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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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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속편에 대한 욕심이 생깁니다. 연간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그 중에 만만찮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도 상당수가 있지만 그 누구도 영화에 대한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새로운 작품에 다시 도전하기 보다는 이미 검증된 작품의 속편을 통해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제작된 속편들은 대개 전편을 능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떤 경우는 감독이 교체되거나 심지어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일가지 발생하지요. 전편과 동일한 스탭과 배우로 간다 하더라도, '잘만든 속편'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난관이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이 1편의 흥행여부를 떠나 애초부터 3부작을 계획하고 동시제작에 들어가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속편과 전편의 연계성이 매우 탄탄하며, 따라서 속편이라 할지라도 전편과는 별개로 작품성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제의 제왕]의 3편인 '왕의 귀환'이 아카데미를 싹쓸이 한 것은 그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지요.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완성도 높은 시리즈 물의 표본. [반지의 제왕] 삼부작.


하지만 여전히 속편들은 전편의 흥행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속편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작년의 '빅3' 모두가 실망스러웠던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이 교체되었음에도 훌륭히 3부작을 마무리 지은 '제이슨 본' 시리즈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볼까요? 1988년 대한극장에서 개봉했던 [로보캅]은 (당시에는 대한극장의 70mm 스크린이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이었다능~)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단히 쇼킹한 작품이었습니다. 당시 스필버그식 SF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로서는 '로보트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이니만큼 만화스런 캐릭터가 활개치는 슈퍼 히어로물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미국에서는 X등급의 논란이 있었던 이 작품을 한국에서는 '중학생 관람가'로 등급을 매기는 엽기적인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영등위... 참 이놈의 등급판정은 정말 골때립니다 ㅡㅡ;;) 덕분에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 또래의 아이들은 이 작품을 '정당하게' 극장에서 접할 수가 있었는데요, 호러물이 무색할 정도로 과도한 폭력성이 점철된 [로보캅]은 그야말로 '스크린 테러'에 가까운 획기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당연히 이 작품은 화제가 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지껄인'의 압박. ㅡㅡ;;;


앞서 말씀드렸듯이 속편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흥행에서 출발합니다. 제작사는 얼마 안있어 [로보캅 2]의 제작에 착수하는데요, 문제는 [로보캅]의 실질적인 일등공신이었던 폴 버호벤이 메가폰을 잡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신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연의 [토탈리콜]을 선택합니다)

결국 [스타워즈 Ep.5: 제국의 역습]을 통해 무난한 속편 연출을 보여주었던 어빈 커쉬너 감독이 대신 감독으로 선입되었는데, 문제는 [로보캅]에서 이슈가 되었던 폭력성이 어빈 커쉬너 감독의 [로보캅 2]에 와서는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폭력의 정도가 전편에 비해 강화되었고 오락적인 요소가 대폭 보강되었음에도 [로보캅 2]는 전작만큼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로보캅 2]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는 속편이었으며, 그다지 실패한 속편으로 기억되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과도한 폭력성이 도마위에 올랐던 [로보캅 2]


문제는 바로 3번째 작품에서 나타납니다. 연출자는 프레드 데커 감독으로 또한번 바뀌었고, 그나마 2편까지는 주연을 맡았던 피터 웰러마저 시리즈를 떠나게 된 것입니다. 제작진은 외모가 피터 웰러와 흡사한 로버트 버크라는 배우를 찾아냈지만, 사실 [로보캅]이 성공할 수 있었던건 피터 웰러가 진정한 '매소드 배우'로서 주인공 머피와 로보캅의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히 소화해 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굴만 닮았다고 그의 연기력까지 따라할 수는 없는 것이었지요. '너훈아'는 어디까지나 '너훈아'이지 '나훈아'가 될 순 없는 일 아닙니까?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로보캅 3]에서 주연을 맡은 로버트 버크. 피터 웰러와 많이 닮긴 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로보캅 3]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폴 버호벤 감독이 구축한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제작사는 [로보캅 2]가 불필요한 폭력성 시비로 구설수에 휘말린 것을 구실삼아 [로보캅 3]에서는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폭력 장면을 완화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따라서 '더티 해리'급의 터프한 형사인 로보캅은 그야말로 '온순한 경찰(?)'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제작진은 [로보캅 2]가 왜 실패했는지 알고 있다. 너무나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는 액션에 관객들은 거부감을 느꼈으며...... 새로 기획된 [로보캅 3]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 개봉 당시 전단지의 문구 중에서..



 

물론 폭력성 짙은 영화가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로보캅 3]의 경우는 폭력을 배제한 가운데 그 빈 공간을 채워넣는 방법이 기가 막힐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게 문젭니다. 어린아이와 손을 잡고 철거민 데모 행렬에 끼어있는 로보캅의 모습, 왠지 이건 아니다 싶지 않습니까? 비록 2편에서 많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로보캅은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시민의 편에서 반란군을 조직해 대기업과 맞서는 인권운동가로 변신합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설정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인간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보캅]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에 더해 [로보캅 3]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부분은 바로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로보캅이 무슨 '마징가 제트'입니까? 하늘을 날 수 있는 제트엔진을 장착시킨다는 것이야말로 로보캅을 만화속 주인공으로 전락시킨 만행이자, [로보캅]이라는 영화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무지막지한 이벤트였던 것입니다. 폴 버호벤이 추구했던 리얼리즘에 입각한 SF영화는 이로서 끝장나게 된 것이지요. 아무리 봐도 영화 [300]과 [신시티]의 원작자 프랭크 밀러가 [로보캅 3]의 각본을 썼다는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더군다나 1993년에 제작된 영화치곤 특수효과도 조악하기 짝이 없어서 굳이 저럴거면 머하러 하늘을 날아다니는 씬을 생각해낸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뭐 로보캅의 적으로 등장하는 닌자 로봇은 그냥 애교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놈의 면상만 보면 짜증이 나서 말이죠. ㅡㅡ+

ⓒ Orion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지금까지 우리는 히트작의 속편도 잘못만들면 괴작이 되어 버린다는 명제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몇 년전인가 폴 버호벤 감독이 기존의 2,3편을 잊고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아 '제대로 된' [로보캅 2]를 만들겠다고 했던 것 같던데, 아직까지 얘기가 없는걸로 봐선 이 양반도 [로보캅]을 포기했나 봅니다. 하긴 이제와서 구제하기엔 너무 멀리 도망가 버린 시리즈가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군요.



2008/01/19  조조영화의 추억 - 로보캅2 선착순 증정 엽서세트를 받기까지


* [로보캅 3]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Orion Pictures. (혹은 이 회사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판권사)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로보캅 국내 개봉당시의 팜플렛(ⓒ 대한극장  All Rights Reserved.), 반지의 제왕(ⓒ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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