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기동전사 건담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 리얼로봇의 시작점

페니웨이™ 2007. 8. 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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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동전사 건담 연대기 No.1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기억속에 남는 어린 시절의 로봇은 무엇인가? 마징가Z, 그레이트 마징가, 짱가, 그랜다이저 등이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연배가 아닐까 추정된다. 대부분 나가이 고의 원작만화를 위시한 열혈 슈퍼로봇계열이 국내 공중파를 가장 많이 탔던것도 있지만 이 시기에 유행하던 로봇이라면 단연 무적, 무패의 정의의 사도인 이들 로봇이었다. 아무리 망가져도 다음회에는 여지없이 복원되어 세계정복을 꿈꾸는 악당의 밑도끝도 없이 나오는 '나쁜 로봇'을 무찌르는 뻔한 스토리...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로봇이야말로 모든 소년들이 꿈꾸던 사나이의 로망이었다.

ⓒ Dynamic Planning INC. All Rights Reserved.

사나이의 로망하면 떠오르는 열혈 로봇들


이같은 상황은 마징가의 고국인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가이 고의 작품들로 대표되는 수많은 메카물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의 내용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 슈퍼로봇계열의 공통점은 선과 악의 이분법이며, 황당한 스팩을 지닌 주인공 로봇 앞에서는 아무리 많은 수의 악당로봇이 다구리과 러쉬를 가해도 결국엔 정의의 편이 이긴다는 도식화된 스토리의 반복이었다.

ⓒ Toei(東映)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이 시기에는 복잡한 케릭터의 구성이나 복선같은 건 필요없었다. 오직 선과 악이 존재할 뿐.


진전이 없는 비슷한 소재의 메카물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가운데 일본의 애니메이션계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다. 토미노 감독은 콘티나 작화로 출발한 순수 애니메이터 출신이 아닌 영화를 전공한 연출가 출신의 애니메이터로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부로 통하는 데즈카 오사무 감독의 제자가 되어 애니메이션 디렉터로서의 경력을 쌓게 된다. 그리고 1975년 타카하시 료스케,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과 함께 선라이스(SUNRISE)사를 창립한다. 당시에는 애니메이션계의 절대강자인 도에이 동화의 독점이 지속되는 시기로서 자본이 부족한 신생 제작사의 생존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는 암흑기였다. 그러나 토미노 감독은 도에이라는 공룡기업에 맞서 과감하게 도전하게 되는데, 이때 발표된 작품이 [무적초인 점보트 3] (1977)였다.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비록 점보트가 슈퍼로봇계열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기존 도에이 동화사의 작품과는 달리 상당한 차이점을 보였던 것이다. 가장 차이를 보였던 것은 내용이었는데, 토미노는 권선징악의 이분법의 논리를 유지하면서도 비극적인 결말을 택했고, 희생되는 사람의 수를 기존 로봇물과는 달리 급격히 늘렸다. 바야흐로 '학살의 토미노'가 가진 성향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 Sunrise/ Bandai Visual. All Rights Reserved.

도에이 동화에 대한 선라이즈의 선전포고, [점보트 3]


슈퍼로봇에서 리얼로봇으로의 과도기적 발판을 다진 선라이즈사의 출발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며 이를 의식한 나머지 도에이는 이 신생 제작사를 초반에 제압하고자 엄청난 자본력을 동원하여 애니메이션화가 가능한 원작들의 판권 획득에 열을 올린다.이때 사들인 판권들 중 대표작이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 등 마쓰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인 것이다. 사실 도에이 동화가 애니메이션시장을 독점했던 것은 이와같은 판권 계약방식에 있었다. 인기 만화가 나오면 즉각 자본을 동원해 판권을 체결, 애니메이션으로 내놓는 수순이었는데 선라이즈사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러한 도에이의 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만다. 판권 취득에만 열을 올린나머지 자본은 자본대로 소모하면서 획기적인 창착물을 만들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나 토미노의 생각은 처음부터 도에이 동화와는 달랐다. 그는 '야다테 하지메'라는 기획팀을 신설하여 다른 원작의 판권을 사들이는 대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오리지널 원작을 생산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1979년 작 [기동전사 건담]이다.


원래 토미노 감독이 구상하고 있던 건담은 컨셉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애초에 그는 자신의 작품에 로봇을 등장시키지 않은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어했으며, 주인공으로 소년들을 등장시키되 로봇은 등장하지 않는 SF적인 미래의 전쟁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15소년 표류기'의 SF버전이었다고 한다.

