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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를 석권하며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오만하게 외쳤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 그는 [타이타닉]을 끝으로 무려 10년이나 넘게 긴 공백을 가지며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현재 2009년 개봉을 목표로 [아바타]의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몰고오는 그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팬앞에 나타날지 사뭇 기대가 크다.

ⓒ Entertainment Weekly and Time Inc. All rights reserved.


[타이타닉]으로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초토화 시킨 제임스 카메론에게도 시작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과연 그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를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피라냐 2]라고 외칠테지만, 유감스럽게도 틀렸다. 물론 극장용 장편 데뷔작은 [피라냐 2]가 맞긴 하지만, 그 이전에 감독으로 크래딧을 올렸던 영화는 따로 있다. 바로 [제노제네시스]라는 작품이다.

한동안 영화 매니아 사이에서 필름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조차 불투명한채 '전설적인 작품'으로만 알려졌던 [제노제네시스]는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바로 그 첫 번째 작품으로서 향후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1977년, 북미지역을 강타한 영화계의 혁신적 SF영화 [스타워즈]가 개봉되었을 때, 카메론은 일종의 쇼크상태에 빠졌다. 항상 영화계를 동경해왔던 그는 트럭운전을 하면서 틈틈이 영화에 대한 각종 지식을 습득하던 중이었는데, 이 한편의 영화로 인해 초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스타워즈]를 보며 이렇게 느꼈다. '젠장, 다른 감독이 벌써 만들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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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1977년작 [스타워즈].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더불어 제임스 카메론의 일생을 바꿔놓은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의 제작 시스템은 고사하고 카메라 작동법도 제대로 몰랐던 카메론은 일단은 영화를 만들고 보자는 마음만 앞선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제작비 문제로 고민하던 그에게 마침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다. 1978년 오렌지 카운티 지역의 치과의사협회에서 세금 공제를 받고자 영화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로부터 이 사실을 듣게 된 카메론은 당장 치과의사협회를 찾아가 자신이 구상했던 여러 아이디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다행히 협회측에서는 카메론의 아이디어 중 기계와 인간이 서로 대립하는 스토리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영화의 예산으로 40만 달러를 책정해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고 카메론에게 2만 달러의 현찰을 우선적으로 지원했다.

1차적인 돈 문제가 해결된 카메론은 본격적인 영화 제작에 돌입한다. 먼저 그는 '4만불 어치의 35mm 카메라 장비'를 대여했는데, 일반적인 아마추어용 저예산 영화에 사용되는 카메라가 16mm 이하의 저가형 장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카메론이 가졌던 포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실감케 한다. 그는 자신의 처녀작이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되길 원했던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제작비로 책정된 40만 달러의 기준이 '저예산 장편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해 넣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 /FILM.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싼돈을 들여 장만한 35mm 카메라의 사용법을 아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빌리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카메론은 결국 스스로 카메라 사용법을 익혀야만 했는데, 필름을 갈아끼우는 데에만 하루를 다 소비해야 할 정도였다. 출연배우는 총 2명, 스탭은 3명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카메론이 필요한 소품을 직접 만들어가며 순수 '핸드메이드' 특수효과를 완성해 나갔지만, 치과의사협회로부터의 제작비 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이미 촬영된 필름만을 가지고 후반작업을 진행했고 비록 미완성이지만 완성도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졌던 그는 [제노제네시스]를 자신이 살던 동네 극장에서 개봉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제노제네시스]는 약 12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SF액션영화다. ([에이리언 2],[터미네이터],[어비스] 등 그의 필모그래피중 SF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로봇과 인간이 '종(種)의 번식'이라는 생존권을 가지고 대립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비록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가지긴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원맨쇼'가 고스란히 담긴 제작 환경으로 완성된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그 완성도에 있어서 감탄을 자아내는 영화다. (카메론은 이 작품을 위해 각본, 촬영, 소품, 편집, 감독 등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했다)

거대 로봇이 격돌하는 장면은 스톱모션으로 촬영이 되었는데, 어지간한 중소영화사의 B급영화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제노제네시스]에 사용된 여러 가지 클리셰는 훗날 카메론의 역작 [터미네이터]나 [에이리언2]에서 보다 완성된 형태로 재현된다. 그 증거를 다음의 캡쳐를 통해 확인하자.


