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도 알려진 허영만의 만화 [타짜]는 화투판에서 벌어지는 사기꾼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화제를 모았다. 이제 소개할 [도박묵시록 카이지]도 같은 도박을 소재로 한 만화이지만 처절할 정도의 상황에 내몰리는 주인공의 진땀나는 승부를 소재로 한 수작 심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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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없이 큰거 한방에 인생 역전할 허영심만 꿈꾸던 백수 카이지가 우연히 잘못 선 빚보증에 발목을 잡혀서 그로인해 짊어지게 되는 도박의 늪은 신체적 고통이나 유혈극 보다도 훨씬 더 무시무시한 심리적 압박으로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칠수록 더욱 더 깊이 빠져들어만 가는 도박의 유혹과 인간 양심의 근본을 뒤흔드는 신뢰의 문제 등 "돈" 앞에서 변해가는 추악한 인간의 악마성을 카이지의 눈으로 통찰하는 이 만화는 단지 도박이라는 소재가 주는 짜릿한 반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매점매석'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맹점에 대한 풍자적인 비판과 더불어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세계의 어두운 부면을 도박이라는 작은 세계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만약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작가인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형편없는 그림체만 보고 이 작품을 우습게 생각했다면 지금이라도 그 생각을 바꾸길 권한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화려한 작화나 그림이 아닌 주인공의 심리와 상황을 통해 '감정이입'이 작용하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해도 결말에 가서는 승부에 이기는 뻔한 스토리를 가진 만화와는 달리,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절대 주인공 카이지의 승리를 예측할 수 없다.
작가 노부유키는 애초부터 '결국엔 카이지가 이기게 되어있다'는 룰을 과감하게 깨버림으로써 작품을 몰입도를 훨씬 극대화시키고 있다. 어느덧 3권을 넘어갈때 쯤이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카이지의 얼굴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자신의 빰에도 한줄기 흐르고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가위,바위,보 게임이라는 단순한 놀이가 어떻게 사람을 파멸로 몰고가는 무시무시한 도박으로 변모하는지 그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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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인생은 한방이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어렵게 돈버는 것에 대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무언의 교훈을 심어줄 것이다. 비록 실제 생활에서 신체훼손이나 지하세계의 중노동 같은 인생막장의 상황에 몰리게 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들긴해도 '사채업체'에게 약간의 자금을 빌려썼다가 패가망신해서 평생을 빚더미에 얹어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걸 보면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비약적인 설정도 현실세계를 아주 약간 변형시킨 것일 뿐이라는 걸 느끼게 될테니까 말이다.
일본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도박묵시록 카이지]는 2007는 10월 3일 드디어 [역경무뢰 카이지]란 제목을 달고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비호감'인 그림체에 대한 선입관을 버릴 것!
*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講談社 (KODANSHA)/ ㈜학산문화사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국내 판권은 ㈜학산문화사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본을 이용합시다.
* 참고 스틸: 타짜(ⓒ 랜덤하우스코리아(주)All Rights Reserved.), 역경무뢰 카이지(ⓒ 福本伸行 /講談社, VAP,マッドハウス,NTV,D.N.ドリームパ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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