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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 -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인도주의적 사랑

영화/ㅎ 2008. 9. 20. 10:15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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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개봉했던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는 무조건적으로 남을 돕는 이타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비록 남들이 보기엔 바보 내지는 미친사람처럼 보일런지는 몰라도 자칭 '슈퍼맨'인 그는 무조건 사람을 돕는다. '남을 도와주지 않으면 남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리게 된다'는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조차 잊어 버린 오늘날의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여기 실제로 다른 사람들을 돕다가 생을 마감한 한 남자가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고아가 된 60명의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탈출시킨 한 영국인 저널리스트의 삶을 다룬 [황시]는 한 사람의 헌신적인 정신이 이루어낸 기적같은 실화를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1.호화 캐스팅  


먼저 [황시]의 출연진을 보면 나름 화려하다. 미니시리즈 [튜더스]로 파격적인 헨리 8세를 연기하며 스타덤에 오른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주연으로 등장하며, 홍콩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주윤발이 [첩혈속집]이후 무려 16년만에 오우삼 감독과 조우할 뻔한 [적벽대전]을 거절하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 여기에 [와호장룡]에서 주윤발과 호흡을 맞췄던 양자경과 [에이리언 2020]등 다양한 작품들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라다 미첼이 합류했다.

ⓒ Sony Pictures Classics. All Rights Reserved.


감독은 양자경을 본드걸로 기용했던 [007 네버다이]의 로저 스포티스우드. 초 일류급이라고는 못해도 이만하면 제법 이름값하는 스탭과 배우들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다국적 프로젝트의 장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꽤 넓은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와호장룡]의 커플 주윤발과 양자경은 한차례도 마주치지 않으며 극중 비중도 관객의 기대치에 비해 조금 모자르다. 어쩐지 얼굴마담 격으로 두 아시아의 스타의 이름을 소모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2.중국판 [쉰들러 리스트]?  


[황시]는 이렇다 할 보호자 없이 고아원에 방치된 60여명의 아이들을 국민당의 강제 징용으로 구해내기 위해 샨딘으로까지의 약 1000km가 넘는 실크로드 횡단을 감행한 조지 호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마치 1,100명의 유태인을 나치의 마수에서 탈출시킨 오스카 쉰들러의 업적을 생각나게 한다.

ⓒ Sony Pictures Classic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쉰들러 리스트]보다 [황시]가 더 흥미로운건 주인공 조지 호그가 중국어 한마디 못하는 철저한 이방인이면서도 이런 일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다소 진부하긴 해도 영국의 명문 옥스포드를 졸업한 상류층의 젊은이가 타국땅에 들어와 헌신적인 사랑을 실현했다는 사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소재임이 분명하다.


 

    3.평면적 캐릭터의 한계  


그러나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스토리의 개연성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난징에 발을 들여놓는 상황이나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고 황시에 도착해 엉겁결에 고아원의 책임자가 되는 과정은 물 흐르듯 술술 풀리고 있지만 왜 호그가 이러한 얼토당토 않는 상황을 받아들였는지, 무엇 때문에 중국의 실상을 알리려는 기자의식을 버리고 인도주의적인 자원봉사를 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빈약하다.

개인적인 갈등과 고뇌는 제거된채 주어진 상황에 쉽게 순응하는 호그의 모습은 안그래도 밋밋한 이야기의 흐름에 큰 변주를 들려주지 못하며 그저 전형적인 '천사표'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 인물로 단순화되었다. 주인공을 돕는 주변 캐릭터도 대부분 평면적인 한계를 드러내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왕사장(양자경 분)이나 첸(주윤발 분)의 역할도 호그를 부각시키느라 비중이 축소된 결과 큰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오히려 어정쩡한 히로인의 위치에 있는 리 피어슨(라다 미첼 분)의 캐릭터가 그나마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4.긴장감의 결여  


'위기 상황에서의 탈출'이 메인 테마로 선택된 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순간이 여러차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극적 긴장감을 크게 주지 못한다는 점 또한 [황시]가 가진 영화로서의 마이너스적 요소다. 분명 이야기의 긴장도를 높히기 위해 설정한 여러 가지 장치가 눈에 띄게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영화의 연출 자체가 지극히 단조롭다는 증거인 셈이다.

이는 인물 상호간의 갈등 구조에서도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시카이와 호그의 갈등은 이렇다할 매듭을 맺지 못한채 끝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호그와 첸의 사이가 일순간 벌어지는 부분도 다소 작위적이며 억지스럽다.

ⓒ Sony Pictures Classics. All Rights Reserved.


감독인 로저 스포티스우드는 개인적으로 제법 신뢰감을 가졌던 감독 중 하나인데, 과거 [언더 화이어]에서 니카라과 내전 지역의 모습을 흡입력있게 묘사했던 것과는 달리 [007 네버다이]를 거쳐 [6번째날]에 이르기까지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진부한 관습을 따라가는 최근의 행보는 다분히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 훌륭한 소재와 재능있는 배우들을 가지고도 평균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연출력의 부재는 [황시]의 심각한 결함이라 볼 수 있다.



    5.실화가 주는 매력  


[황시]는 비록 영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러 허점을 드러내고 있긴 하나 실화의 기록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때는 또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이야기가 다 끝낸 뒤 엔딩타이틀에서 '황시의 아이들' 중 실제 생존자들이 등장해 들려주는 조지 호그에 대한 회상은 영화의 그 어떤 부분보다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달해 주고 있다. 사회 곳곳에 NIMBY현상이 난무하고, 가족과 개인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현 시대에서 불과 100년도 안된 과거에 그토록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주니까 말이다. 역시 실화가 주는 진정한 맛은 이런 것이 아닐까.


 

    6.총평  


올림픽 특수를 맞아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긴 하나, 전체적인 영화상으로 국가주의적 이념이나 중화주의사상의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어디까지나 인도주의적인 사랑을 실천했던 한 젊은이의 생애를 조명하는 작품으로서 조지 호그가 백인이었다는 사실 역시 그 어떠한 인종적 우월감을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그려지고 있다. 다만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을 일본에 버금가는 공적(公敵)으로 그려낸 것은 공산화가 된 중국의 사상적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황시]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드라마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튜더스]로 헨리8세의 이미지가 굳어지기 전에 [어거스트 러쉬] 등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선택도 칭찬할 만하며, 주윤발 역시 비록 그 비중이 크다고는 볼 수 없으나 영화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대인(大人)으로서의 이미지를 십분활용하고 있다. 잔잔한 감동과 따스한 인간애를 느끼기 위해서라면 조용한 저녁 시간에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 [황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ony Pictures Classic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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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08.09.21 01:04
  2.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내용의 영화를 즐기진 않지만 가끔 봐주는 것도 괜찮은데...
    여러 가지 단점을 지적하시니 달려가서 볼 마음은 안 생기는군요. 흐흣

    2008.09.21 21:31 신고
  3. 책만보는 바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영화보다는 차라리 다큐멘터리로 제작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던 영화랍니다.
    캐스팅된 배우들은 볼만한데 뭔가 부족함이 남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글 잘 읽구갑니다.
    페니웨이님 좋은 저녁 되세요^^

    2008.09.22 22: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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