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사운드로 느끼는 괴수물의 공포감

페니웨이™ 2008. 8. 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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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지가 절단되고 피가 스크린 가득 튀는 고어성? 아니면 시도때도 없이 눈알을 뒤짚고 얼굴을 디미는 귀신들의 깜짝쇼? 그것도 아니면 보기만해도 식욕이 마구마구 감퇴되는 혐오성 괴물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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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진짜 무서운건 단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유혈극 외의 요소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이다.



이런것들은 단지 시각적인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비주얼이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공포와 스릴을 느끼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부분은 보이는 부분에 있지 않다. 진짜냐고? 만약 당신이 가장 무섭게 본 영화가 있다면 다시 한번 그 영화를 재생해 보라. 단, 볼륨을 0으로 놓고 말이다. 예전에는 화들짝 놀랐던 장면들이 그저 무덤덤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 공포영화에 있어서의 핵심은 비주얼이 아니라 바로 '사운드'에 있다.

이제 이 무더운 여름날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줄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공포영화에 있어서 사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필자는 미친 살인마가 나온다던가, 좀비 아해들이 흐느적거리는 작품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일명 '크리쳐 물'이라고 불리는 공포영화의 하위장르에서 세 편을 선택했다. 선택한 작품은 사운드의 두 부분, 즉 음악과 음향효과를 극대화시킨 영화들로 선정했다.


죠스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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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작이다. B급호러영화의 하위장르로 여겨졌던 크리쳐물을 일약 블록버스터로 탈바꿈 시킨 스필버그의 천재성이 돋보였던 작품으로서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납령특집극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영화다. 물론 [죠스]가 거대 식인상어라는 '괴수급 캐릭터'의 카리스마가 워낙 대단했던 면도 무시 못하겠지만, 놀랍게도 [죠스]가 관객들의 염통을 쫄깃하게 했던건 바로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필버그 자신도 자신의 로봇 상어 ('브루스'라고 한다)가 실제 상어처럼 리얼하지 못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했다는 점이다. 실제 상어가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은 영화가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난 후이며, 그나마 등장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상어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남을 수 있었던건 상어의 시점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화면과 더불어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이 으스스한 템포의 음악이 굉장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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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속의 가장 무서운 장면에서조차 상어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상어가 지켜보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의 카메라 시점과 존 윌리엄스의 두근거리는 음악만이 있을뿐..

 
따라서 [죠스]를 다시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제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영화속에서 어떤 위력을 갖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감상해보시길 바란다. [죠스]라는 영화가 주는 공포감의 절반이상은 바로 음악임을 알게 될 테니까 말이다.



클로버 필드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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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사운드를 고려함에 있어서 음악만큼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음향효과'다. 아카데미에서도 '음향효과상'부분을 별도로 마련했을 정도로 영화속 음향효과의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 올해 초 관객들에게 쇼킹한 충격을 전달한 영화인 [클로버필드]는 음향효과를 통해 공포감을 주었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돌아오는 아카데미 음향부분에 노미네이트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클로버필드]가 핸드핼드 기법이라는 비주얼적인 측면의 참신함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건 사실이지만, 여기서 사용된 음향효과는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괴물이 발을 딛는 소리와 포효하는 괴성, 괴물을 향해 쏘아대는 방위군의 포화소리가 마치 내 옆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대단한 현장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우퍼의 볼륨을 조금만 높혀도 집안 전체가 흔들릴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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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d Robot/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필자가 [클로버필드]의 정식리뷰때에도 이 작품은 스크린의 크기보다는 사운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극장에서 감상할 것을 권한바 있는데, 정신없이 흔들리는 핸드핼드 촬영에 멀미를 느끼는 관객이라면 큰 화면보다는 음향효과가 주는 스릴감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레퍼런스급 방음시설을 갖추지 않고서야 집안에서 이런 사운드를 만끽한다는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클로버필드]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 스타일의 영화임으로 OST없이 순수한 음향효과로 이루어져있는 작품이어서 괴수물의 또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정작 괴수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보여지는건 몇분에 지나지 않기에 더욱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의 효과를 만끽하게에 충분한 작품.



에이리언 2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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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로서는 전편인 [에이리언]에 비해 다소 액션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경향이 있지만, [에이리언 2]는 여전히 스릴과 공포감을 느끼는데 있어서 유효한 영화다.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이 정적인 스릴과 공포에 주안점을 둔 반면,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2]는 보다 스케일을 키워 '에이리언들'과 해병대와의 대치상황에서 오는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당연히 [에이리언 2]의 사운드가 주는 스릴은 대단하다. 특히 생체 탐지기의 '뚜 뚜 뚜' 하는 음향효과만으로도 괴물들의 규모를 상상케 만드는 심리적 압박감은 제임스 카메론의 천재적 연출감각을 엿볼 수 있는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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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아카데미 '음향 편집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운드의 효과를 잘 살린 작품이며, 더불어 국내에 출시된 DVD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도입한 THX 오디오 인증을 받은만큼 사운드에 관한한 가정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음향효과와 더불어 제임스 호너의 박진감 넘치는 오리지널 스코어는 [에이리언 2]의 액션 블록버스터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이상의 작품들 외에도 음악으로, 또는 음향효과로 공포감과 스릴을 배가시키는 작품들은 많다. 공포영화에 있어서 중요한건 화면의 크기나 영상의 잔혹함이 아니라 얼마나 영리한 사운드의 활용이냐에 달린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원천적인 한계가 있는 가정용 스크린과는 달리, 사운드 만큼은 투자하기 나름으로 얼마든지 극장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출 수 있으므로, 이 기회에 빠빵한 홈시어터에 투자해 보는건 어떨까? 물론 옆집에서 항의 들어오는 것에 대해선 필자는 책임질 수 없다.

* 본 포스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이미지: 싸이코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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