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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는 분명 대성공이었다. PC통신소설을 훌륭히 영상으로 옮겨낸 이 작품은 전지현, 차태현 두 스타의 이미지를 200% 활용해 원작의 캐릭터를 재가공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 한국영화계의 로맨틱 코믹물에 한 방향을 제시했다. 심지어 헐리우드와 일본에서도 [엽기적인 그녀]의 상품성을 인정해 리메이크를 시도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은 큰 부작용을 낳았다. 우선 주연배우인 전지현부터도 엽기녀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었으며,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이후로 곽재용 감독의 작품속에 항상 [엽기적인 그녀]의 잔재가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아예 제껴두고라도, [클래식]에서조차 [엽기적인 그녀]에 언급된 '소나기'의 교묘한 리버전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는 건 결코 필자만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닐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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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씨네. All Rights Reserved.

엄청난 성공 이후 감독과 주연배우에게 만만찮은 부작용을 안겨주었던 [엽기적인 그녀]



결국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곽재용 감독은 애초에 구상했던 '그녀 3부작' (혹은 여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 방점을 찍지 못한채 [무림 여대생]을 제작하지만, 개봉 연기라는 참담한 굴욕에 직면한다. 더 이상 한국에서 '엽기녀'의 재탕으로 승부할 수 없음을 깨달은 곽 감독은 일본으로 진출해 [엽기적인 그녀]의 또다른 변주를 시도한다. 그 작품이 바로 [싸이보그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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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씨네 外. All Rights Reserved.

곽재용식 트릴로지, 그녀 3부작의 완성.



[싸이보그 그녀]는 [엽기적인 그녀]의 기본적인 틀, 순하디 순한 한 남자와 예측불허의 괴팍한 행동을 일삼는 쭉쭉빵빵 늘씬한 절세미녀의 만남, 그리고 그 커플이 겪는 상식밖의 에피소드들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졌다. 여기에 곽 감독은 시간여행과 사이보그라는 SF적 요소와 더불어 재난영화의 스펙터클로 대미를 장식한다. 최근 인기가두를 달리고 있는 아야세 하루카의 스타 파워도 일본에서의 흥행을 염두해 둔 비장의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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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use Soft Entertainment/Dentsu/TBS/Suplex. All rights reserved.


마치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듯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타임 패러독스의 설정과 로맨틱 코미디의 만남은 색다른 시도이자, 좋은 판단이다. 문제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 어떤 감독이든지 자신만의 연출 스타일과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는 법이지만 이 경우에 있어 문제는 장점이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싸이보그 그녀]는 8년전 [엽기적인 그녀]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영화는 데자뷰를 보듯 어디선가 본듯한 [엽기적인 그녀]의 자기복제를 마음껏 시도하다가 점점 더 많은 허점들을 드러낸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SF로 그리고 재난영화에서 다시 SF로 전환되는 연결점이 매끄럽지 못하고 가뜩이나 부족한 영화의 설득력을 한층 더 황당한 방향으로 나가게 한다. 더 나아가 스펙터클한 분위기의 연출을 위해 끼워놓은 몇몇 장면들 조차 무척 싼티나는 CG들로 도배되어 있다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80억짜리 블록버스터라고 벌써부터 호들갑떠는 홍보전략은 이제 바꿀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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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use Soft Entertainment/Dentsu/TBS/Suplex. All rights reserved.


다행인 것은 '싸이보그 판 전지현'이라 할 정도로 유사한 '엽기녀' 캐릭터를 소화해낸 아야세 하루카의 연기가 제법 쓸 만하다는 것과 역시나 차태현과 오버랩되는 코이데 케이스케와의 앙상블이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일본내의 [싸이보그 그녀]가 그럭저럭의 흥행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두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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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use Soft Entertainment/Dentsu/TBS/Suplex. All rights reserved.


