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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 헬렌 켈러 이야기의 발리우드식 재해석

영화/ㅂ 2009. 8. 28. 10:02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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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불행한 소녀, 하루하루를 짐승처럼 살아가던 그녀에게 희망이 생긴다. 어느날 찾아온 스승을 만난 후 세상이 암흑과도 같았던 그녀의 세상인 조금씩 빛이되고, 삶은 좌절에서 환희로 바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라고? 그렇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헬렌 켈러의 이야기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블랙]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영화처럼 보인다. 제작국가인 인도에서는 2005년에 개봉된 작품이 4년만에 한국에 들어온데다 이야기의 소재마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유명한 이야기를 발리우드식으로 각색한 것이니만큼 참신한 스토리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블랙]은 고전적 감동코드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뚝심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이다. 비록 헬렌 켈러 이야기의 변형이라고는 해도 일부 발리우드 영화들이 하듯 아서 펜 감독의 [미라클 워커]에서 주인공만 인도인으로 바꿔놓은 몰염치한 짓으로 그치지 않고, 디테일의 변화를 주어 사제지간의 의리와 애정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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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유명한 일화를 다룬 1962년작 [미라클 워커]



가장 큰 변화는 원전에서 여제자와 여선생이었던 사제관계가 여제자와 남자 선생으로 바뀐 점이다. 이로인해 영화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남녀간의 미묘한 애정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부여하는데 (생각해 보라. 일거수 일투족을 늘 함께하는 남녀에게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난다한들 어찌 사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한쪽은 장님에 귀머거리인 미인인데.) 자칫 싸구려 3류 멜로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요소를 격조있게 다루며 영화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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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use Entertainment Ltd./
SLB Films Pvt. Ltd. All rights reserved.


오히려 [블랙]은 우리가 헬렌 켈러의 위인전에서 읽을 수 없었던, 장애인으로서의 한 인간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의 장애인을 표현하는데 면밀한 주의를 기울인다. 주인공 미셸의 여동생인 사라의 이야기에 일정 부분을 할애한 것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며, 제자에게 여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스승으로서의 자부심을 포기했던 사하이 선생의 모습은 알싸한 청춘 멜로풍의 여운마저 남긴다. 마치 지고불변한 순정남의 순애보처럼.

이와 같은 흐릿한 멜로 코드로의 우회적 접근이 [블랙]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관람하며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열연이다. 아마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서 꼬맹이 자말이 똥통에 빠져가면서까지 싸인을 받아냈던 인도의 슈퍼스타 아미타브 밧찬이 도대체 누군지 궁금하게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블랙]을 통해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셸의 빛이 되어 주었던 스승 사하이 역으로 출연해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명연기를 선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울러 미셸의 아역을 맡은 아예사 카루프와 성인 미셸 역의 라니 무커르지 또한 이에 못지 않은 흡입력으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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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ause Entertainment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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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타임(Time)지에서는 그 해 최고의 영화중 5위로 [블랙]을 선택했으며, 인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Fair One Filmfare Awards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11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서 인도영화 특유의 뮤지컬 시퀀스 같은 발리우드적인 색체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원작의 재해석에 남다른 감각을 지닌 인도영화의 잠재력을 보여준 수작임에 틀림없다.


* [블랙]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pplause Entertainment Ltd./ SLB Films Pvt. Ltd.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미라클 워커(ⓒ MGM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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