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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과 [역도산]을 만든 송해성 감독. 어찌된 일인지 흥행성과는 거리가 멀다. [파이란]이 비록 흥흥면에서 큰 대박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최민식의 연기력과 공형진, 손병호 등 조연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짜임새 있는 연출력으로 작품성에서는 대단한 호평을 받은 것에 비해, 블록버스터급 [역도산]은 미지근한 평가와 더불어 흥행에서도 실패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은 [역도산]에서의 거품을 빼고 다시 [파이란]의 신파극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강동원과 이나영의 조화라... 왠지 신비스럽지 않은가? 아마 [우행시]의 기본 줄거리만 접한 분들은 대충 예상하기를 사형수와 한 여자의 그렇고 그런 눈물짜내기 식의 드라마일것으로 추측을 할 것이다. 뭐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송해성 감독은 이렇듯 뻔해보이는 이야기에 한두개의 코드를 더 집어 넣었다.

그중 하나는 사형제도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다. 이미 [데드맨 워킹] 등을 통해 외국에선 숱하게 재기되어 온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인권 후진국인(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인권 후진국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이렇게 사형문제를 조명한 영화는 꽤 낯설다고나 할까..  얼마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 폐지국 선포식'이 한국에서 열리긴 했어도, 여전히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한 이 문제는 꽤나 껄끄럽다.

최근 국내의 현실을 보면 정말 '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도 "그런 인간들은 @#!#!@해서 죽여야 한다"느니, "XXXXXX시켜야 한다"느니 하는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리플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에게 '인권이란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정서적인 공감대다.

[우행시]는 이런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을 정면에서 조명하기 보다는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인간 대 인간의 신뢰감'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야기 속에 적절한 양념으로 첨가시키고 있다. 감독은 자신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형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얼굴을 내비치는 것만으로 여성 관객들의 입에서 '아~ 따랑해~'하는 탄식이 쏟아지는 꽃미남 "강동원"을 앞세워서 말이다.

ⓒ LJ 필름/ 상상 필름. All Rights Reserved.

이런 꽃미남을 앞세우다니! 비겁해!


조금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찌기 [데드맨 워킹]에서 팀 로빈스 감독은 숀 펜 이라는 불량끼 철철흐르는 배우를 써서 그의 잔인무도한 범죄행각에 대해 일절의 동점심을 배제한채 사형이라는 그 제도적 당위성에 대해서만 판단하도록 관객을 이끌었다. 그 점에 있어선 [데드맨 워킹]은 참 정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행시]는 말하자면 약간의 반칙을 쓰고 있는 것이다. 보기만해도 모성애가 우러나오는 강동원이라는 배우, 그리고 극중의 캐릭터가 가진 선천적인 불행, 그리고 우발적인 범행, 비이기적인 범행 동기.. 등등 그를 변호해주는 오만가지 설정을 가지고 관객에게 "자, 니들 이래도 이 청년을 사형이라는 명목의 살인으로 내몰테냐!"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속이 들여다 보이는 이야기임에도 그다지 불쾌하지 않은것은 의외로 강동원의 연기가 탁월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거품'이라고 생각했던 강동원 효과가 [우행시]를 만나 배우로서 한단계 진보한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보여진다. 특히나 마지막 라스트씬에서 보여준 강동원의 호연은 두고두고 그를 재평가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것 같다. 마치 권상우라는 배우가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성장했듯이 말이다.

ⓒ LJ 필름/ 상상 필름. All Rights Reserved.


