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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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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러분들 중에 슈퍼맨을 모르시는 분은 안계실겁니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슈퍼히어로이자, 가장 '미국적인' 영웅이기도 하지요. TV나 스크린에서도 수많은 리메이크를 거친 '슈퍼맨'이었지만, 어떤 의미로 볼때 '진정한 슈퍼맨'은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8년작 [슈퍼맨: 더 무비]를 통해서야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어린아이들을 주타겟으로 그저 공상과학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정도의 얄팍한 수준에 그친 히어로물과는 달리,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은 처음으로 고뇌하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이런 진지한 [슈퍼맨]은 흥행에서도 대성공하게 되었고,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배우를 대스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동시제작에 들어갔던 [슈퍼맨 2]는 제작진과 마찰을 빚은 도너 감독의 도중하차로 인해, 상당히 애매한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후임으로 섭외된 리처드 레스터 감독은 도너의 진지한 슈퍼맨이 자신의 생각과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를 코믹한 장면으로 대폭 교체하게 됩니다. 물론 조드일당과 대결하는 슈퍼맨의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어서 흥행에 성공하긴 하지만, 사실상 이때부터 [슈퍼맨]의 하락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리처드 레스터가 '온전히' 감독을 맡았던 [슈퍼맨 3]의 참패는 그 점을 뒷받침하고 있죠.

한편 제작자인 솔카인드 부자(父子)와 피에르 스팽글러는 연타석 홈런을 날린 [슈퍼맨] 시리즈에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슈퍼맨]의 스핀오프이자, 여성버전인 [슈퍼걸]의 제작에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원래 [슈퍼걸]의 원작 코믹스는 [슈퍼맨]의 스토리와 매우 유사하며, 상호간의 연관성이 꽤 많습니다. 즉, 슈퍼맨의 모성인 크립톤 행성의 멸망 직전, 크립톤 행성의 한 지역인 아고(Argo)마을에 살고 있던 조엘 부부(슈퍼맨의 숙부겠죠)가 아직 어린 아이인 카라를 지구로 탈출시킵니다. 지구에 떨어진 카라는 입양되어 린다라는 소녀로 성장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초인적인 능력에 눈을 뜨게 되고, 남 몰래 사람들을 도와주다가 슈퍼맨으로 살고 있는 클락 켄트를 만나게 된다는 스토리지요.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애초에 [슈퍼걸]은 크리스토퍼 리브가 서브 캐릭터로, 악당 셀레나의 마법에 걸려 위기에 빠진 슈퍼맨을 연기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를 구하는 슈퍼걸로는 청춘스타 '브룩 쉴즈'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지요. 그러나 크리스토퍼 리브가 이 역할을 고사하고, 브룩 쉴즈의 캐스팅이 무산되는 바람에, 이 설득력 있는 초기 스크립트는 백지화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슈퍼걸역은 헬렌 슬레이터라는 무명의 여배우가 맡게 되는데요, 크리스토퍼 리브가 슈퍼맨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듯이, 헬렌 슬레이터라는 신인은 슈퍼걸의 이미지에 딱 맞는 그런 여배우였습니다. 그 당시 스크린이나 로드쇼 같은 영화잡지에서는 그런 그녀의 캐스팅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루었는데요, 그녀의 천사같은 미모에 반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그밖에도 악당 셀레나 역에는 연기파 여배우 페이 더너웨이가, 그리고 슈퍼걸의 정신적 지주인 잘타 역에는 명배우 피터 오툴이, 카라의 어머니 알루라 역에는 미아 페로우가 출연하는 등 당시로서는 [슈퍼맨]과 마찬가지로 초호화 캐스팅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슈퍼맨 1,2,3,4]에서 모두 지미 올슨(클락 캔트의 신문사 기자)으로 등장했던 마크 맥클루어가 마찬가지로 지미 역을 맡음으로서 [슈퍼맨]과의 연계성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감독으로는 [죠스 2]로 작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흥행은 성공시킨 지놋 슈와르크가 선임되었고, 음악은 원래 [슈퍼맨]의 작곡가로 물망에 올랐다가 스케줄 문제로 무산되었던 제리 골드스미스가 맡았습니다. 그 당시로선 막강한 캐스팅과 스탭으로 이루어진 [슈퍼걸]은 제작비만 5천만 달러가 투여된 대작이었습니다. 이 액수는 [슈퍼맨] 1편에 투입된 제작비와 맞먹는 금액이었지요. 그만큼 [슈퍼걸]에 걸었던 제작진의 기대가 컸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한발 앞서 개봉된 [슈퍼맨 3]가 신통찮은 흥행성적을 거두자, 워너측은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비슷한 컨셉의 [슈퍼걸]를 개봉했다가는 흥행에 실패할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막대한 돈이 투입된 [슈퍼걸]은 한동안 워너 브라더스의 창고안에 모셔두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다행히도 트라이스타 픽쳐스에서 [슈퍼걸]의 배급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개봉의 조건으로 126분짜리 작품을 105분으로 대폭 삭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슈퍼걸]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할 정도였습니다. 비평가들의 혹평은 둘째치고, 5천만 달러의 제작비 중 단지 1400만 달러에 그치는 성적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이는 최악의 슈퍼맨 시리즈라고 불리는 [슈퍼맨 4]의 1500백만 달러에도 못미치는 성적입니다. 오히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익은 이보다 좀 더 나았다고 하는군요.

이처럼 [슈퍼걸]이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흥행에 참패한 원인은 내용이 너무 '유치해서'였습니다. 오프닝 크레딧에만 1백만달러를 투입할 만큼 비주얼과 특수효과도 매우 뛰어난 편이지만, 유치찬란한 스토리라인은 도저히 눈뜨고 봐줄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이는 [슈퍼맨 3]가 기존의 리처드 도너식 진지한 캐릭터를 버리고 레스터식의 코믹한 이미지를 택한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허풍섞인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라도 애들이나 보는 영화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단 얘기지요.

