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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프리뷰의 형식으로서 아직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흥미를 돋우기 위한 일환으로 쓰여진 글임을 밝힙니다.


격동의 조선말, 서구열강의 조선침략을 앞두고 혼란스러웠던 난세의 팩션극은 영화로 만들기에 꽤나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을미사변이라는 역사적 참극의 중심에 있었던 명성황후의 이야기야말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가장 치열했던 권력암투의 현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로서 그려져 왔다. 특히나 남편인 고종과는 달리 명성황후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진 한장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삶과 존재는 여전히 미스테리임과 동시에 수많은 역사적 가설의 가능성만을 남긴채 TV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소설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재해석이 이루어져 왔다.

본관은 여흥, 아명은 자영(), 여주에서 출생한 민씨집안의 여식으로 일찌기 아버지를 여의고 16세때 간택을 받아 왕비로 책봉된 소녀.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정면으로 맞서 통상수교거부정책을 과감히 철폐해 일본과 수교를 시도하였던 과감한 여성. 이후 청,일본,러시아와의 외교 전략을 바탕으로 정권을 휘둘렀던 막후의 실력자였지만 끝내 경복궁 옥호루(玉壺樓)에서 일본인 자객에게 난자당해 최후를 맞이한 후 폐위되어 서인()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던 비운의 황후. 그녀의 삶 자체는 간단한 요약만으로도 무척이나 드라마틱해 보인다.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명성황후의 시작은 1965년작 [청일전쟁과 여걸민비]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영화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접한 이 작품은 신상옥 감독이 제작 총지휘를 맡고 아내인 최은희가 명성황후(당시에는 이를 민비라고 불렀다) 역을 맡았던 시네마스코프 방식의 올컬러 영화로서 지금으로 말하자면 1960년대의 블록버스터급 대작에 해당하는 셈이다.

ⓒ 신필림. All rights reserved.


특히 [청일전쟁과 여걸민비]가 다른 작품들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박노식이 열연했던 황선전관 조승구의 존재였는데, 애당초 명성황후의 정혼자였다가 대원군의 계략에 의해 사약을 받아 삶을 마감한 조중구의 동생으로서 명성황후를 위해 끝까지 목숨을 바치는 순애보의 주인공이자 한 여성으로서 황후의 모습을 드러내는 멜로라인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훗날 이미연이 명성황후로 출연했던 '나 가거든'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영화배우 정준호가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로서 멋진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을 정도로 '여인 민자영'과 호위무사와의 멜로코드는 지속적으로 거론되어온 소재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구한말의 실제 역사에서는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 도레미레코드. All rights reserved.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명성황후와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나눈 호위무사가 실제로 있었는지 정사(正史)에서는 그 기록을 찾을 수 없으나, 이러한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에 대한 추측은 어느정도 가능하다. 고종때의 무관으로 동학혁명을 진압한 일등 공신이자, 임오군란으로 실각한 명성황후를 대피시킨 장본인이었던 홍계훈이 그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도 그는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을미사변때 훈련대장의 직분으로 광화문을 사수하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동학혁명 제압당시 농민학살에 대한 책임의 문제나 이후 민씨집안의 후광을 업고 지배층의 권력 혜택을 입은 인물로 살아온 사실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나 본 글에서는 이 점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세도가의 편에서 권력의 필요에 의해 움직인 무사였던 홍계훈이 명성황후와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나눴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어찌되었건 무사와 황후의 사랑이라는 소재의 단초를 제공한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이는 또다른 명성황후 이야기인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연출을 맡은 김용균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명성황후의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들은 작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단서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노련한 여류 정치가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궁궐안에서 외롭게 지낸 여성 민자영의 측면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킨 영화로서 야설록 원작의 역사순정소설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이 영화 속에서 명성황후는 조선 최초로 전기불을 밝히고, 처음으로 초콜렛을 시식한, 그리고 서양식 코르셋을 최초로 입었던 현대적 여성 민자영을 그려내며 명성황후에 대한 파격적인 재해석에 포커스를 맞췄다. 물론 호위무사와의 애틋한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컨셉으로만 판단컨데 그간의 드세고 강한 명성황후의 이미지와는 달리 다소 말랑말랑할 것같은 명성황후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단아함과 품위있는 이미지를 보여준 수애로서, 그동안 명성황후를 연기했던 여배우들 중 가장 여성스런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이미연의 아우라를 넘어설 수 있을런지가 최대의 관건일 듯 하다. 명품급 눈물연기의 소유자로 출연작마다 평균이상의 만족도를 보여주었던 만큼 비극의 생을 마감한 여인의 순애보 연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 (주)싸이더스FNH(제작),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All rights reserved.


한편 젊은 배우로서 흥행력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조승우가 민자영을 사모하는 호위무사역으로 등장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멀리는 [청일전쟁과 여걸민비]의 박노식에서 가까이는 [명성황후]의 정준호에 이르기까지 남성미 넘치는 무사들의 이미지 속에서 어떻게 자기만의 색깔을 표현해 낼지, 특히 명성황후와의 멜로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의 특징에 걸맞게 '왕후의 남자'를 어떤 형태의 캐릭터로 소화해낼 것인지도 기대된다. 더불어 무협지를 연상케하는 원작의 특성상 CG를 활용한 액션씬도 상당수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원작에서 대원군의 오른팔로 무명과 라이벌 관계를 이루는 뇌전과의 갈등이 무사로서 활약하는 무명의 역할 중 주된 플롯을 차지하게 될 듯.

ⓒ (주)싸이더스FNH(제작),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All rights reserved.


시아버지와 싸웠던 당돌하고도 대담한 여성, 자국의 내환에 외세를 끌어들인 위정자, 민의를 읽지 못해 민중의 바람을 외면했던 황후, 일본인들에 의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비운의 왕비... 수많은 이미지들이 그녀를 미화시키기도 하고 때론 비하시키기도 했지만 과연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그려지는 명성황후의 모습은 어느쪽일까.

물론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조선왕조실록에 근거한 역사학적인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러니 실존인물에 대한 역사의 평가나 팩트의 신빙성 문제는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문제는 이미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명성황후의 이야기에서 얼마나 새롭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나아갔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열강의 각축장이던 조선땅에서 나름대로의 외교술로 균형을 잡아 국권을 수호하려 했던 황후이자 잘생긴 무관과의 로맨스를 즐기는 여성 민자영의 두 모습을 담은 이야기만으로도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대한 기대는 충분하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공식홈피:
http://www.minjayoung.co.kr/

*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주)싸이더스FNH(제작),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해당 스틸은 프레스블로그와의 프로모션하에 사용이 허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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