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특별한 일을 경험해. 때론 너무나 꿈같아서 꿈이라고 믿어버리지.
잊지마. 아주 특별한 경험은 일상 어딘가에 떨어져서 발견되길 기다리는 동전같은 거야.
눈을 부릅떠야 횡재할 수 있는 거라고.
- 도로시 밴드 중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아는가? L. 프랭크 봄이 발표한 이 소설은 이미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로도 소개되어 국내에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도로시라는 한 소녀가 수수께끼의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의 나라로 가게 된 후 강아지 토토, 겁쟁이 사자,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허수아비, 심장을 얻고 싶은 양철나무꾼과 함께 신비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의 이 동화적 판타지는 수많은 세월동안 무수한 작품들에게 직,간접적인 모티브를 제공해 주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너무나도 다양한 형태의 컨버전을 거친 작품이기에 더 이상 어떤 형태의 리메이크가 나온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지만 이 한편의 만화는 순식간에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도로시 밴드]. 2006년 Daum 커뮤니케이션의 만화속 세상에 웹툰형식으로 조용히 연재가 시작된 이 작품은 그동안 '오즈의 마법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어떤 작품보다도 기발하며 그 완성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Hongjacga/Daum/미들하우스. All rights reserved.
[도로시 밴드]의 기본적인 설정은 원작과 비슷하다. 즉, 도로시라는 이름의 소녀가 어느날 회오리 바람을 타고 가상의 세계인 뭉크킨의 나라에 떨어진다. 그러나 이후의 이야기는 원작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원작에서의 강아지 토토는 남자친구로 바뀌었고, 그외의 인물들(사자, 허수아비, 양철나무꾼)도 동일하게 등장하지만 원작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캐릭터를 지녔다. 더욱이 이들이 오즈를 찾아 나서는 이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함도 아니고, 개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도로시 일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공적인 '빅 밴드'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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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지닌 음악적 재능으로 의기투합한 '도로시 밴드'의 일행은 오즈 레이블의 음반 프로듀서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수많은 난관들을 '음악적 열정'으로 극복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렇듯 파격적인 설정의 변화와 리메이크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마음껏 넘나드는 홍작가의 번뜩이는 센스만이 [도로시 밴드]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도로시 밴드]는 웹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뛰어난 작화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림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지는 홍작가의 개성있는 그림체는 고사직전의 위기에 몰렸던 국내 만화계의 현실에 아직도 희망이 존재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타의 만화들에게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나름 진지하고도 풍자적인 주제의식과 촌철살인의 유머는 [도로시 밴드]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필수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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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손희준 작가의 [도로시]가 일본 코믹스풍의 터치로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하는데 도전했다가 연재중단이라는 불명예스런 결과로 원성을 샀던 것과는 달리 [도로시 밴드]는 무난한 마무리와 함께 총 3권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어 있다. 비록 연재당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경쟁력과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초 프랑스로 그 무대를 옮겨 대망의 단행본 발행을 하게 되었다고 하니. 작품속 도로시처럼 더 넓은 곳을 향해 도전의 날개를 펼치는 홍작가의 근성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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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시 밴드]의 모든 일러스트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Hongjacga/Daum/미들하우스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정식 발매본을 애용하거나 해당 웹사이트에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본 리뷰에 사용된 일러스트는 홍작가님의 동의하에 사용하였습니다.
* 참고 스틸: 오즈의 마법사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도로시 밴드 Dorothy Band 1 - 홍작가 글 그림/미들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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