[우행시]에 들어간 또하나의 코드는 '종교', 더 정확히는 '가톨릭'이다. 많은 사형수들이 종교를 갖게되어 죽기전에 회개한다는 말은 많은 듣지만 [우행시]에서 보여주는 가톨릭에 대한 시각은 때론 비판적이면서도 때론 긍정적이다. 어느것이 맞는것인지는 관객의 몫인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없어도 될 코드였다고 보지만 어쨌거나 [우행시]의 원작자인 공지영이 독실한 크리스찬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순해도 될만한 영화에 너무 이것저것 넣은 듯한 산만함이 조금 불만이다.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 하실 이나영에 대해 말해보자. 필자 역시 같은 대학 출신이고, 데뷔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부터 줄곧 그녀를 보아 온 터라 매우 호감을 가진 배우중 하나다. 특히 [아는 여자]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내 이상형에 가까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행시]에서의 이나영은 뭐랄까... 조금 진부한 캐릭터라고나 할까. 필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여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이나영에게서는 다소곳한 여성상이 기대되지가 않는다. 아마도 [후아유]나 [네 멋대로 해라]의 반항적인 이미지가 그녀를 강하게 둘러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행시]는 바로 그녀의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가족에게 기대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래서 다른 남자에게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그런 캐릭터인 거다. 너무나 기대와 딱 맞는 캐릭터여서인지 솔직히 약간 김빠지는 것도 없지 않지만 역시나, 그렁그렁한 그 큰 눈으로 눈물연기를 할때면 아아~ 미칠거 같다.

ⓒ LJ 필름/ 상상 필름. All Rights Reserved.


[우행시]의 최초 시사회 기자 반응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작품에서 [파이란]급의 작품성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어차피 너무 뻔한 스토리에 정형화된 캐릭터, 그 한계를 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남선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그것도 사형수와 대학강사의 파격적인 만남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더군다나 이들의 연기도 상당히 좋다.

다만 감독이 너무 욕심을 부려 이것저것 잡다한 코드를 심어놓은것은 사람에 따라선 매우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더불어 사형제도의 절대적인 지지론자나 강동원의 안티팬, 그리고 가톨릭의 종교적 색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해 질 지도 모른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땐 꽤 만족스런 영화지만 말이다.

P.S: 조연으로 등장한 오광록은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시킨다. [우행시]에서는 절대 웃기는 캐릭터가 아닌데도 첫등장에서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리는걸 보면, 이미지 변신을 좀 해야겠다는... ^^;;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LJ 필름/ 상상 필름과 배급사인 프라임 엔터테인먼트.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국민일보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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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아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우행시를 보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강동원의 연기도 괜찮았죠^^

    2007.10.30 21:47
  2. 브리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나영의 열렬한 팬이라서 엄청 기대를갖고 봤지만 왠지 아쉬웠던 느낌이 기억나네요. 그래도 강동원의 마지막 연기는 압권이었죠. 저역시 감독이 강동원에게 관객이 강동원편이 되도록 정당성을 많이 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글을 참 예리하고 깔끔하게 잘쓰시네요^^ 그나저나 나영씨의 후속작 소식은 없나영?^^;

    2007.10.31 23:5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영양은 요즘 CF에 버닝중이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많은 영화보단 CF가 안전하다는 판단이겠지만, 이런 몸사림에 대해 안좋게 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하긴 요즘 들어오는 영화 시나리오가 어떨지는 대충 상상히 갑니다 ㅡㅡ;;

      2007.11.01 00:02 신고
  3. 은사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영양은 앞으로가 배우로의 도약기인데...영화출연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2007.11.01 08:21
  4. Μųźёноliс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저도 진짜 이나영 캐스팅은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ㅅ=b
    문유정이라는 캐릭터도 참, 아슬아슬한데 말이죠.

    2007.11.11 14:1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트랙백 달자마자 와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이나영의 가능성은 참 무궁무진한데 받쳐주는 캐릭터가 없어서인지 요즘 너무 출연이 뜸하네요 ㅠㅠ

      2007.11.11 14:22 신고
  5. 파란토마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은 참...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시는군요.ㅋ
    저는 강동원에 대한 별 호감 없었는데도 이 영화에서 보고는 참 괜찮다 싶었구요..
    이나영은 좀 헤깔리던 중이었는데 이 영화 본 후 확실히 연기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2007.11.13 00:36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나영은 아직까지 검증이 좀 더 필요하지만, 재능있는 바우임엔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걸 증명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게 좀 불안하군요. CF는 돈은 되지만 배우로서의 경력과는 무관한데 말이죠..

