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으신가? 그 금액이 얼마가 되었던 간에 잃어 버린 금액에 대한 아까움은 물론이거니와 상대방을 믿었던 신뢰를 배신당했을 때 느끼는 더러운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로 인해 인터넷 사기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그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사기는 피해자의 금전뿐만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는 측면에서 볼때 다른 범죄보다 월등히 악질 범죄다. 아마 사기를 당해본 사람이라면 사기꾼들에게 느끼는 분노게이지가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사기는 나쁜 범죄지만 그 처벌은 너무나도 미미해서 소액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은 뒤로한채 피해금액 정도만 변상하면 합의가 끝나 처벌을 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같은 사기는 예외가 아닌 듯 싶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라이어 게임]과 더불어 돈이 관련된 심리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검은사기]는 바로 이런 악질 사기꾼들의 다양한 사기수법을 소개하면서 이 사기꾼들을 상대로 사기쳐서 파멸시키는 사기꾼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수작이다.
ⓒ 小學館 (SHOGAKUKAN)/ ㈜서울문화사 All rights reserved.
어릴적 사기꾼으로 인해 일가족이 몰살되는 끔찍한 기억을 가진 쿠로사키. 그는 속칭 '백로'라 불리는 사기꾼들을 모조리 파멸시키려는 일념으로 사기꾼의 길을 택한다. 한때 자신의 가족을 풍지박산낸 사기극의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나 사기꾼의 세계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카츠라기 영감의 밑에서 정보를 사, 역으로 그들을 사기치는 '흑로'. 그것이 쿠로사키의 직업이다.
독을 독으로 제압한다는 줄거리는 '권선징악'의 입장에서는 얼핏보기엔 거부감이 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검은사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쿠로사키의 통쾌한 사기극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물론 검사 지망생인 츠라라는 어디까지나 사기꾼을 처단하는 것은 사법적인 정당성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주의자의 외침일 뿐, 사기에 대항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쿠로사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 小學館 (SHOGAKUKAN)/ ㈜서울문화사 All rights reserved.
소송사기, 방문판매사기, 재단융자사기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기꾼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그러한 사기의 실제 사례와 대응법을 친절히 소개해주고 있는 것도 [검은사기]의 특징이다.
이렇게 읽다보면 혹시 나도 누군가에 의해 사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리얼함이 느껴지는 [검은사기]는 일본에서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 국내의 케이블 방송을 통해 방영된 바 있다.
TV Drama ⓒ TBS. All rights reserved./ Movie ⓒ TBS, Toho Co.,小學館, J Storm.
크게 부담가지 않는 소박한 그림체에 특별히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내용도 전혀 없어서 누구에게나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작품이지만, 너무 리얼하게 설명해 놓은 사기의 수법을 누군가 모방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현재 단행본로는 12권까지 발매되었고, 내용상 결말까지는 한참 남은 듯 하지만 사법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사기꾼에 불과한 쿠로사키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 [검은사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小學館 (SHOGAKUKA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검은사기]의 국내 판권은 ㈜서울문화사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본을 이용합시다.
* 참고 스틸: 검은사기 드라마(ⓒ TBS. All rights reserved.), 극장판 (ⓒ TBS, Toho Co.,小學館, J Storm.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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