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본 리뷰에서는 [에이리언 2020]의 스토리가 일부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 작품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리뷰를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딕의 모험이 시작되다 |
국내에서는 유난히 유치하거나 3류틱한 제목을 붙여서 망한 영화가 많다. 이 영화 [에이리언 2020]도 그 중 하나인데 왠지 [에이리언] 시리즈의 아류작같은 느낌을 팍팍주는 엉뚱한 제목 때문에 비디오 시장에서 조차 묻혀버린 비운의 영화다. 물론 입소문을 타고 나중에는 빛을 보긴 했지만 정말이지 유치한 작명센스는 알아줘야 한다.
이 영화는 철저한 B급무비의 전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상외의 결말과 캐릭터 묘사로 매끈하게 빠진 SF영화임을 보여준다. 게다가 아직 이 영화를 접하지 못한 사람에겐 [트리플 엑스]로 주가 수직상승중인 빈 디젤의 매력넘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 (리딕의 연대기)]의 전편에 해당하는 영화가 바로 이 작품으로서, 속편과는 달리 아주 잘 짜여진 스릴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SF 호러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작품이다.
스토리 소개 |
이 영화는 초반부터 군더더기를 뺀채 행성에 불시착하는 우주선의 긴박한 상황으로 관객을 이끈다. 미모의 여조종사 프라이의 고전분투로 가까스로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헌터/그래츠너호' 의 생존자는 프라이(라다 미첼 분)와 경찰관인 존스, 호송 중이던 죄수 리딕(빈 디젤 분) 외에 몇몇 승객뿐이다. 이 이름모를 행성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이라곤 거대한 동물들의 집단 무덤.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행성의 생명체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 행성에는 밤이 없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람들은 도주한 리딕의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리딕은 잡히게 되고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제 영화는 행성에 살고있는 또다른 존재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그리고 믿음직한 경관이던 존스가 실은 현상범 사냥꾼에다 마약중독자라는 사실, 암흑속의 지하감옥에서 살아남기위해 야간에서 시야를 확보하도록 자신의 눈을 개조한 리딕이라는 신비한 죄수, 리딕에 대해 동경심을 품는 잭이라는 아이, 그리고 사람들을 이끌고 탈출을 위해 고전분투하는 프라이...
사람들은 하나둘씩 의문의 생물체에 의해 희생당하고 텅빈 배이스 캠프에서 그들은 행성의 공전주기를 모델링한 기계를 통해 오늘이 개기일식임을 알아낸다. 바로 괴물들은 몇 년마다 찾아오는 개기일식을 계기로 대규모적인 활동을 벌이는 야행성 생물이었던 것이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일식까지는 불과 몇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전력을 동원해 탈출용 셔틀을 타야만 하는 이들은 결국 어둠이 짙게 깔리는 개기일식을 맞이하게 된다. 미처 셔틀에 도착하지 못한 일행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고 ,이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리딕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든든한 존재가 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행성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B급 SF 스릴러의 숨은 보석 |
이 영화는 '오리지널' [에이리언] 시리즈가 그랬던것처럼, 괴물들이 어디에서 왔으며 또 무슨 종류인지 하는 구차한 배경따윈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비행과 지상,지하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며, 음파로 물체의 형상을 파악한다는 것, 그리고 빛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부이다.
특히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이라는 점은 특수한 시력을 가진 리딕이라는 인물과 묘한 연대감을 조성한다. 또한 B급 영화지만 낮과 밤, 붉은 태양과 그늘의 서늘함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색조를 사용해 매우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리딕의 시점과 괴물의 시점을 대비해서 보여주는 시퀀스도 매우 흥미롭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인물묘사에 비중을 두는 감독의 재량에도 점수를 주고 싶어지는데, 악인인지 선인인지 도저히 판단하기 힘든 리딕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나머지 승객전부를 희생하려 했던 프라이의 내면적갈등이 드러나는 장면은 지금 봐도 멋지다.
오리지널 엔딩은 리딕의 희생으로 프라이와 생존자들이 탈출하는 것으로 만들어졌으나 이후 편집 과정에서 프라이가 죽는 엔딩으로 대체했다고 하는데, 이는 관객들이 프라이라는 인물보다는 리딕에게 관객들이 더 호감을 가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고, 빈 디젤의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의 상황을 보면 그 판단은 현명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감독은 후속편이 된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The Chronicles of Riddick)]이라는 1억달러짜리 프로젝트를 통해 리딕의 화려한 재등장을 꿈꾸었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실패였다.
리딕이라는 인물의 굵직한 저음과 묘한 분위기의 눈빛을 연기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격인 빈 디젤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고, 프라이로 분한 라다 미첼이라는 배우의 열연도 돋보인다. 라다 미첼은 주로 B급영화의 주연이나 A급 영화의 조연으로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활동적인 배우로, 이 작품 외에도 [폰 부스], [맨 온 파이어] 등의 영화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냥 그렇게 비디오가게 구석 한켠에서 썩고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다. A급 블록버스터의 이름을 걸로 홍보되는 웬만한 SF 영화에 비하자면 더없이 볼 만한 작품이며, 더불어 국내배급사들의 생각없는 작명센스를 규탄하고 싶을 따름이다. 강력추천!
* [에이리언 2020]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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