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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열전(古典列傳)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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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일반화 되어 있어 웬만큼 큰 규모의 작품은 의례 블록버스터라 부르는게 관행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 제작비의 규모와 상관없이 블록버스터란 말은 일반적으로 북미 지역(미국,캐나다)에서 연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영화(전세계적으로는 4억 달러 이상)를 가리킬때 사용되던 말입니다.

우리가 블록버스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오늘 소개할 [죠스]라는 작품이죠. 헐리우드 영화사상 최초로 1억 달러의 고지를 돌파한 [죠스]는 '블록버스터의 원조'로서,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스티븐 스필버그를 일약 스타급 감독으로 만들어준 수작입니다.

[죠스]가 미친 영향을 고려하자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한동안 여름철 야외 수영장의 아이들용 튜브에는 상어 그림이 어김없이 그려져 있었고, 모 아이스크림 업계의 히트상품인 '죠스바'는 수십년째 효자상품으로 군림중이니까요. 뭐 요즘은 '백상아리 죠스'라는 스핀오프까지 나왔다는.. 쿨럭.

ⓒ Lotte. All rights reserved.

여름철 효자상품, 죠스바


그외에도 [죠스]는 영화 업계내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B급호러영화의 하위장르로 여겨졌던 크리쳐물을 흥행성이 보장되는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점도 그렇지만 무수히 양산되는 아류작들이 '해양 서스펜스'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공식을 담고 있는 [죠스]를 일종의 텍스트로서 참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죠스]는 스필버그 개인의 독자적인 창조물은 아닙니다. 이미 550만부가 팔려나간 피터 벤클리(Peter Benchley)의 동명소설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에는 '아가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음) 그럼에도 [죠스]가 원작자의 이름보다 스필버그의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그의 영민한 연출력과 상업영화의 필수적인 요소를 잘 간파한 천재적 재능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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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식 출간된 소설판 죠스. '아가리'의 압박.. ㅡㅡ;;


일례를 들어볼까요? [죠스]의 원작소설은 사실 인간적인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마을을 경제적 위기로부터 지키기 위한 시장과 상어퇴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신임경찰서장 브로디와의 대립. 그리고 백전노장의 상어잡이 퀸트와 해양학자 후퍼의 팽팽한 긴장감의 구도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한 브로디의 아내 엘렌과 후퍼의 불륜이라는 통속적인 설정도 소설에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6세의 청년감독 스필버그는 [죠스]의 원작을 어떻게 상업적 시각으로 바라보았을까요? 그는 과감하게 엘렌과 후퍼의 그렇고 그런 로맨스를 통채로 들어내 버렸습니다. 영화 [죠스]가 놀랍도록 스피디하고 경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늘어지는 요소들이 스필버그에 의해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물들의 갈등 구조를 살리긴 하되, 영화 속의 실질적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상어'임을 꾸준히 관객들에게 각인시켰지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물론 [죠스]가 30여년전의 아날로그 기법에 의존한 작품이기에 특수효과의 수준도 오늘날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죠스]에서의 상어가 [딥 블루 씨]의 상어보다 훨씬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만큼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감나는 괴물의 모습이냐가 아니라 극의 분위기와 빠른 편집, 그리고 서스펜스의 강도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얘기입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죠스]의 가짜상어 브루스와 스필버그 감독.


흥미로운 사실은 스필버그 자신도 자신의 로봇 상어 ('브루스'라는 애칭이 있죠)가 실제 상어처럼 리얼하지는 못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스필버그의 천재성이 또한번 발휘되는데, 놀랍게도 [죠스]에서 상어가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영화가 한참 흐른 뒤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상어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상어의 시각으로 사물을 훑어보는 카메라 워크가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더해 존 윌리엄스의 전설적인 스코어가 으스스한 공포분위기를 한껏 조성한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관련 포스트 바로가기)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시각적 공포의 주된 장치는 상어의 모습이 아니라 상어의 시점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니다. 퀸트 일행이 상어를 뒤쫒는 후반부는 가히 액션 어드벤쳐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박진감을 자랑하는데, 그럼에도 상어의 모습은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어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는건 상어 몸에 메달린 세통의 노란색 공기통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필버그는 로봇으로 만든 상어보다도 주변의 소도구와 촬영시점, 그리고 음악등의 요소를 통해 백상어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죠스]가 개봉한 때가 1975년이니 지금으로부터 벌써 30년도 훨씬 더 된 작품이지만 여전히 [죠스]는 허술하지가 않습니다. 의심나면 지금이라도 [죠스]를 빌려놓고 온 가족이 시청해보시길 권합니다. 살점이 튀고 피가 난무하는 요즘의 말초적인 공포물 보다도 적절한 유머와 긴장감이 고루 배합된 스필버그의 [죠스]야 말로 여름날 시원한 2시간을 보내기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한 영화라는 것을 느끼게 될테니 말입니다.


P.S:

1.이 작품은 PG 등급을 받았지만 고어적인 요소가 몇군데 있습니다. 초등학교때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접한 저로서는 아직도 그 충격이 뇌리에 남아있거든요. ㅠㅠ 참고하시길.

2.[죠스]는 총 4편까지 만들어졌습니다. 2편은 흥행에 성공했으나, 3,4편의 완성도는 그야말로 최악. 흥미롭게도 [백 투 더 퓨쳐 2]의 미래씬에서 [죠스19]를 상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독은 맥스 스필버그로 되어있습니다. 다름아닌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들이랍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백 투 더 퓨쳐 2]의 한장면. 자세히 보면 [죠스19]의 감독이 맥스 스필버그로 되어 있다.


3.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환상적입니다. 특히 퀸트 역의 로버트 쇼와 후퍼 역의 리처드 드레이푸스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원작의 캐릭터를 매우 잘 살렸습니다. 서장 역의 로이 샤이더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얼마전에 고인이 되셨지만요. ㅠㅠ




* [죠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백 투 더 퓨쳐 2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죠스바(ⓒ Lott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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