      2007.11.13 08:24 신고
  6. 천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 영화보면서 강동원이란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봤더랬지요.

    글을 보니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들이 사~알짝 떠오르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

    2007.11.14 15:4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동원의 재발견이죠 ^^ 다만 좀 반칙성 캐스팅이긴 합니다 ㅎㅎ

      이명세 감독에게는 확실히 눈도장 받은걸로 봐서 앞으로도 흥행성보단 작품성 위주로 나가는 배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07.11.14 15:52 신고
  7. 짜잔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 생각없이... 케이블티비를 보다가 빨려들어갔던 영화입니다...

    영화 끝나고 나서, 와이프랑 얘기했었습니다

    "만약 강동원씨의 역할을 내가 하면 영화가 어찌 되었을까?"......... 괜히 싸울뻔 했구요....

    반칙캐스팅이라는 것에 1000% 동의합니다 ^^;

    2007.12.10 17:34
  8. cloz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플을 달려고 하는데 자꾸 글이 지워져요. 흑흑...

    전 수녀님 분량이 너무 적었던 것도 그렇고,
    평소 완소하는 나영양의 매력이 많이 발산되지 못한것 같아서 아쉬웠던 영화였어요.
    그래도 동원군의 연기만은 정말 좋았다는. ^^

    2007.12.12 23:37
  9. Ze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형관련 영화중엔 데이비드 게일이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습니다.
    우행시는 어떤가요 페니웨이님? 재밌나요?

    2007.12.13 08:59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행시는 다소 감정적인 면에 호소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꽃미남 강동원을 내세워 사형제도의 비인간성을 주장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제법 괜찮아서 드라마로서의 역할은 충실한 편입니다. ^^

      2007.12.13 09:35 신고
  10. 파란토마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볼수록 영화를 너무 따뜻하게 보시는 듯.ㅋ

    저는 이 영화 보면서 강동원이 너무 잘 생겨서 진짜 짜증..
    아니.. 영화가 자증나는게 아니라.. 페니웨이님 말씀대로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에..

    잘생긴 강동원 앞세워서 그것도 누명쓴 걸 보여주면서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근데 작가가 그걸 원했따니 어쩔 수 없지만..ㅡㅡ;;

    이나영은 또 어찌 그리 못하던지......


    음..... 수녀님으로 나온 분은 참 매력적이긴 한데.. 뭔가 2% 부족한 느낌..
    저분 굉장히 좋아하는데 황진이에서도 그렇고, 우행시에서도 그렇고..
    뭔가 좀 부족해요....... 약해.. 약해.. ㅋㅋ



    죄송해요.. 리뷰마다 자꾸 딴지 걸어서....
    제가 너무 삐딱한가요?? ㅠㅠ

    이래서 제가 리뷰를 못쓴다니까요ㅠㅠ

    잘 쓰지도 못하면서 부족한 거 보면 자꾸 딴지 걸고 싶어져서ㅠㅠ

    2008.01.28 17:5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딴지도 기술이지요^^ 근데 사실 영화라는게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드물잖아요. 영화를 단지 보는 입장에서는 이러쿵 저러쿵 비평을 하기는 쉬워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을테니까 말이죠^^

      저도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근데 이렇게 아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리뷰에는 꼭 악플이 달리더라구요 ㅡㅡ;; 그래서 아예 그런 영화는 리뷰를 안하려고 맘 먹은 거랍니다. 이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이 "괴작열전"이랄까요? ㅎㅎ 그나마 괴작열전도 단지 비판을 위한 리뷰가 아닌 재미를 위한 리뷰가 되도록 방향을 잡고 있는 편이지요^^

      2008.01.28 18:40 신고
  11.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봤습니다 .. 전 이 영화와 책 모두 안 봤네요 .. 왠지 일본만화를 배꼈다는 느낌이 강해서 .. 그런데 알고보니 국내 출간일은 공지영씨의 소설이 먼저 나왔군요 .. 사형수042라는 만화를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 ^^

    2009.07.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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