스토리가 얼마나 유치한가 한번 볼까요? 아고 행성의 주 에너지 원인 '오메가 해드론'을 잘타(피터 오툴 분)라는 인물이 몰래 가지고 나와 카라(헬렌 슬레이터 분)에게 잠시 맡깁니다. 호기심 많은 카라는 오메가 해드론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우주로 날려 버리는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 심각한 사태에 잘타는 자신이 직접 오메가 해드론을 회수하기 위해 나서지만 이보다 한발 앞서 카라가 우주선을 타고 출발합니다. (완전 사고뭉치 카라 ㅡㅡ;;)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한편 오메가 해드론은 지구에 떨어져 우연히 셀레나라는 여자의 손에 들어갑니다. 셀레나(페이 더너웨이 분)는 직업이 '마녀'로서 지구 정복을 꿈꾸는 망상가이자 공주병 환자입니다. 그녀의 애인인 나이젤은 학교 선생인 주제에 역시 지구 정복을 꿈꾸는 황당한 인물이지요. 뒤늦게 지구에 도착한 카라는 린다 리라고 이름을 바꾸고 학생 신분으로 위장해 오메가 해드론을 찾는데 주력합니다.

오메가 해드론을 입수한 셀레나는 이 힘을 지구정복에 가장 먼저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눈에 반한 남자를 꼬시는데 사용합니다 ㅡㅡ;; 그녀는 오메가 해드론을 이용해 '최음제(?)'를 만들어 에단(하트 보크너 분)에게 먹입니다. 그러나 약기운이 너무 쎈 나머지 에단은 정신을 못차리는데, 셀레나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셀레나의 집을 탈출, 마을을 방황합니다. 그 와중에 셀레나가 다시 에단을 잡아오려고 포크레인을 동원하면서 도시는 쑥대밭이 되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카라는 슈퍼걸로 변신해 에단을 구출합니다. 때마침 정신이 든 에단은 린다로 돌아온 카라를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합니다. (최음제의 효과가 짱입니다요~)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에단을 빼앗긴 셀레나는 질투에 사로잡혀 슈퍼걸을 팬텀존에 가두는데 성공하고, 여기에서 카라는 애초에 자신이 저지른 사고 때문에 팬텀존에 갖힌 잘타를 만납니다. 과연 슈퍼걸은 팬텀존을 탈출해 셀레나의 야욕(?)을 막을 수 있을까요?

대충 살펴본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슈퍼맨]에서 등장하는 렉스 루터, 조드 장군 등과 같은 막강한 악의 세력에 비해 [슈퍼걸]의 셀레나는 그 행동거지부터가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절대파워를 손에 넣고 고작 한다는 짓이 '남자꼬시기'라니....  이런 유아틱한 스토리 전개에 관객들이 욕을 퍼부은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결국 [슈퍼걸]은 헬렌 슬레이터의 눈부신 미모가 아깝게도 결국 시리즈화 되지 못한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신속하게 잊혀진 괴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괴작스런 데뷔작 덕분에 그녀는 큰 스타가 되지는 못했으나 꾸준히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서의 캐리어를 쌓았더군요. 2007년에는 TV판 슈퍼맨인 [스몰빌]에서 슈퍼맨의 엄마인 라라 역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하고 있더군요^^ 참고로 [스몰빌]에서는 로라 벤더부트가 슈퍼걸인 카라 역으로 등장합니다.

ⓒ CW Television Network/ The WB Television Network. All rights reserved.

[스몰빌]의 슈퍼걸, 로라 벤더부트. (박스안은 라라 역의 헬렌 슬레이터)


비록 극악의 스토리 라인이지만 [슈퍼걸]은 꽤 많은 장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원래의 계획처럼 크리스토퍼 리브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슈퍼맨]의 스핀오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극 중 지미 올슨의 등장이나, 로이스의 동생 루시, 클락 캔트(혹은 슈퍼맨)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여러번 말하는 린다의 대사 등 여러모로 이 작품은 [슈퍼맨]과의 연계성이 있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제리 골드스미스의 음악 중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슈퍼맨의 테마도 변주곡으로 사용될 정도지요. 따라서 [슈퍼맨]의 팬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 밖에도 [수퍼맨 1,2]에서 단순히 조드 일당을 가두는 것으로 그쳤던 '팬텀존'의 정체가 [슈퍼걸]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그곳을 탈출하는 장면이 후반부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눈여겨 둘 부면이죠.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슈퍼맨]의 설정 가운데 하나인 팬텀존.


앞에서도 말했지만 [슈퍼걸]의 실패는 그 진지하지 못한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캐스팅도 훌륭했고, 특수효과나 비주얼은 나무랄데 없었지만 역시 영화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슈퍼맨 리턴즈]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작품이 리처드 도너의 정통성을 계승한 '진짜 슈퍼맨'임을 수 없이 강조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헬렌 슬레이터.


어쨌거나 헬렌 슬레이터의 [슈퍼걸]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친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정말 대대적으로 홍보 (국제적인 홍보비용만 1천만 달러가 별도로 들었습니다 ㅡㅡ;;)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작품의 존재여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건 이 작품이 그 당시에 얼마나 괴작스런 영화로 남았는가를 실감케 하는 부분입니다. 그나마 DVD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우리가 이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슈퍼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riStar Pictures/ Warner Br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슈퍼맨(ⓒ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수퍼걸/슈퍼맨 코믹스(ⓒ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스몰빌(ⓒ CW Television Network/ The WB Television Network. All rights reserved.)

* 김정대님의 슈퍼맨 탄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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