물론 토미노 감독이 구상한 이 작품속에 로봇의 등장은 불가피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미래의 이야기, 그것도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로봇을 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간 소년만화판 [매드맥스]가 되어 버릴 판국이었다. 따라서 그는 로봇을 등장시키되 마징가나 점보트 같은 거대로봇에 인간이 탑승한다는 기존의 개념 대신에, 일종의 보호장비로서 우주복처럼 입는 '간편한' 로봇을 생각했다.

이같은 설정은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의 로버트 A. 하인라인 고안한 '파워드 슈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쉽게도 훗날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스타쉽 트루퍼스'가 영화화되었을 때 '파워드 슈츠'는 사용되지 않았으나 이 개념자체는 다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 Robert A. Heinlein. All rights reserved.

하인라인의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에 도입된 파워드 슈츠.
건담의 모빌슈트개념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토미노 감독의 아이디어는 난관에 부딛치고 만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메카물의 상업성은 이미 프라모델 수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 신생회사에 불과한 선라이즈사가 이러한 수익성을 묵과한채 토미노 감독의 작가주의 성향만을 맞춰줄리가 만무했다. 결국 끊임없는 압박을 가한 끝에 토미노는 자신의 원래 구상을 일부 수정하기에 이른다.


ⓒ Bandai Ent. All Rights Reserved.

예나 지금이나 프라모델과 메카물의 관계는 땔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가 보다. 수많은 건담매니아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버리는 지름신, 건프라. 멋있긴 멋있다. ㅠㅠ

 


하지만 모든 컨셉을 변경한 것은 아니었다. 토미노는 원래 구상대로 소년,소녀들이 등장하는 전쟁물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회사측이 원하는 것이 프라모델 수익을 창출하는 로봇의 등장이라면 그렇게 해주겠다. 다만 아동취향적인 로봇이 아니라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병기로서의 로봇을 만들어 주마!' 결국 사이즈가 좀 더 커졌을 뿐 건담에 등장하는 로봇은 모빌슈트라는 말 그대로 전투를 위해 착용하는 갑옷과 같은 개념을 도입했다. 이것이 바로 훗날 '리얼로봇계열'이라는 또하나의 장르를 개척한 건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토미노 감독이 처음 구상했던 원안은 1983년 [은하표류 바이팜]이란 제목으로 칸다 다케유키 감독에 의해 46화짜리 TV시리즈로 제작되었으나 원래 토미노 감독의 의도대로 제작된 것인지는 조금 의심스럽다. 어쨌든 선라이즈의 상업적 욕심이 없었다면, 또한 토미노 감독의 작가정신이 없었다면 건담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기막힌 조화에 의해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역사적인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으니, 사람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 Sunrise. All Rights Reserved.

1983년 작, [은하표류 바이팜]. 미래판 '15소년 표류기'가 맞긴 맞는데...


건담의 원래 타이틀은 '건보이(Gunboy)'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막 막상 이 제목을 놓고 보니 유치하기가 그지 없었다. 토미노가 계획한 이 작품의 컨셉은 일개 메카물에 그치는 작품이 아니라 전쟁 드라마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건보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작품의 성격과는 맞지 않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작사와 토미노 감독은 '건보이' 대신에 총을 뜻하는 '건(Gun)'과 발전소의 '댐(Dam)'을 합성하여 '건담(Gundam)'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키로 했다. 연방에게 있어서 든든한 댐과 같은 버팀목이 되어줄 건담의 활약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적절한 네이밍 센스였다고 보여진다. 건담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맨담(Mandom)"이라는 화장품 상표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설도 있다. 맨담이라는 상표는 Human과 Freedom의 합성어로 건담도 이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어디까지나 전쟁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니 만큼 등장하는 무기또한 기존의 메카물과는 차별성을 보였다. 선더브레이크니, 브레스트 파이어와 같은 사기성 짙은 필살기 대신에 타이틀 건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 무기를 총으로 등장시켰고, 그외에 바주카포와 발칸포 등의 실제 전쟁무기가 로봇용으로 개조되어 선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가 가장 인상적인 무기인 '빔샤벨'은 영화 [스타워즈]에서 따온 것이 역력한 부분이긴 하지만 이후 건담에게 있어서는 안될 또하나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러나 야심찬 출발과는 달리 건담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아동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메카물에서 케릭터간의 심리적 갈등이 복잡미묘하게 표현되고 ,초인적인 로봇하나 등장하지 않는 이 밀리터리물에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말이다. 토미노 감독으로서는 참담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징가처럼 로봇 하나로 그 존재감을 확실히 자리매김하기에는 건담이 가진 이미지가 너무나 어두웠던 것이다. 하물며 양산형 모빌슈츠니, 커스텀 기체니, 미노프스키 입자와 같은 듣기에 생소하기만 한 개념들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그렇고 그런 시청률 속에 [기동전사 건담]이 막을 내리자, 토미노 감독은 허탈감에 빠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가뜩이나 복잡한 용어들도 머리 아픈데, 캐릭터 간의 이 복잡미묘한 갈등은 뭐냐?


