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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풀의 원작 '순정만화 시즌1'의 리뷰는 이곳을 클릭하세요

여기 한 남녀가 있다. 남자는 30대의 노총각, 늘 웃는 얼굴의 그는 시원시원해 보이는 성격만큼이나 많은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그이지만 얼굴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여자, 아니 아직까지는 소녀라고 부르는게 어울리는 그녀는 아직 고2의 미성년자다. 무엇인가 불만이 가득한 그녀의 삐딱한 행동 뒤에는 따뜻함과 속 깊은 어른스러움이 숨어있다. 한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남녀가 만나 나이를 초월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아파트], [바보]에 이어 강풀의 원작을 세 번째로 영화화 한 [순정만화]는 인터넷 만화가 강풀을 스토리 텔링의 본좌급 작가로 각인시킨 초인기 웹툰 '순정만화: 시즌1'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초히트를 기록하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화 된 두 작품은 모두 흥행과 비평에 있어서 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과연 이번에도 그러한 징크스를 되풀이 할 것인가?


 

    1.강풀 만화의 매력  


영화에 앞서 먼저 강풀 만화에 대해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강풀 만화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탁월한 각본에 있다. 강풀의 만화는 각 캐릭터들의 연관성이 놀라울 정도로 강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반전과 복선의 탁월한 배치 또한 웬만한 영화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죽하면 만화가의 신분임에도 [괴물 2]의 시나리오 작가로 발탁이 되었겠는가.

그만큼 그의 스토리 텔링은 일본의 레전드급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아성을 넘볼만큼 대단하다 할 수 있겠다. 강풀 만화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만화'라고 하겠다. 이제 문제는 그의 탁월한 스토리 전개가 영화속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는 가이다.


 

    2.원작과의 싱크로율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아파트]나 지나치게 원작에 안주했던 [바보]와는 달리 [순정만화]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원작과의 연관성을 유지했다. 아마도 제작진은 [바보]의 경우를 본보기로 삼아 강풀 원작의 영화화라는 작업은 단지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것 같다. 우선 원작에 등장하는 총 6명의 메인 캐릭터를 4명으로 축소했고, 주인공 연우의 직업, 수영의 가족관계, 숙의 연령, 심지어 겨울이었던 계절적 배경이 여름으로 모두 바뀌었다.

ⓒ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All rights reserved.


이같은 기본설정의 변화자체는 원작의 틀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지만 영화를 웹툰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미 '순정만화: 시즌1'을 감상한 독자들이라도 영화를 보면서 [바보]에서 느꼈을 같은 내용의 반복으로 인한 지루함은 없을 것이라 본다.


 

    3.설정의 변화가 주는 장단점  


제법 손을 많이 댄 설정으로 인해 영화는 비로소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왔으며 원작과는 다른 신선함을 가미하는데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우선 하경의 전 연인 규철의 캐릭터를 삭제(내지는 대폭 축소)한 탓에 하경이 겪는 방황의 의미가 무척 단순하면서도 상투적으로 처리되었다. 또한 숙이 수영과 같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공익근무요원으로 연령대가 올라갔다는 점은 같은 고등학생으로서 연상의 어른과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동질감에서 오는 원작의 매력을 상당부분 퇴색시켰다.

ⓒ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All rights reserved.


심지어 수영의 가정관계 역시 아버지가 가출한 단순 편모슬하의 가정으로 단순화시켰는데, 이는 수영이 가진 트라우마와 부모를 여의고 홀로 살아온 연우의 고독함을 서로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핵심적인 주제를 밋밋하고 추상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영화는 여고생과 노총각 커플이 왜 서로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득력에 있어서 적잖은 헛점을 드러낸다. 하긴 각색에 참여한 스크립터가 무려 9명에 달하니 이 정도로 균형을 잡은게 오히려 기적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4.편집의 아쉬움  


[순정만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에 달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서는 적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보여주고 싶은 내용이 참 많았나보다. 하지만 두 커플의 이야기를 한 영화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을까. 러닝타임에 맞추기 위해 아까운 촬영분을 잘라낸 듯, [순정만화]의 편집은 상당히 거칠게 잘려나간 느낌을 준다. 가령 숙이 하경과 헤어진 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지만 다시 연우와 수영 커플의 이야기로 전환되고 난 시점에서 숙의 얼굴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분명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 싸움을 했을 거라는 건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관객에게 너무 불친절하지 않는가.

ⓒ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All rights reserved.


그 밖에도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조절하지 못한 점이나, 이 커플에서 저 커플로 옮겨가는 이야기의 전환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은 영화를 지루하고 산만하게 만들고 있으며, 어쩌면 이 영화가 완성본이 아닌 '러프컷'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다.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숙-하경 커플의 이야기를 빼 버렸으면 덜 산만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진건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듯.


 

    5.훌륭한 캐스팅  


캐스팅 된 배우들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어느덧 풋풋한 20대의 이미지를 벗고 아저씨 느낌을 풍기기 시작한 유지태는 캐릭터에 알맞은 외모와 연기력으로 한발 다가섰고, 하경 역의 채정안 역시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보여준 차갑고도 이지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며 주어진 역할을 무난히 소화해 낸다. 무엇보다 한수영 역의 이연희는 원작의 캐릭터와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가 되었다. 물론 이 작품에서 영화제에 걸맞은 후덜덜한 연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6.총평  


채정안은 예뻤고, 이연희는 사랑스러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순정만화]는 그간 영화화 된 강풀의 작품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다. 실제로도 흥행에 있어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무엇보다 연인들을 위한 맞춤용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경쟁작들과의 우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원작에 안주하지 않고 원작의 재해석에 과감하게 도전한 제작진의 의욕을 높이 평가한다.

