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ㅎ

황금나침반 - 판타지 대작의 계보를 이어나갈 기대주?

페니웨이™ 2007. 12. 22. 21:14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해리 포터]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판타지 장르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해리 포터]는 이제 시리즈 완결까지 2편을 더 남겨둔 상태이며, [해리 포터]의 강력한 라이벌인 [나니아 연대기]도 내년에 [캐스피언 왕자]를 통해 팬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에 질세라 [반지의 제왕]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는 올해 또한편의 대작 판타지를 선보였는데, 필립 풀먼의 베스트셀러 '그의 어두운 물질(His Dark Materials)' 3부작에 기초한 첫 번째 작품 [황금나침반]이 그것이다. 뉴라인 시네마는 과연 [황금나침반]을 통해 [반지의 제왕]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제 [황금나침반] 리뷰를 통해 그 점을 알아보자.


    1.판타지 영화로서의 [황금나침반]  


[황금나침반]의 공간적 배경은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 정확히 말하자면 패러랠 월드(평행우주이론)에 기초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인간과 패어(pair)를 이루는 데몬(daemon: 악마를 뜻하는 demon이 아님)의 존재, 다른 세계로의 통로인 더스트 등 상상력이 풍부한 여러 설정들을 가진 탄탄한 원작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황금나침반]은 누가 뭐래도 판타지 영화임엔 틀림없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포스트 [반지의 제왕]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있어서 [황금나침반]은 무척 당혹스런 작품이 될 수 있다. [황금나침반]이 추구하는 것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와는 매우 다른 것으로서 '판타지 영화 = 스팩타클'을 연상시키는 기대감을 단숨에 날려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판타지 영화에 걸맞은 풍부한 디테일이나 소소한 눈요기 거리가 앞서 언급한 영화들로 인해 한층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게 문제다. 단지 동물들이 말을 할줄 알고,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판타지 영화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그런 걸 두고 '동화'내지는 '우화'라고 부르지 않던가?



    2.블록버스터로서의 [황금나침반]  


올 초부터 겨울철 블록버스터로서 줄기차게 강조되온 만큼 [황금나침반]은 누가 뭐래도 대작급 작품임을 증명해야 했다. 실제로 원작이 3부작임을 생각해 보면, [황금나침반]은 그 3부작을 완전히 채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실제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할 만큼 충분한 볼거리와 스케일을 자랑했는가 하면 그것도 의심스럽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물론 많은 양의 CG와 아머 베어들의 대결씬 등은 이 작품이 단순한 오락영화 이상의 공을 들인 것이 분명한 부분이지만, 영화를 특징짓는 장면으로서의 임팩트가 현저히 떨어진다. 바꿔말하면 [반지의 제왕]의 '헬름협곡 전투'같이 [황금나침반]하면 딱 떠오를만한 명장면이 딱히 없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영화보다는 큰 스케일이지만 2007년 겨울을 책임질 블록버스터로는 좀 밋밋한 작품이다. 미국내에서 재앙에 가까운 흥행저조를 기록한 것도 결코 놀랄일은 아니다.



    3.가족영화로서의 [황금나침반]  


우연인지는 몰라도 필자 앞에 아이를 데려온 일가족이 앉았다. 아이가 무척 좋아하긴 하더라.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영화에 몰입하긴 하는데, 그 아이들은 영화의 판타스틱(?)한 화면빨에 넋을 잃기는 해도, 부모들 입장에선 영화를 이해하기가 다소 난해하다는게 좀 아쉬운 점이다. 원작의 설정에서 많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단지 몇마디의 나레이션과 대사로 얼렁뚱땅 넘어가다보니, 성인관객에게는 영화 자체에 대한 흥미가 많이 감소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가족끼리 볼 만한 영화가 갈수록 줄어가는 마당에 이정도는 그냥 넘어가 줘도 되지 않을까. 어린 자녀를 데리고 볼 수 있는 가족영화로서는 추천할만한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동화적인 측면에서 볼때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작품이니까 말이다.