하지만 일생일대의 야심작이 이렇게 끝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토미노 감독은 이 작품이 가진 장단점을 다시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고, 군더더기를 줄이고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여 극장판을 내놓았다. 난해하고 지루했던 건담이 깔끔하게 수정되어 다시 대중앞에 나왔을 때 비로서 그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극장판 건담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마니아층을 형성한 팬들의 요구에 의해 다시 TV판이 재방송되자 [기동전사 건담]은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당시 건담에 푹 빠져있던 한 마니아는 후에 기존의 메카물에 대한 개념을 또한번 뒤엎는 획기적인 작품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초기 방영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메니아들의 꾸준한 요청에 의해 재방송을 타고 나서야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게 됐으니, 그 작품이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안노 히데아키 본인도 스스로 건담 마니아임을 자처한 만큼 건담은 훗날의 모든 메카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 Gainax. All Rights Reserved.

건담의 열혈매니아였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결국 오늘날의 건담이 있게 된 것은 바로 '극장판 건담 3부작'이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토미노 감독은 극장판의 중요성에 대해 잊지 못할 기억을 간직하게 된다. 이는 후에 토미노 감독이 세운 '어떤' 건담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일이기도 하다. (후에 기회가 되면 다루기로 하겠다)


건담이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훗날 역사에 기록될 만한 시리즈가 될 수 있었던건 기존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그 어떤 매력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먼저 [기동전사 건담]에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었다. 각 로봇간의 전투는 실제 전쟁터를 연상케 할만큼 사실적인 싸움이 주를 이루고,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열혈고교생 같은 민간인 신분이 아니라 전부 군인의 신분을 가진다. 이는 애초에 토미노가 계획했던 소년,소녀들의 전쟁이야기라는 플롯을 유지한 것이며, '지구의 평화를 위해 악당들은 물러가라'와 같은 유치찬란한 구호의 외침이 아닌 사상과 이념의 충돌이라는 사실적인 갈등구조를 그려낸다. 또한 등장하는 메카들도 건담이니, 자쿠니 하는 명칭외에 정식형번 RX-78과 같은 기체의 넘버가 별도로 붙어있어 로봇이 실제 전쟁에 사용되는 소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 Bandai Ent. All Rights Reserved.

사실적인 설정,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으로서 건담은 선구자적 위치에 있다.


스케일도 마징가 시리즈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헐리우드의 걸작 SF [스타워즈]가 그 방대한 세계관 가운데 루크 스카이워커 (또는 아나킨)를 중심으로 한 일부의 에피소드만을 극화하였듯이, [기동전사 건담]은 아므로 레이와 그가 승선하고 있는 '화이트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외전의 가능성, 즉 같은 세계관 속에 다른 주인공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U.C.(우주세기)라는 연대설정 또한  건담이 가진 사실적인 디테일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건담이 가진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아동물로 치부됐던 메카물이 드디어 성인관객도 사로잡을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점이다. 로봇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케릭터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와해되는 과정을 보기 위해 사람들을 TV앞으로 끌어모은다는 사실은 일개 메카물로서는 해내기 힘든 대단한 성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건담이 비롯 리얼로봇계의 시초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슈퍼로봇의 성향을 완전히 떨쳐버린 것은 아니었다. 우선 주인공 아므로가 탑승하는 주기체, RX-78의 일당백에 가까운 그 살인적인 스팩이 문제였다. 건담이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이 프라모델 업체와의 상업적 결탁임을 부정할 수 없듯이, 주인공이 탑승하는 로봇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슈퍼로봇에 가까운 리얼로봇이라는 다소 어정쩡한 설정을 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선 연방이 이러한 일당백의 커스텀 기체가 아닌 양산형 MS를 대량생산해 다굴모드로 들어갔기 전략이었기 때문에 건담이 특별히 돋보이는 것 뿐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오늘날 건담의 존재는 자유롭게 해석되고 있으나, 당시의 상황으로 볼때 분명 이것은 슈퍼로봇의 영향력을 완전히 떨쳐 버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그래도 한방에 보내 버린다는 건 사기아냐?


