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판 [공각기동대 SAC] (이하 SAC)가 방영 중간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 구조적인 복잡한 스토리 진행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게되자 '공각기동대 제작위원회'는 26화 완결의 이 작품이 연장 방영될 것이라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1기 26화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2기의 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는데, 이 반가운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은 인기상승에 편입한 무리한 연장방영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는 별개로 SAC 1기는 TV 애니메이션으로서는 한계치까지 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깔끔한 완결을 지었다. 이제 방영될 2nd GIG가 1기의 완성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제작진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모험이었을 것이다. 때를 같이해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정식 후속편인 [이노센스]가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하자, 제작자측은 공각기동대 극장판의 창시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영입해 스토리 컨셉 및 고문을 담당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의 상승세를 타느냐, 아니면 기대치에 못미쳐 전작의 명성에도 먹칠을 할 것이냐 하는 우려속에 2004년 1월1일 , 1시즌과 마찬가지로 유료결제 시청 방식인 PPV 방식으로 방영되었다. ⓒ Shirow Masamune-Production I.G /Kodansha All rights reserved. ⓒ Shirow Masamune-Production I.G /Kodansha All rights reserved.
1화가 방영되었을 때, 사람들은 안도했을지 모른다. SAC 1기에서 괴멸된 공안9과의 화려한 재기전이 1화의 시작과 함께 별 무리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1기에서 감초같은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치코마의 재등장역시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좋은 선택이었다. SAC 1기의 플롯이 "스마일맨"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의 조합이었다면, 2nd GIG는 새로운 사건인 "개별11인"이란 테러조직과 연관된 에피소드들과 더불어 난민문제와 정계내의 권력다툼이라는 보다 다원화 된 문제를 복잡적으로 진행해 간다.
그리고 내각정보청의 고다 카즌도라는 수상한 인물과 개별11인이면서도 독자적인 테러리스트의 성격을 띈 쿠제를 동시에 등장시킴으로 2nd GIG에서의 적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고단수임을 실감하게 된다. SAC가 상당한 두뇌플레이와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었음에도 제작진들은 2nd GIG를 방영함에 있어 1기보다 모든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를 한 듯 하다.
스토리는 훨씬 더 복잡해졌으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보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소재로 변했다. SAC 1기를 부담없이 받아들인 관객들도 2nd GIG에서는 멈칫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역시 오시이 마모루가 관여하면 작품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일까.
실제로 이 작품의 1화와 마지막인 26화에서는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너무나도 유명한 오프닝의 광각미체 시퀀스 에 대한 오마쥬가 두 차례에 걸쳐 보여지고 있어, 2nd GIG에서의 마모루 감독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2nd GIG역시, 중심소재의 개연성을 부여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주었던 1기의 전례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14화- 포커페이스" 에서는 단지 조연급에 불과한 9과 요원 사이토의 과거와 그가 소령의 부하로 들어오기 까지의 과정을 마치 [에너미 엣더 게이트]같은 스나이퍼 영화를 보듯 팽팽한 긴장감속에 담아내고 있으며, "11화- 쿠사나기의 미궁"은 소령으로 짐작되는 한 소녀와 또 한명의 소년이 의체화의 길을 택하게 되는 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볼 당시만 해도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던 이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이후의 전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열쇠와 같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발견하게 될 것이다 . "4화 -천척" 에서는 고다 카즌도라는 수수께끼의 정보청 인물이 무적의 "드림팀"이라고 믿었던 공안 9과를 마치 제 손 바닥안에 갖고 놀 듯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후에 전개될 사건이 9과 요원들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공각기동대에서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고스트"의 존재이다. 이미 육신을 버리고 의체화한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해 주는 것, 그것이 고스트가 가진 의의인데, 과연 그렇다면 1기에서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주었던 타치코마들은 고스트가 없기에 인간보다 못한 존재인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보여준 휴머니즘적인 정신이 곧 A.I (인공지능) 에 불과했던 그들의 정신세계에 또다른 고스트를 심어준 것일까? 1기는 그에대한 대답을 보류한채 끝이나고 말았다.
ⓒ Shirow Masamune-Production I.G /Kodansha All rights reserved.
2nd GIG에서 제작진이 다시 타치코마를 재등장시킨 이유는 바로 이런 의문점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실제로 이들의 활약은 대단하지만 그들의 정신세계는 더욱 놀랍다. 오히려 공안 9과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보다도 더 인간적인 이들은 1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시카와를 보좌하던 타치코마가 "모두와 어딜 좀 가려고 하거든요~"하는 장면, 그리고 바토를 위해,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해 자신들의 A.I 가 저장되어있는 위성서버를 핵미사일의 방패막으로 사용하여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관객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들은 진정 고스트를 얻었던 것이다.
ⓒ Shirow Masamune-Production I.G /Kodansha All rights reserved. ⓒ Shirow Masamune-Production I.G /Kodansha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2nd GIG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점들도 많은 작품이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모호함이라던지, 게운치 않은 결말. 그리고 중간중간 망가지는 작화 등은 1기가 이루어 놓았던 기대감에 다소 못미치는 면이 없지 않다. 극장판 공각기동대와는 다른 입지에서 원작을 조명한 TV판이 다시 오시이 마모루식의 공각기동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선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의 군국주의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나, 한국을 내전으로 인해 피폐한 난민구역등으로 묘사한 점 등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금의 한일정서를 고려할 때 환영받지 못할 요소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2nd GIG는 절반의 성공으로 만족해야하는 작품인 듯 하다. 1기의 팬들에게는 1년 더 공안 9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했고, 반면에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으로 작품을 과도하게 부담스럽게 만들어 놨다는 면에서 최고라고 말했던 1기에 비해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다.
이 리뷰를 쓸 당시만 해도 공안 9과팀의 멋진 활약상을 다시한번 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에 보답이나 하듯 팬서비스 차원에서 공각기동대 제작진은 TV판을 베이스로 한 2시간짜리 OVA [공각기동대 :Soild State Society]를 발표하였다. 이 작품에 대해선 차후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 [공각기동대 2nd GIG]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hirow Masamune-Production I.G /Kodansha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아울러 첨부된 스틸은 공개용으로 배포된 것을 사용하였음도 밝힙니다. 국내의 DVD판권은 현재 ⓒ 뉴타입 DVD 사업부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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