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3]의 음침한 분위기로 데뷔해 [세븐],[더 게임],[파이트 클럽],[패닉룸] 등의 잇다른 히트작을 만든 데이빗 핀처 감독. 비록 데뷔작인 [에이리언 3]가 실패해긴 했으나, 그의 장기는 일련의 스릴러물을 통해 여실히 입증되었다. 그가 내놓은 5번째 스릴러물 [조디악]은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비교해 볼때 다소 의외성을 가지는 작품이다. 그간 데이빗 핀처의 스릴러 영화를 보아온 관객이 기대한 그러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홍보사는 [조디악]이라는 영화의 실체를 그렇게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는 듯 하다. 무려 37명의 희생자를 내었던 사상초유의 연쇄살인범과 그가 각 언론사에 도전적인 편지를 보냈다는 표면적인 플롯만 보고 있자면 여지없이 [세븐] 스타일의 스릴러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면 [조디악]은 그간 데이빗 핀처가 만든 작품들 중 가장 지루하고 템포가 느슨한 영화임을 알게 된다. 영화내내 보여지는 것이라곤 형사와 범인의 치밀한 두뇌싸움이 아니라, 범인의 뒤를 추적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불쌍한 인생이다. 1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비록 이 작품의 주인공이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제이크 질렌할 분)라는 만화평론가이긴 하지만, 때론 형사 데이빗 토스키 (마크 러팔로 분)나 기자인 폴 에이브리 (로버트 다우니 Jr. 분)가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는 '조디악 킬러'를 쫒는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하는데 그것도 무려 3,40년의 세월동안 끈질기게 범인을 추적하는 긴 세월을 그대로 영상에 담았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러닝타임 2시간 36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조디악]은 '조디악 킬러'에 집착해 스스로를 파멸시켜 나가는 여러 인물들을 보면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어떤 사람은 알콜 중독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결혼 생활이 파탄나며, 또 어떤이는 직장에서 좌천을 겪는다. 이들은 모두 조디악 킬러가 만든 제2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결국 '조디악 킬러'는 잡히지 않는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그랬던 것 처럼 이 영화는 누가 범인이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진실을 쫓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 미국 평론가들의 반응은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국내 관객들에게 어떨게 보일것인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요"이다. 물론 이 작품이 가진 풍부한 디테일, 사실적인 묘사와 다큐멘터리적 구성은 흠잡을데가 없지만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스릴러 치고는 매우 무덤덤하며, 감정의 기복도 그리 크지가 않다. 따라서 우리에겐 이 비슷한 소재의 [살인의 추억]이 훨씬 더 정서적으로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같은 살인사건 실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데이빗 핀처의 열렬한 팬이라면 필관람이다.
* [조디악]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Paramount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흥미롭게도 [세븐]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바로 이 '조디악 킬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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