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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퍼 - 속편을 위한 90분짜리 예고편

페니웨이™ 2008. 3. 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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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반 최대의 기대작 중 한편인 [점퍼]가 개봉한 지도 한달이 지났다. [본 아이덴티티],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로 액션영화의 새로은 지평을 열었던 덕 라이먼 감독의 신작이라 그 기대 또한 남다른 것이었다. 예상대로 [점퍼]는 개봉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에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비평가들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과연 [점퍼]의 어떤 점이 비평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일까? 승승장구하던 덕 라이먼의 질주에 제동을 걸만큼 [점퍼]는 위태로운 작품인 걸까?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1.소재의 특이성  


[점퍼]는 스티븐 굴드의 원작을 각색한 SF 스릴러로서, '순간이동(텔레포트)'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점퍼'라고 불리는 능력자들과 그들을 오랜 세월동안 숙청했던 조직 '팔라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 이렇게 보면 순간이동이라는 소재는 마치 히어로물을 연상시키는 진부한 소재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퍼]는 선과 악이 대비되는 히어로 영화의 전형성을 뺀 독특한 영화다. 실제로 영화 초반에 데이빗(헤이든 크레스텐슨 분)이 소파에 앉아 시청하는 TV 화면에는 수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수재민들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러나 데이빗은 그들을 도와줄 만한 충분한 힘이 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마땅히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어려운 시민을 구출하는 영웅상과는 일찌감치 거리감을 두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점퍼]에서는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 주인공 데이빗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은행의 돈을 마음껏 훔쳐다 탕진하는 범죄자다. 반면 점퍼들을 사냥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 '팔라딘'인 롤랜드(사무엘 L. 잭슨 분)는 인정사정없는 냉혹한 인물이며, 아무 죄도 없는 데이빗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잔인한 인물이다. 분명 [점퍼]의 이 참신한 소재와 방향성은 이 작품이 단순한 초능력자들의 활약상을 담기 보단 오히려 그들의 능력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하는 스릴러로 전향되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2.배우들  


[스타워즈] 프리퀄의 아나킨 스카이워커에서 몇 년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작년 [어웨이크]로 복귀한 후 이번 [점퍼]로 주연급 배우로서의 자리를 다시금 확인했다. 사실 이는 덕 라이먼의 선택 덕분이었는데, 원래 [점퍼]의 주연은 10대 배우인 톰 스터리지가 캐스팅 됐었다. (이 역시 덕 라이먼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십대들의 설익은 사랑타령에 관심을 나타낼 성인관객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폭스사 회장의 의견에 자신의 선택을 재고한 라이먼은 '연인간의 사랑에 대한 깊이'를 고려할 때 20대의 주인공들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 결국 헤이든을 전격 주연으로 발탁했다. 이는 촬영이 시작된 이후에 내려진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헤이든의 연기는 그가 '다스 베이더'를 연기할 때보다 오히려 한단계 퇴보한 듯한 느낌을 준다. 어딘지 붕 떠있는 듯한 연기, 대형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발성,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배우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헤이든은 [점퍼]를 통해 [스타워즈]에 이어 확실한 프렌차이즈를 얻은 셈이다. 감독 잘 만나는건 타고났다고나 할까.

한편, 히로인인 밀리 역시 원래는 10대 배우 테레사 파머가 캐스팅 된 상태였다. 그녀는 데이빗 역이 헤이든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촬영에 함께 임했으나 라이먼 감독은 단지 분장만으로 테레사를 20대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것인가를 깨달았다. 결국 밀리 역은 감독의 TV 시리즈인 [The O.C]에 출연했던 레이첼 빌슨으로 교체됐다. 아직은 스크린에서 신인인 그녀는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 하는 인물은 아닌 관계로 영화에 이렇다할 영향력을 주지는 않았으나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배우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반면에 그리핀 역의 제이미 벨은 처음부터 이 역할에 낙점된 배우였다. 그런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듯 제이미 벨의 연기는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자연스럽고 캐릭터에 잘 동화된 호연을 펼치고 있다. 롤랜드 역의 사무엘 L. 잭슨과 [스타워즈 Ep 2,3] 이후 헤이든과의 리턴 매치라는 의미에서 큰 기대를 품었던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오히려 박터지게 싸우는 쪽은 헤이든이 아니라 제이미 벨이라는 점을 잊지말자. 그 외에 다이안 레인의 등장은 짧지만 많은 것을 암시하는데 다분히 속편을 위한 떡밥 캐릭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을 듯.


