프레임이 제법 잘 나올법한 에피소드가 몇 개나 되는데도, [더 로드]는 상업적 성격을 철저히 배제한다. 전통적 신파극에서나 나올법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하는 아버지의 뜨거운 부정(父情)은 어찌보면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상황설정의 독특함과 기승전결이 명쾌하지 않은 영화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게 와 닿는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노장, 로버트 듀발의 건재함을 보는 건 영화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시종일관 꾀죄죄한 모습으로 등장해 알몸 열연까지 불사하는 비고 모텐슨과 코디 스밋-맥피의 연기는 올해 아카데미에서의 선전을 기대해도 좋을만큼 훌륭하다. 단, 샤를리즈 테론과 가이 피어스 등 유명 배우들의 등장씬은 그리 많지 않으니 염두해두고 감상에 임할 것.


* [더 로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imension Film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저작권 관련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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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예고편을 보고 스릴러인가 생각했었네요.
    예고편과 홍보 전략의 낚시는 역시 조심해야... 크크
    시간 나면 볼까 하는 작품인데...
    옷 벗고 뛰어다니는 아라곤이라니 상상도 잘 안 되고
    남자의 알몸 열연은 그다지 땡기지 않는군요. 크크

    2010.01.07 09:46 신고
  2.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작을 워낙 강렬하게 읽은 지라 영화도 꼭 보고 싶군요. 거기에 페니웨이님의 평도 좋고 말이죠. 원작에서는 끝까지 절망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영화 속에서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2010.01.07 10:04
  3. 바로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일 저녁 영화관 예매해두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역시 원작소설은 영화 감상후 읽는게 나을듯 하네요.

    작년 이맘때는 체인질링이 어머니의 사랑을, 올해는 더로드가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네요.

    2010.01.07 10:26
  4. 머니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니웨이님 블로그는 검색통해서도 눈팅만 잘 하던터였는데..
    인사드리게되어 기뿌네요^^
    이 영화도 궁금하던차에 도움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01.07 10:31
  5. 미스터브랜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정을 다룬 영화라고 하면 '아버지의 이름으로'가 떠오르는데요.
    너무 감명 깊게 본 영화라..더로드도 꼭 봐야겠는데요,.

    2010.01.07 10:50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인공 아이의 엄마도 등장하는데 아버지의 태도와는 많이 다릅니다. 직접 비교해보시면 왜 이영화가 부성애의 영화인지 아시게 될겁니다^^

      2010.01.07 14:33 신고
  6.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시사회날 2관에서 봤습니다
    왼쪽이 2자리로 커플이 착석하기에 딱 좋은자리인데 같이 끌고온 친구와 같이 착석하는
    좋은 추억이었죠...
    저도 원작을 접하지 않는 상황이라 '나는 전설이다' 와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드라마를 보여주기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그만큼 주제를 잃지않는것이 좋았지만 생각보다 결말이 평범하게 느껴지더군요
    원작을 읽어보고 이번주에 식구들을 대리고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아마 느낌이 달라지겠죠^^;;;

    2010.01.07 12:41
  7. supab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영화를 봤는데 이렇게 다른 필력...ㅋ
    배우들의 연기와 잿빛화면들은 아직도 눈에 훤하네요-

    2010.01.07 13:15
  8. Rain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고 모텐슨이란 이름, 꽤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이후 이젠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사실 알고 있지만 말하기도 싫은...) [히XX]
    이 후 이 양반도 반짝이겠군 했었는데 말이죠 ㅎㅎㅎ




    [G.I 제인]에서 교관으로 출연한 걸 보고 꽤 나이든 배우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연세가 안 드셨더군요
    이 양반...(어디까지나 생각보다.. -.-;..)

    2010.01.07 14:3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얼굴이 상당히 노안입니다 ㅡㅡ;; 무려 [크림슨 타이드]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로 나오죠. 이 비슷한 캐릭터를 [유령]에선 설경구가 맡았었다능.