반복되는 얘기이지만 [엽기적인 그녀]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때 [싸이보그 그녀]는 연인들을 위한 팝콘무비로서의 재미는 보장한다. 솔직히 말해 [싸이보그 그녀]가 [엽기적인 그녀] 이전, 아니 적어도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보다 먼저 공개되었더라면 이 영화에 대한 시각은 꽤나 우호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싸이보그 그녀]를 곱게 볼 수 없는 이유는 헤어날 생각이 없는 곽재용 감독의 메너리즘 때문이지,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곽재용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엽기적인 그녀]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작품의 태생적 한계를 자신이 의도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만족스럽게 여기는 발언을 한것으로보아 앞으로도 당분간은 [엽기적인 그녀]의 잔재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P.S : 클라이막스 이후 이어지는 15분 이상의 사족이 인간적으로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지, 국내 개봉판은 오리지널 일본판의 결말을 통채로 들어내 서두에다 끼워 맞추는 대수술을 감행했다. 이로서 타임 패러독스의 잔재미와 인트로에 등장했던 '그녀'의 정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송두리채 날아가 버렸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양쪽 버전을 둘 다 감상한 관객만이 판단할 수 있겠지만 국내 버전의 허전한 결말에 대한 원인은 이 때문임을 알아두길 바란다.

서비스로 시사회 무대인사에서의 아야세 하루카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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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nyway.net All rights reserved. Ayase Photo by Guru™



* [싸이보그 그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muse Soft Entertainment/Dentsu/TBS/Suplex.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엽기적인 그녀 (ⓒ 신씨네. All Rights Reserved.),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아이필름/Edko Films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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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이 작품은 운영자 중 1인이 모군이 혼자서 보고 글을 적기로 했는데..
    그 모군이 아야세 하루카 광팬이라서.. 얼떨결에 다 모여서 보게되었습니다...

    음 그런데 처음에 정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서..(모군은 일본판을 본 상태임)
    모군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왈 형 한국판은 엄청 삭제되어서 몰랐어? 이런 말 듣고 울분이 그냥 ㅡ,ㅡ

    아무리 시간 줄이고 한국적 정서에 맞춘다고 해도 일본에서 개봉한 필름과 한국에서 개봉한 필름이 거의 20여분 차이난다는 것은 정말 아찔합니다...

    전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에 가위질 하는 거 무조건 반대입니다.. 올해 들어서 도대체 가위질 한 영화를 몇편째 보는건지 ㅠㅠ

    P.S 앗 여기 댓글 남기고 가보니 댓글 남겨주셨네요^^ 전 일본판은 못봤는데 일본판 본 운영자 중 한명인 모군 역시 페니웨이님과 의견이 100% 일치합니다. 차라리 일본 오리지널판 그대로 개봉했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약간의 지루함을 동반해도 훨씬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다고 하더라구요.

    2009.05.15 10:2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웃기는게 일본판을 본 관객들의 평가는 사족이 넘 지루하다는게 공통적인 견해였거든요. 그걸 의식해서인지 한국버전에서는 대폭 가위질을 해댄건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ㅡㅡ;;

      2009.05.15 11:27 신고
  2. 머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잔재..라는 표현은 너무 관대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재활용이더군요.

    2009.05.15 10:31
  3. guybrush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밑에서 세번째 사진의 남자배우를 보고 처음엔 차태현인 줄 알았습니다.

    2009.05.15 12:36
  4. Reg Tedd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리뷰 올리셨네요...^^

    곽재용 감독의 시리즈는 늘 남성이 안습인지라...

    그래도, 데이트 용으로는 좋은게.. 여자애들은 여성이 강하게 나오고 남성이 약하게 나오면 은근히 뿌듯해 하더라고요... 남성용 판타지라고 하지만, 여자들도 은근히 즐길 수 있을 듯...

    2009.05.15 12:4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 보고 오셨나요? 저도 참석했어야 했는데 그날 너무 과로하는 바람에..

