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흑인 마약중독자와 피자 배달부의 죽음, 그리고 상원의원 보좌관의 의문사. 여기에 죽은 보좌관과 콜린스 의원의 스캔들이 겹치고, 공교롭게도 콜린스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청문회의 대상은 민간 군사업체인 포인트콥이 연관되어있다. 전혀 관련없을 것 같은 두 살인사건의 연결고리. 거대 기업이 관련된 음모, 그리고 정치 스캔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음모론적 스릴러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단골소재들이 듬뿍 담긴 영화다. 원래 이 영화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3부작을 책임지게 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2003년에 선보인 6부작 영국 드라마로서 방영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은 정치 스릴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 BBC. All rights reserved.
이제 배경을 런던에서 워싱턴으로 바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들여오는 한편 최근 [이글아이]나 [기프트] 등 최근 헐리우드 영화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에 대해 관심의 초점을 모은다.
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한 욕심이 엿보인다. 서두에 나온 플롯만으로도 2시간을 이끌어가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 여기에 국가안보의 민영화라는 다소 충격적인 화두를 던지는 것에 더해 사람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언론의 기능과 기자의 도덕성까지 거론하며 실로 다양한 문제들을 여기저기 찔러대고 있는 것이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는 톱스타 러셀 크로우를 비롯해 벤 애플렉, 레이첼 맥아담스, 로빈 라이트 펜, 제프 다니엘스, 그리고 헬렌 미렌까지 욕심스럽게 동원한 초호화 캐스팅으로도 짐작 가능한데, 이렇게 다양한 톱스타들이 한데 모였음에도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각자가 맡은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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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이슨 본 시리즈와 [마이클 클레이튼]의 각본을 맡았던 토니 길로이의 스토리 텔링은 여전히 빠른 템포로 정교하게 흐른다. 2시간의 러닝타임이 짧아보일 정도로 충분히 흡입력있는 드라마를 제공하며 서스펜스의 강도나 퍼즐 맞추기의 난이도도 적당하다. 발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기자가 주인공인 점을 감안한 듯 시종일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한 화면도 유효적절한 편이다.
아마도 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러 칼(러셀 크로우 분)이 델라(레이첼 맥아담스 분)에게 볼펜을 잔뜩 메단 목걸이를 선물하는 아름다운 장면에서 마무리 지었다면 생각 이상으로 깔끔한 웰메이드 스릴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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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반전 강박증을 드러낸 듯한 단 한번의 욕심이 결국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과욕의 스릴러라는 느낌으로 각인시키고 만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준 과유불급이 떠오르는 의욕과잉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작품의 만듦새는 썩 나쁘지 않다. 배우들의 연기나 내러티브의 구조도 일반적인 팝콘무비의 눈높이에서는 수준급이며 무엇보다 레이첼 맥아담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사랑스러움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족 1. 그러고보면 한국이란 나라가 많이 좋아졌다. 아직 미국에서도 개봉안한 초호화 캐스팅의 영화를 세계 최초로 개봉하다니. 그래서일까? 극장안에서 도촬하다 걸리면 무조건 강퇴라는 영화사 직원의 말이 더 실감나게 느껴졌던건.
사족 2. 다른건 몰라도 러셀 크로우는 마치 20대 여인네처럼 팔랑거리는 그놈의 헤어스타일 좀 어떻게 했음 좋겠다. [LA 컨피덴셜]이나 [글레디에이터]의 마초맨이 킬러에게 쫓겨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모습도 영 적응이 안되긴 했지만 웨이브가 살짝 들어간 장발의 머리 스타일은 더더욱 적응이 안되더라.
사족 3. 일개 블로그 기자가 일간지 기자로 채용되어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정말 가능한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영화속에서 그렇게 표현되었다는 건 내심 놀랄만한 일이었다.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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