ⓒ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All rights reserved.


다만 편집의 불완전함과 강단없는 밋밋한 각색으로 인해 원작이 가진 치밀하고 매력적인 각본의 장점을 희석시켰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한 여름에도 연인을 위해 가짜 눈을 뿌려줄 로맨티스트와 함께라면 영화를 보는 2시간이 따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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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8년 12월 8일자 미디어몹의 메인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 [순정만화]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J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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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저도 리뷰에 남겼지만 조금만 더 가다듬었더라면...
    강풀 원작의 순정만화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로서 뛰어난 순정만화가 될뻔했는데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누가 뭐래도 강풀 만화 영화화 된 것중에는 최고라는 타이틀은 가져갈만한 작품이죠^^

    트랙백 걸어놓고 물러갑니다^^

    2008.12.05 12:3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솔직히 이연희의 모습을 더 보고 싶었습니다 ㅜㅜ 그냥 채정안, 강인 커플은 안나와도 될뻔...

      2008.12.05 13:14 신고
    •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페니웨이님도 채정안 강인 커플이 썩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보네요...

      저도 똑 같은 심정입니다. 이 작품은 사실 유지태 이연희 커플만 가지고 멋드러지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2008.12.05 13:1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채정안-강인 커플이 빛을 발하려면 필연적으로 규철-붕어빵 아줌마가 등장해야만 합니다. 임의적으로 캐릭터 둘을 빼놓고 얘기를 진행하려니 채정안-강인의 비중이나 존재감이 공중에 붕 뜬거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이연희-유지태 커플의 플롯마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차라리 정말 과감하게 이연희-유지태로 올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원작속에 담긴 마음의 치유라는 테마가 제대로 살아났을거라 봅니다. 이부분은 좀 아쉽네요

      2008.12.05 13:33 신고
  2.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이 캐스팅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만화팬들이 주로 그렇겠지요.
    하지만 캐스팅자체는 상당히 그림이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역시 문제는 어떤식으로 연출하냐인데 원작을 많이 벗어난 느낌이 드는군요.
    스토리나 이야기 진행방식이 원작과 다르더라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의미같은것만 제대로 넣어준다면 성공이라고 할수가있는데 대표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나 "타짜" 같은것 영화들있습니다. 이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해줬으면 합니다.


    -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이런 멜로는 혼자서는 감상이 불가능하군요....이 추운 계절에 커플들 틈에서...

    2008.12.05 15:5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연희 우왕ㅋ 굿ㅋ 라니까요. 이 이상 좋은 캐스팅은 솔직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넘사벽급의 슈퍼신인이라도 나타나지 않는한 말이죠.

      다행히 저는 이번에 혼자 보지는 않았답니다.ㅋ 만약 혼자 봤다면 울면서 나올뻔 했어요 ㅠㅠ

      2008.12.05 16:17 신고
  3.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행히 저는 이번에 혼자 보지는 않았답니다"...

    음... 음... 음...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요...

    2008.12.06 13:36
  4. 무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선 DVD가 나와야 볼 수 있군요.. ㅜ.ㅜ 원작 커플 중 제일 맘에 들던 커플이 선생님-직장상사 였는데 ㅋ

    2008.12.07 03:09
  5. 너른호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마 극장판은 러프컷, DVD는 완전판 이런 설정은 아니겠지요. -_- 역시나 진행이 좀 아쉽더군요.

    그래도 건진 건 이연희. (응?) 원작의 김연우-한수영 커플이 저런 느낌이겠구나~ 라는 걸 팍팍 느꼈습니다. 역시나 교복이..... (헙)

    2008.12.07 18:4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상컨데 DVD로는 감독판 나올 가능성이 80%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서플에는 삭제장면이 잔뜩있지않을까...

      저 역시 이연희 때문에.. 쿨럭..

      2008.12.07 21:34 신고
  6.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보러 혼자 다닌지는 10년도 훌쩍 넘었고,
    이 영화에 관심도 생깁니다만...
    이런 영화는 혼자 보기 좀 거시기하군요. 다른 관객이 죄다 커플일테니. 크크
    뭐 할 일 없는 친구들이나 후배들 데리고 가려면 갈 수는 있지만
    그것도 귀찮아서... -_-;;;
    그냥 원작이나 사서 봐야겠습니다. 원작도 안 봤으니. ^^

    2008.12.08 16:59 신고
  7. 태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면서 흐뭇한 영화였습니다. 저도 이연희를 좀 더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
    강풀 원작 중에서 가장 흥행성이 보장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원작만화 '26년'이 영화화 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것도 나름 기대중입니다. orz

    2008.12.09 15:31
  8. 라라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화에서의 잔잔하고 애잔함이 원체 큰데다가 그것을 영화화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영화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원작을 먼저 본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가시질 않네요....ㅜㅜ

    2008.12.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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