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ㄱ,ㄴ,ㄷ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 - 한국 만화영화 사상 최고의 반전을 선사하다

페니웨이™ 2007. 7. 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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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본 리뷰에서는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의 스토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작품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리뷰를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작품을 보기까지  

 

2002, 비트윈에서 몇 차례에 걸친 출시연기 끝에 선을 보인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 수많은 태권브이 매니아들이 구입했으리라 추정되는 그 DVD는 국내 에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오리지널 태권브이의 필름 훼손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매니아들의 가슴을 적잖이 슬프게 만들었다. (자세한 것은 [로보트 태권브이] DVD 리뷰에서 다룬 바 있다)

 

그 이후 국내의 고전 애니메이션 복원이 조금은 활기를 띄지 않을까하는 필자의 추측에도 불구, 네오센스라는 생소한 회사에서 저작권이 심히 의심가는 김청기 감독의 문제작(여기서의 문제작이라 함은 무슨 뜻일지 다들 잘 아시리라 본다) [스페이스 간담브이][똘이장군], [혹성로보트 썬더A] 등을 내놓은 것 외에 이렇다 할 발전은 없었다.

 

반면 같은시기, 미국의 디즈니 사에서는 자사의 최고 히트작 [라이언 킹]을 획기적인 리마스터링으로 출시하여 그들의 가공할 만한 필름복원력을 자랑하였다. 현 시점에서 국내 에니메이션과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마침 태권브이 오알지(http://www.taekwonv.org)에서 추억의 에니메이션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이하 우주전함 거북선) TV방영본을 MBC측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 더욱이 보존 상태는 현재 입수가능한 여타의 다른 태권브이 관련 필름에 비해 매우 우수하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내친김에 공동구매를 하면 구입단가가 더 내려가니 함 질러보자는 오알지의 공지까지 뜬 상황이었다.


태권브이 오알지의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의 공구마감 공지.  


이에 필자는 DVD 매니아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정보라고 판단, 모 사이트의 게시판에 이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만행을 저지르고야 만다.... (당시 공구를 담당하셨던 태권브이 오알지의 운영자 김박사님은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수요 때문에 대략 '뜨아~ 이게 뭔일이래?' 하는 반응이었다. ㅡㅡ;; 이 자리를 빌어 사죄를...)

 

부실한 패키지에 단순히 TV방영본 베타 필름을 DVD에 저장한 무늬만 DVD이지만 추억의 그 시절로 우리를 안내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솔직히 이 작품은 일본의 [우주전함 야마토]의 설정을 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에니메이션으로 당시 국내의 열악했던 환경을 짐작케하는 부분이다. 다만 거북선의 독창적인 디자인이나 추후에 거론될 획기적인 반전에 있어서 그 임팩트는 당대 최고의 참신함을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없다.

 

 

 

 

    스토리 소개  

 

아직 이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스토리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거북선의 시작은 충격적이게도 로봇 태권브이의 해제 장면으로 시작한다. 윤박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태권브이의 해체를 지켜보며 훈과 영희는 "정의를 사도 태권브이를 분해해서는 안된다"며 울부짖는다.그러나 윤박사는 우주전함 거북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태권브이의 부속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태권브이의 분해는 불가피함을 강조한다.

 

지구는 인류의 핵전쟁으로 이미 오염이 극해 달해있는 상태다. 따라서 지구를 정화시킬 대기오염제거기를 입수하기 위해 저 멀리 탈레스별이라는 곳까지 가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정체모를 적의 공격으로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오직 한국의 거북선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을 무렵 갑자기 적의 스파이 로봇에 의해 거북선은 소년들로 이루어진 승무원들만을 태운채 우주로 날아간다. 이 뜻밖의 사태에 거북선의 승무원들은 훈이를 선장으로 선출, 탈레스별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진한다.


ⓒ MBC All rights reserved.

 

소년들은 태양의 흑점을 돌파한다든지, 환상의 별에 도착하는 등의 모험을 겪는데 결국 이들은 그동안 수없이 우주선을 습격한 원흉인 우주해적의 습격을 받는다. 엄청난 수의 우주해적선에 밀려 아무리 최첨단 철갑을 자랑하는 거북선이지만 역부족이다. 승무원들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지금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를 반감시키지만 절대절명의 순간에 이들을 구해줄 수 있는 히든카드가 있었다! 그것은 해체되었다고 믿었던 태권브이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순간 극장안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을 [로보트 태권브이]의 주제곡이 태권브이의 출현과 동시에 흘러나온다!


ⓒ MBC All rights reserved.

 

태권브이의 대활약으로 해적함대는 전멸되고 달아나던 해적두목은 훈이의 태권도 한방에 무릎을 꿇고 만다. 이제 그들에게 있어서 남은 건 탈레스별에서 대기오염제거기를 받아오는 것뿐... 그러나 시대의 신파극의 영향인가... 몰래 침투한 해적의 잔당들에 의해 승무원 중 희생자가 발생한다... 우여곡절 끝에 탈레스별에 도착한 이들에게 아리따운 공주가 나타나 일행을 맞이하고 거북선의 승무원들은 목적을 달성하여 지구로 향한다...

 

 

    작품에 대해  

 

이상이다. 여기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백미는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은 태권브이의 출현이라는 대반전이다. 이는 [유주얼 서스펙트][식스 센스]에 버금가는 반전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을 따름이다... 읽어보신대로 스토리 자체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에도 유치하고 엉성한 부면들이 상당수 잔존하며 아무리 보존상태가 좋다지만 그리 깨끗한 필름의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제작연도가 1979년도 이니 이 만큼의 보존도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간 이 작품의 감독에 대한 논란이 많았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한국에니메이션 50년 특집으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이 작품의 감독이 미상인 것으로 소개했으나, 오프닝이 살아있는 본 DVD를 통해 거북선의 감독이 송정률 감독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 투니버스/ MBC All rights reserved.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한국만화영화 40년사'의 한장면 (왼쪽). 당시 감독 미상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작품에는 송정률 감독의 크래딧이 분명히 나와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료가 얼마나 부족했던가를 방증하는 사례다. 

 

본 작품은 비록 야마토와 관련된 표절의 시비를 받고는 있으나 태권브이의 외전격으로 더 유명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훈이와 영희의 캐릭터 디자인은 바뀌었으나 태권브이의 오리지널 디자인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표현되었으며 그 등장시간도 미약하긴하나 작품에 대단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한국 애니메이션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1979년이라는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와같은 시도는 시대를 뛰어 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오리지널 태권브이의 관계자들과 사전협의가 있어서 태권브이가 이 작품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지금으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사실상 많이 부족했던 시대를 감안할 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줄 수도 있는 것일까.

 

 

    끊임없는 표절시비 -국내 애니메이션의 한계일까  

 

사실 영화나 에니메이션은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역사요, 생활의 기록이다. 이런것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외국과는 달리 이 뒤늦은 시대에 우리의 옛 추억을 찾아 헤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하나되어 보다 더 많은 문화유산을 복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길 희망하며 리뷰를 마친다. 끝으로 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게 정보를 주신 태권브이 오알지의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이같은 추억의 에니메이션이 제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 1974 東北新社. All rights reserved.

[우주전함 거북선]의 플롯이 [우주전함 야마토]와 매우 흡사하다는 이유로 표절의 의혹을 받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단지 이 작품이 태권브이의 등장 하나만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BC 영상사업단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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