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많은 슈퍼히어로물이 개봉되는 2008년의 극장가. [아이언맨]으로 포문을 연 헐리우드의 히어로들은 한달이 멀다하고 미국 국적의 히어로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핸콕]은 유일하게 만화에 기반을 두지 않은 오리지널 캐릭터로서 까칠한 성격의 안티히어로라는 독특한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블록버스터 전문배우 윌 스미스가 [나는 전설이다]이후 반년만에 돌아온 [핸콕]은 과연 아이언맨이나 헐크, 배트맨 등과 겨룰 만한 히어로의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까?
1.이단아적 캐릭터 |
핸콕은 사고뭉치다. L.A의 범죄자들을 꽤 잡아들이긴 했으나, 슈퍼맨처럼 이타적인 히어로도 아니고, 배트맨처럼 자경단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것도 아니다. 그냥 지 맘내키는데로 범죄현장에 나타나 한바탕 도시를 부수고 난리 부르스를 춘 다음에 사라지는게 고작이다. 이로인해 범죄자를 잡아들이긴 하지만 핸콕의 도심파괴에 의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세상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당연히 사람들은 핸콕의 활약을 고마워하지 않는다. 하나같이 그를 '꼴통'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L.A 경찰서장도 다 필요없으니 제발 핸콕이 다른 도시로 떠나 주길 바란다고 공언할 정도다. 심지어 매스컴은 '핸콕의 영웅놀이'라며 그의 활약을 비아냥거린다. 이에대한 핸콕의 반응은 까칠하기 이를데없다. 심지어 상대가 꼬맹이라도 자신을 '꼴통(xxxhole)'이라 부르면 가차없이 응징을 가할 정도니, 이래서야 어디 히어로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러는 핸콕에게도 사정은 있다. 자신이 누구며 어디서 왔는지, 왜 남들과는 다른지를 알지도 못한채 그저 외롭게 힘자랑만 하며 살다보니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꼴통 사고뭉치'에서 '슈퍼히어로'로 거듭나는 핸콕의 노력은 꽤나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을뻔 했다. 그러나 이 다음이 문제다.
2.두 개의 스토리, 엇박자를 이루다 |
괴팍하지만 고독한, 그래서 더 연민이 느껴지는 핸콕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히어로로 거듭나기까지의 전반은 꽤 매끄럽다. 배우 윌 스미스의 반항적이고 코믹한 이미지와 핸콕이라는 캐릭터의 싱크로도 상당히 높은 편이며, 네러티브의 흐름도 썩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중반부 부터다. 이제 좀 뭔가 진행되는가보다 하는 순간, 영화는 갑자기 엉뚱한 영화로 바뀌어 버린다. 문자 그대로 '갑자기'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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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관객들은 '이거 뭐야?'하면서 당황스러움을 느낄 터인데, 비록 감독이 충격요법이랍시고 극의 흐름을 급전환시킨건 이해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너무 생뚱맞다. '이제 핸콕은 착한 사람이 됐으니 빨리빨리 다음이야기로 나가야지 시간이 없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배우부터가 그녀의 이름값치곤 지나치게 평범한 캐릭터다 싶은게 영화내내 걸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써먹을줄은 정말 몰랐다. 확실히 쇼킹하긴하지만 당황스럽다. 그게 다다. 마치 전혀 다른 작품을 옴니버스로 연결한 것처럼 두 이야기의 구조는 상당히 엇박자를 이룬다. [핸콕]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3.마이클 만의 수제자 피터 버그 |
피터 버그 감독. 작년에 [킹덤]이란 영화로 마이클 만 특유의 사실적인 총격씬을 재현하는데 성공해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물론 마이클 만이 뒤에서 제작자로 버티고 있는것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은행강도를 제압하는 씨퀀스의 총격씬은 마이클 만의 역작 [히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듯 사실적인 접근법으로 촬영한 것이 역력하다. 아마도 마이클 만 감독이 은퇴할 쯤 되면 피터 버그가 그 뒤를 이어 나갈듯.
4.막강한 악당의 부재 |
[핸콕]이 다른 히어로 물과 다른 점은 바로 '악당'의 부재다. 올해 선보인 히어로들 중에서 '아이언맨'은 '아이언몽크'와 싸웠고, '헐크'는 '어보미네이션'과 신나는 난투극을 벌였다. 곧 개봉할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무려 '조커'와 '투 페이스'라는 2명의 악당과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핸콕]은 그런 절대적인 악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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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의 갑작스런 플롯 변경은 바로 이러한 악당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주인공과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만큼 막강한 파워를 지닌 누군가가 등장해야 그나마 '히어로 물'의 최소 요건을 충족시킬 만한 '액션'이 완성되니까 말이다. 차라리 '슈퍼히어로 비틀기'같은 초반의 분위기만 잘 유지했더라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었을 거다. 꼭 히어로 물이라고 해서 때려부숴야만 그림이 완성되는건 아니지 않은가.
5.기억할 만한 장면 |
개인적으로 포복절도하며 봤던 씬은 핸콕이 바닷가 떠밀려온 수염고래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답시고, 휙 하니 날려 버려 요트와 충돌하는 유튜브 동영상 장면.
6.총평 |
몇몇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핸콕]은 요즘 유행병처럼 번져나가는 히어로 물도 관점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색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흑인을 히어로로 만든 것이나, 남들과는 다르기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슈퍼히어로의 갈등을 그럴듯하게 포장한건 꽤 괜찮은 시도라고 보여진다. 윌 스미스의 캐릭터도 주인공과 잘 융화되어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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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러한 장점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해 그나마 전반부의 높은 점수를 깍아먹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히어로의 운명을 선택한 주인공의 결정이라는 상투적 결말로 마무리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감독은 [핸콕]을 이번 한편만으로 끝낼 생각은 없는 듯하다. 후반부의 무리수는 속편을 의식했음이 역력한데, 메리(샤를리즈 테론 분)가 언급한 '그들'의 정체는 속편을 위한 훌륭한 떡밥일 테니까.
* [핸콕]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Columbia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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