두 번째로 건담이 가진 독특한 세계관이자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유일한 요소인 뉴타입에 관한 설정역시 일종의 초인적인 능력을 케릭터에 부여하는 셈이다. 나중에 제작된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나 [0080 포켓속의 전쟁] 등에서 뉴타입이 아닌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은 분명 이러한 뉴타입이라는 설정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요소임을 제작진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붉은혜성' 샤아 아즈너블이 착용하고 있는 그  마스크는 지금에 와서 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코스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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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필이 온다구!'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이자
건담의 중심적인 세계관이 되어 버린 뉴타입.


마지막으로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인 구조를 벗어났다고는 해도 '지온'은 여전히 악역을 맡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주인공 아무로가 연방소속이라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전쟁을 일으킨 것도 '사이드3'를 주축으로 한 지온공국이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지구에 콜로니 낙하를 시도한다는 설정 또한 '여전히'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반감을 가질 만한 부분인 것이다. 이것은 차차 외전 스토리와 토미노 자신이 내놓은 후속편을 통해 완화시켜갔지만 분명 [기동전사 건담] 당시에는 그런 경향이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었다.


누가 뭐라해도 토미노 요시유키의 [기동전사 건담]은 한 장르를 개척하고 감독 본인은 물론 선라이즈라는 제작사를 에니메이션계의 거물회사로 키우는 원동력이 된 작품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사실상 [기동전사 건담]의 리메이크작인 [건담 시드]가 방영되는 걸 보면 그 여파는 실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 [스타워즈]가 그 방대한 세계관을 기초로 수많은 팬픽과 외전을 양산하였듯이, 건담 또한 원작자가 내놓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이후로도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이 등장하였다. 이른바 '건담월드'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문화현상을 창출한 것이다. (현재까지 '건담'의 소설판은 총 22권이 발간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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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프라모델 사업과 크로스 오버를 통한 극장판 제작에 불과했던 부가사업에 그치지 않고 '뉴타입'지와 반다이 프라모델과의 계약, 수많은 설정집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계에도 프렌차이즈라는 사업시스템을 도입가능하게 만든것도 토미노 감독의 [기동전사 건담]이 이룩한 업적이다.

건담 프렌차이즈의 흔적들. 뉴타입이 정식발행되기 이전 우리들은 저런식으로 건담을 접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건담. 마무리 되지 않은 두 숙적 아므로와 샤아의 이야기는 이어질 것인가.. 토미노 감독에게 남겨진 과제는 결코 적지 않았다.





요즘 굴욕시리즈가 인기이니 만큼 '아무로의 굴욕'이라고 부를만한 한 장의 포스터를 소개한다. <우주 흑기사>라는 제목의 이 에니메이션은 1979년 문무 감독에 의해 제작되어져 극장에 걸리게 되었는데 (건담을 이용한 극장판이라는 측면에선 우리나라가 한발 빨랐다는 얘기.. ), 완전 망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하긴 이게 흥행했다면 이 무슨 국제적인 망신일까...) 샤아의 케릭터에 가면을 벗으면 아무로의 얼굴이 나오는 참으로 엽기발랄한 발상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었다.

 


* [기동전사 건담]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創通/ サンライズ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건담의 이미지 사용에 관한 설명은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스틸: 마징가 제트 외 나가이 고 작품들(ⓒ Dynamic Planning INC./ⓒ Toei(東映)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무적초인 점보트3(ⓒ Sunrise. All Rights Reserved.), 은하표류 바이팜(ⓒ Sunrise. All Rights Reserved.), 신세기 에반게리온(ⓒ Gainax. All Rights Reserved.), 스타쉽 트루퍼스(ⓒ Robert A. Heinlein.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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