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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플라이 - 소녀, 노인을 만나다

페니웨이™ 2009. 1. 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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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보면 죽어가는 국경살쾡이(류승범 분)가 다찌마와 리(임원희 분)에게 이런말을 한다. '좋은 시절이었다면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텐데...'. 이에 대해 다찌마와 리는 어떤 대답을 할까? '천만에, 어차피 나이 차이가 있어서 네놈하곤 친구가 될 수 없다'다.

'찬물도 위 아래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장유유서(長幼有序)'식 유교관에 사로잡혀 단 한 살차이가 나도 존대와 하대를 까다롭게 따지는 한국의 현실상 나이를 초월한 친구관계를 조명한 영화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손자와 외할머니의 기막힌 일주일간의 동거를 다룬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대박을 터뜨린것도 세대를 초월한 두 캐릭터가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가 돋보였기 때문이지만 이 경우는 '친구'로서가 아닌 조부모와 손자의 혈육 관계라는 설정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반면 언어의 존대법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서구적인 관념에서 세대간의 나이를 초월한 소위 'Friend'의 개념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는데 있어서 나이 따위는 큰 장벽이 되지 않는 듯 하다. 1989년작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가 그랬듯, 2002년 작품으로 뒤늦게 국내 개봉을 하게 된 프랑스 영화 [버터플라이]는 한 노인과 당돌한 소녀가 친구로서 교감하는 내용을 다룬 따뜻한 영화로서 흥미를 이끈다.

ⓒ Canal+ /Rhône-Alpes Cinéma. All rights reserved.


결손가정의 자녀로서 늘 외톨이인 엘자. 나비 수집가로서 홀로 살고 있는 독거노인 줄리앙. 환상의 나비로 알려진 '이자벨'을 찾기 위해 떠나는 줄리앙의 여정에 엘자가 몰래 끼어들면서 시작되는 [버터플라이]는 옹고집쟁이 할아범과 호기심많고 맹랑한 소녀가 티격태격하면서 쌓아가는 우정의 과정에서 쏠쏠한 재미를 주는 영화다.

특히나 영화의 특성상 줄리앙과 엘자를 연기한 두 배우의 열연은 이 영화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미 [쁘띠 마르땅]에서 어린 소년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치매 노인으로 등장했던 고(故) 미셸 세로는 이번에도 이웃집 소녀와 우정을 나누는 캐릭터로 등장해 노련한 연기를 펼친다. 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프랑스 버전 더빙을 통해 성우로 데뷔한 클레어 부아닉 역시 200:1의 오디션 관문을 뚫고 선발된 만큼, 배테랑 배우인 미셸 세로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차세대 아역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Canal+ /Rhône-Alpes Cinéma. All rights reserved.


한편 [버터플라이]는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그 본분을 잊어 버린 우리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적인 가치관을 새삼 부끄럽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갈수록 세대간의 괴리감이 커져가는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에게 필요한 어른은 나이 많다고 대접부터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후세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들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프랑스 남동부 베르꼬르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삶의 철학과 위트가 담긴 대사를 만끽할 수 있는 [버터플라이]는 큰 기대감 없이도 흐뭇한 미소와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가족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소 느긋한 템포에 그 흔한 극적인 전개나 사건도 없는 평범함이 느껴지지만 헐리우드 특유의 과장된 감정선이 없어서 더 순수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런게 바로 유럽영화의 매력이겠지만.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최고 인기상,  2003 시애틀 국제 영화제, 2003 지포니 영화제, GNAM FEST AWARD 초청작.

* [버터플라이]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anal+ /Rhône-Alpes Cinéma.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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