      2010.01.07 14:37 신고
  9.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스턴 프라미스에서도 홀딱 벗더니(것도 꽤나 오래...-_-)
    이번에도 홀딱 벗다니, 모텐슨씨 본인의 몸에 퍽 자신이 있는 듯 합니다.^^;

    2010.01.07 16:15
  10. 목마른강아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으로 봤을때 가장 어두운 희망을 봤던 작품이었는데 영화로 나온다니 기대가 엄청되네요^^
    페니웨이님 평을 읽어보면 기대가 엄청되네요^^ 잘 읽고 갑니다!~~

    2010.01.08 00:53
  11.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 평이 좋군요.
    처음에는 스릴러물인줄알았는데 뭔가 심오한 느낌이 옵니다.
    좀 부담스럽지만 필히 극장 관람입니다.

    2010.01.08 06:04
  12.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작 소설은 처음엔 몰입하기가 힘들더군요. 아무 설명도 없이 황폐한 공간에 몽땅 밀어넣고 다짜고짜 이야기를 시작해버리니 원...; 페니웨이님 평처럼 할리우드 색에 물들어 이상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도 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나 보네요.

    2010.01.08 08:43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설과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어느새 멸망한 세계로의 급전환에 첨엔 어리둥절하지요. 단 그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이 섬세합니다. 소설을 영화로 읽는 느낌일겁니다.

      2010.01.08 14:06 신고
  13. 미스빡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영화가 개봉하는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영화에요 ㅎㅎ
    페니웨이님 리뷰 읽으니 더 보고 싶네요!

    2010.01.08 16:38
  14.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요즘 뭐하나 하느라 이제서야 글을 봤습니다^^
    기쁜 소식으로 이번에 무비조이가 메뉴를 하나 늘리게 되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부산지역에 국도예술관이라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전용으로 상영하는
    극장이 있습니다. 거기 매니저님과 오늘 국도 예술관 관련 기사 인터뷰도 하고...
    무비조이에 국도독립영화소식 이라고 해서 한달에 2-3개 정도의 독립영화 관련기사와
    국도예술관에 관객인사 하러 오는 경우 인터뷰 일정 조절등을 이야기하고 오늘 협의를 봤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려서 너무 좋구요^^
    앞으로 무비조이에 독립영화 관련 뉴스 코너가 따로 생겨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ㅎ 페니웨이님에게도 이 소식 전하고 물러갑니다~~ 앗 그리고
    늦었지만 새해에 하는 일 모두 와장창 잘 되세용~~

    2010.01.08 22:55
  15. 봉다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보고왔습니다. 다소 지루한 전개에 졸뻔했지만
    결말이 임팩트있어 결말을 보고 생각이 뒤바뀐 영화예요.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더군요..

    2010.01.10 03:26
  16. 몬스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버트 듀발, 테론, 가이 피어스... 다들 잠깐 등장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 느껴집니다 ㅎ

    2010.01.13 09:56
  17. MyNam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 실존의 맨얼굴을 보았다는 박찬욱 감독의 말이 상당히 공감가네요...

    2010.01.16 03:23
  18. 내 삶의 스크린에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랫만 거의 1년만에 와서 읽고 댓글 남기네요 ;ㅁ;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영화 매우 좋게 보았는데... 반갑네요^^생각보다 임팩트가 오래 가는 작품 같습니다 ~ 사정상 글은 나중에 올리는데 그때 트랙백 걸겠습니다 !

    2010.01.20 17:58
  19. 내 삶의 스크린에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이쿠 인기블로거께서 저를 기억해주셔서 영광이에요. ㅎㅎ

    아참 페니웨이님은 늘 생각하던 영화리뷰어셨는데 좀처럼 못오다가 ㅠㅠ

    씨네21 영화 홈피에 자주 트랙백을 걸어주시더라구요~

    요즘은 그런 분도 드문데 반갑기도 하고 신기해서 ㅎㅎ

    아 저는.. 작년에 참 많은 일이 있었어서 ㅠㅠ 아버지도 하늘로 보내드렸고.. 암튼 앞으로 영화 보면 득달같이 (?) 오겠습니다 ㅋㅋ

    2010.01.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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