      2009.05.16 10:00 신고
    • Reg Teddy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혼자봤다면 좀 비판적인 사고로 봤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옆에 사람이 있다보니 좀 즐기게 되더라고요~ 즐기기에 딱 좋은 영화였습니다~ 감독과의 만남도 나쁘지 않았고요~

      2009.05.16 22:17
  5. okt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과는 무관한 내용이지만... 혹시 기존 이미지에 워터마크 있던거 모두 재작업하신 건가요? (ㅎㄷㄷ)

    2009.05.15 15:15
  6.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덧글을 보니....엽기적인 그녀2라고 안 불리는 것이 이상한 상황인 것 같군요...;;;

    2009.05.15 18:37
  7.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잘 보지 않던 시기, 우연히 극장에서 보게된 엽기적인 그녀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인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를 개봉당일날 보게 되었습니다.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이건 뭔지...
    이번 "싸이보그 그녀" 도 역시 마찬가지 더군요.
    말그대로 "여친소" 전에 나왔더라면 좀 더 재미있게 봤겠지만 이런 스타일이 너무 식상해져 버린것인지 좀 불만족 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호하는 여배우들중 하나인 아야세 하루카 덕분에 나름대로 즐겁게 볼수 있었습니다.
    역시 여배우의 매력에는 어쩔수가 없더군요.
    영화자체가 긍정적으로 보일줄이야...

    이런 엽기녀류의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는 않은데 좀 허술한게 문제라고 봅니다.
    좀 더짜임새있게 만들어주면 더 재미있을텐데 말이지요.

    2009.05.15 19:11
  8.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영화 한건 성공한 감독이 사실은 우연이였을뿐 자신의 능력은 별볼일 없다고 광고하고 다니는것 같군요.

    2009.05.15 20:1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단 [엽기녀] 자체는 감독의 판단이 어느정도 작용을 했죠 (그럼에도 지금 다시보는 [엽기녀]는 좀.. ㅡㅡ). 문제는 거기까지가 한계라는 겁니다. 기실 정체가 아니라 퇴보에 가까운 단계를 밟고 있다고나..

      2009.05.16 10:03 신고
  9. 스파이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여친소 참 재미있게 봤는데......ㄷㄷㄷ
    그래도 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감독의 한계가 아닌가 싶네요.

    2009.05.15 21:53
  10. tiama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저~언혀 관심없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뭐, 그래서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이 양반 작품은 볼 생각이 없다고나 할까...(솔직히 [엽기적인 그녀]
    는 보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거라곤 지하철 오바이트 신 뿐 - 이후 한동안 라면이 싫어지더라는....- 인지라 --;.....)

    2009.05.16 02:23
  11. ely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엽기적인 그녀를 참 재밌게 봤는데,계속 같은 컨셉이라 질리긴 하네요^^;
    그래도 이런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2009.05.17 13:15
  12. 만물의영장타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 내리기 전에 봐야 할 듯 해서,
    다른 영화 제쳐두고 급하게 근처 영화관 예매했습니다. 화욜 밤으로~
    근데, 평들이 좀 안좋기는 하군요. ㅎㅎㅎ
    푸딩맛은 먹어봐야 안다고 했으니, 화요일에 먹어보겠습니다. ^^

    2009.05.18 02:30 신고
  13.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영화 보러 가서 뭘 볼까 고르는데 이 영화가 눈에 띄더군요.
    아야세 하루카는 잘 모르지만 페니웨이님의 지난 번 글도 있었고 해서
    여배우 믿고 한 번 볼까... 잠깐 생각 했지만 감독 이름 보고 바로 아웃.
    잘 한 판단이었군요. 크

    2009.05.18 11:33 신고
  14. 누네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른얼른 리뷰써야 했는데 이제서야 포스팅을 했습니다..ㅠ 영화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5.22 13:38
  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9.18 02:29
  16. 감탄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곽재용감독님은 소나기라는 단편소설을 너무 좋아하시는거 같네요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그렇고 사이보그그녀에서도 예민의 '어느산골소년의 슬픈사랑얘기'를 주제가로 한것도 그렇고...
    근데 클래식이라는 영화가 상당히 감성적이고 재미있었던(네이버영화평점도 우수하고)영화였지만
    과거 최수종 주연의 영화 '너에게로 또다시'의 결말부분 장면을 너무 따라한거 같아서 극장에서 보고 좀 놀랐습니다
    시력을 잃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눈이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는

    2010.03.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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