Terminator ⓒ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오프닝 크래딧. 컴퓨터의 자판으로 입력하는 듯한 오프닝 크래딧은 훗날 [터미네이터]의 그것과도 매우 유사한 느낌을 준다.



Terminator ⓒ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상반신은 로봇의 형태에 하반신은 탱크 모양의 캐터필러를 채용한 (마치 [기동전사 건담]의 건탱크 같은) 로봇의 디자인은 [터미네이터]의 미래 회상씬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로봇 디자인은 조나단 모스토우의 [터미네이터 3]에서도 오마쥬된다.



Terminator ⓒ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로봇 캐터필러의 클로즈업 씨퀀스 역시 [터미네이터]에서 반복되는 클리셰이다.


Aliens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거미형 로봇을 조종하는 여주인공. 모션 트레이스 방식으로 조종하는 원리는 훗날 [에이리언 2]에서 리플리가 퀸 에이리언에 대항에 조종했던 파워로더과 유사한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시종일관 도망다니기만 하는 남자주인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적에 맞서는 여성의 모습은 카메론이 지향하는 페미니즘 전사의 이미지와도 정확히 부합된다.


저작권자 미상.


[제노제네시스]의 인트로 화면. 한쪽 팔이 사이보그인 남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두말할 나위없이 [터미네이터]의 설정과 흡사하다.


저작권자 미상.


로봇 대 로봇. [터미네이터 2]에서 구체화 되는 설정은 [제노제네시스]에서 거대 로봇의 격돌로 표현되고있다. 카메론식 스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사실상 [제노제네시스]는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다. 영화경험이라고는 전무했지만 이미 이때부터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카메론의 머리속에 구상되어 있었으며, [제노제네시스]는 단지 그의 거대한 비상을 위한 날개짓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혼자서 영화 제작을 도맡아 한 그의 작업방식은 훗날 왜 그가 완벽주의에 가까운 감독으로서 촬영장의 독재적 체제를 고집하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한편 영화판에 뛰어들겠다고 모든 것을 때려치운 제임스 카메론은 'B급 영화계의 대부' 로저 코만의 뉴월드 픽쳐스에 취직하게 된다. 영화에 관한한 생초짜에 불과했던 카메론이 '스타 감독들의 등용문'이라 불린 뉴월드 픽쳐스에 취직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제노제네시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뉴월드 픽쳐스의 특수효과 팀을 담당했던 척 코미스키가 [제노제네시스]를 통해 이 풋내기 청년이 가진 잠재력을 간파했고 카메론을 자신의 팀에 합류시킨 것이다.

이렇듯 영화계와는 어떤 연줄도 없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영화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제노제네시스]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에는 카메론이 가진 재능 - 저예산, 고효율의 작업능력, 영화에 대한 열정, 번뜩이는 아이디어- 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애초에 장편을 염두해 둔 작품이라 영화 자체로는 완결되다 만 예고편적인 성격을 띄고 있기에 아쉽긴해도, 언젠가 카메론이 옛추억을 회상하며 제대로 된 작품을 내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 하다.


P.S: 흥미로운 사실들

1. 제노제네시스(Xenogenesis)라는 말의 의미는 '외계종족의 탄생(birth of an alien species)'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2.[제노제네시스]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윌리엄 위셔 주니어는 제임스 카메론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 역시 헐리우드에 입성해 [터미네이터 1,2]에서 각본가로 일했고, 두 편의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까메오로 출연했으며, [어비스]에서도 모습을 비췄다.

3.[제노제네시스]에 사용된 OST는 유명한 작곡가 버나드 허만의 [아르고 황금 대탐험 (Jason And The Argonauts)]과 [미스테리어스 아일랜드 (Mysterious Island)]에 삽입된 음악을 사용한 것이다.



* 본 리뷰는 영화 칼럼니스트 김정대님께 자문을 구해 작성했음을 알립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 [제노제네시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현재 [제노제네시스]의 저작권자는 불명)

* 참고 스틸: 제임스 카메론 아카데미 수상 상면(ⓒ Entertainment Weekly and Time Inc. All rights reserved.), 젊은 시절의 제임스 카메론(ⓒ /FILM.All rights reserved.),터미네이터(ⓒ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스타워즈(ⓒ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에이리언 2(ⓒ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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