 

    3.속편을 위한 프롤로그?  


작년 말에 이와 비슷한 의미로서 상당히 욕을 먹었던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황금나침반]의 경우가 그러했다. 사실상 단일 완결구조가 취약한 작품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점퍼]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최고의 삼부작이라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첫 단추를 끼웠던 [본 아이덴티티]를 연출한 감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속편을 노골적으로 염두해 둔 이야기 구조가 점수를 왕창 깎아먹고 있다. 설사 이 작품의 원작이 시리즈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예고편을 돈주고 보기위해 극장에 온듯한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4.[점퍼]의 장점  


그렇지만 [점퍼]는 짧은 러닝타임만큼이나 타이트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감독은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데이빗의 유년시절을 짧게 단축한 반면 그가 팔라딘의 추격을 받으면서 출생의 비밀에 다가서는 과정을 매우 숨가쁘게 진행시키는 편이다. 영화는 원작인 '점퍼' 1권에 해당하는 스토리 중 많은 부분을 각색했는데, 사실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방황 등 심리적 갈등에 대한 표현이 완전히 배제된 상황에서 액션만을 강조한 점이 다소 불만스럽긴 하다. 그 액션마저도 덕 라이먼의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밋밋하고 심심하다는게 문제지만, 오락물로서의 [점퍼]는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특히나 '예고편이 전부인' 대다수의 작품과는 달리, [점퍼]는 예고편에서 보여주지 않은 많은 명장면들을 화면 가득히 수놓는다. 관객들은 기대 이상을 자주 등장하는 순간이동 장면에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이집트, 로마, 프랑스, 뉴욕, 도쿄, 몬트리올, 미시간, 남아공, LA, 멕시코, 심지어 아마존까지 분주하게 이동하는 풍부한 로케이션 촬영에 감탄할 것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찍을 때에도 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해 포기해야 했던 콜로세움 내부의 촬영장면은 [점퍼]의 제작진들이 얼마나 현장감을 살리는데 철저한 계산을 두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5.속편으로의 기대  


원작소설의 2권은 일종의 스핀오프로서 그리핀의 유년기와 성장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러 가지 정황상 [점퍼 2]에서는 이같은 순서를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속편에서는 다이안 레인이 맡았던 데이빗의 어머니 메리의 비중이 좀 더 커질 것 같으며, 롤랜드와 데이빗, 그리고 그리핀의 갈등 구조가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데이빗과 말리의 러브라인도 '[점퍼]의 핵심은 러브스토리'라고 말한 라이먼 감독의 말처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어 질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어디까지나 '워밍업' 같다는 느낌을 준 [점퍼]이니 만큼 속편에서는 파격적인 액션이라든가 여기저기 살짝 뿌려놓은 떡밥의 정체를 분명히 드러내줘야 한다는 점이다. 2편마저 3편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이용한다면 그때 쏟아질 관객과 평단의 비난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니까.


 

    6.총평  


아무래도 덕 라이먼의 이름 뒤에는 [본 아이덴티티]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좋은 기억이 자리잡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관객들 또는 평론가들은 이러한 기대치에 맞추어 [점퍼]를 평가할 것이며 물론 [점퍼]는 이에 다소 못미치는 작품이긴 하다. 그러나 [점퍼]는 분명히 좋은 소재를 가진 오락물로서 재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작품이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어쩐지 먹다만 것 같은 적은 양의 냉면을 연상시키는 짧은 러닝타임이 주는 아쉬움과 속편을 위한 포석으로 쓰인 감독의 꼼수가 조금 불쾌하긴 해도 영화내내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는 면에서 [점퍼]는 충분히 차기작을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울러 제이미 벨이라는 젊은 배우의 발견이라는 생각외의 성과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아직도 제 갈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력은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 [점퍼]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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