 



    4.초호화 캐스팅의 위력  


아시다시피 이 작품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출연이었는데, [카지노 로열]에서 연인으로 출연한 에바 그린, 그리고 [인베이젼]에서 역시 연인으로 출연한 니콜 키드먼과 각각 두 번째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를 자극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척이나 허무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 남녀배우들은 단 한 장면에서도 함께 출연하지 않으며 특히 각각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또한 무척 적다. 조연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출연시간을 보여주는데, 이들을 주연급으로 부각시키는 마케팅이야말로 관객을 낚는 낚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짧은 출연시간이지만 니콜 키드먼의 악역연기는 [투 다이 포]에서 만큼이나 신선하고 매혹적이며, 에바 그린의 역할또한 그녀의 카리스마적인 매력과 조화되는 절묘한 캐스팅이긴 하다. 문제는 다니엘 크레이그 이 친구인데, 이건 뭐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하시길 바란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오히려 [황금 나침반]에서 빛나는 건 성우들의 열연이다. 다행스럽게도 [황금나침반]에는 많은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서 합류하고 있는데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이안 맥켈런 경은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이오렉 역으로 중후한 목소리 연기를 펼치며, 그 외에도 [어거스트 러쉬]의 프레디 하이모어, [미저리]의 케시 베이츠 등이 개성넘친 성우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 오랜만에 대작급 영화에 출연한 샘 엘리엇의 모습도 반가움을 주며, 단 한 장면에 출연하지만 역시 나름대로이 무게감을 선사한 크리스토퍼 리 등 노장 배우들의 출연또한 반가운 일이다. 다만 명실공히 주연 캐릭터인 라라 역의 다코타 블루 리처드는 같은 이름의 다코타 패닝이 그 나이때 보여주었던 연기력엔 한참 못미치는 듯 하다. 아직 아역배우고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5.속편으로의 기대감  


단일 완결구조가 취약한 작품으로서 내가 본 영화중에 최악에 속한다. 심지어 작년에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나 [매드릭스2: 리로디드]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서사적 구조의 원작을 고려할 때 '다음에 계속'이란 식의 결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으나 이번엔 정도가 좀 심했다. 가뜩이나 2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도 부족할 판에 이제 뭐 좀 시작하려고 하나 했더니 '억울하면 담에 계속 이어서 보길 바래~'라니! 관객들의 90%가 이 허망한 결말에 대해 허탈해 했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안타깝게도 [황금나침반]은 계획당시 3부작을 염두에 두긴 했으나, [반지의 제왕]처럼 3부작을 동시에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1편인 [황금나침반]이 관객과 평단의 원투펀치를 맞고 그로키 상태에 빠진 지금, 후속편의 제작은 안개속의 배와 같이 난항을 겪을 확률이 크다. 이를 입증하는 것 중 하나는 다니엘 크레이그와의 인터뷰에도 잘 나와 있는데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New Line Cinema. All Rights Reserved.



질문자: (황금나침반의) 속편 출연에도 서명했나?

다니엘: 전혀!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진 어떤 계약서에도 절대 서명하지 마라'가 내 모토다. 이번 영화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프리미어와의 인터뷰 중)


감이 오는가? 비록 출연분량이 적다고는 하나 이 시리즈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될 캐릭터인 에즈라엘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속편에 출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차세대 [반지의 제왕]'을 기대했던 제작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갈 확률이 크다. [황금나침반]의 속편이 될 [서틀 나이프(The Subtle Knife)]에 다니엘이 출연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암담해진다. 속편을 위해 이번 작품 전체를 전주곡으로 써먹은 모험수가 악재로 돌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된다.


 

    6.총평  


[황금나침반]은 이제 출발선을 갓 떠난 작품으로서 다소 빗나간 방향을 바로 잡기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게다가 상당수 관객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에서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이 작품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다. (반면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는 분위기가 너무 무거운 감이 있다) 무엇보다 소년,소녀가 주인공이란 점, 절대악의 존재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도 어린 관객층을 유도하기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앞으로의 작품에서는 [황금나침반]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의 구체적인 묘사와 플롯의 강화, 그리고 명장면의 연출 등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원작이 가진 장점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이를 소화할 만한 스탭과 감독이 재능력을 발휘해 준다면 [서틀 나이프]는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 포스트는 프레스블로그에 의해 Best Posting에 선정되었습니다.




* [황금나침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New Line Cinema.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본 리뷰는 프레스블로그의 프로모션하에 해당 스틸을 사용하도록 허가되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