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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32번가 - 한국적 정서를 서양화의 화풍으로 그려낸 작품

페니웨이™ 2007. 11.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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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단지 출세만이 세상을 살아남는 최상의 선(善)이자 과제이다. 정의나 양심은 성공을 위해서 넘어야 할 장애물로 전락했고,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출세에 유리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한국 교포출신 감독인 마이클 강 감독은 이런 한국인들의 현재 모습을 미국의 동포사회로 옮겨놓으려 했던 것일까. [웨스트 32번가], 미국 뉴욕의 한인타운을 지칭하는 말이다.



    1.헐리우드 개봉을 겨냥했다는데?  


분명 영어대사가 전체의 80%을 차지하고 있고, 100% 미국에서 촬영되었으며 헐리우드에서 활동중인 한국계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의 색채로 보건데 폭탄주 돌리기나 룸쌀롱 같이 한국적 정서가 강하게 풍기는 이 작품을 과연 외국인들이 얼마나 잘 이해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 2007 CJ 엔터테인먼트(주) All Rights Reserved.


더군다나 헐리우드를 목표로 제작된 작품치고는 비중있는 서양인 배우가 전무하다. 결국 홍보상으로는 헐리우드 개봉을 목표로 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국내용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북미지역 개봉을 한다해도 제한적인 개봉에 그칠 듯.



    2.미국의 교민사회를 배경으로 했다는데?  


뉴욕 한인타운이 주 배경으로, 모든 촬영이 그곳에서 이루어졌으나 실제로 공간적 배경의 이동량은 그리 크지 않다. 무슨말인가 하면, 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가 가정집이나 룸쌀롱같은 한정된 공간이기 때문에 미국 올로케이션 촬영이 그리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의 밤문화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한인 타운의 밤거리만을 비춰주기 때문에, 큰 이질감을 느낄 수 없어서, 오히려 현실감을 살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배우들의 조합이 비교적 독특한데...  


일단 영어대사가 워낙 많은 작품이라, 선택할 수 있는 한국배우의 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기껏해야 헐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배우가 [해롤드와 쿠마]의 존 조,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그레이스 박,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 [007 어나더 데이]의 릭 윤과 윌 윤 리, [로스트]의 김윤진, 다니엘 대 김 정도다. 대략 지명도와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로서 존 조와 그레이스 박을 택한건 나름대로의 현명한 캐스팅이었다고 보인다.

ⓒ 2007 CJ 엔터테인먼트(주)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들보다도 더 탁월한 캐스팅은 이제 갓 한국 연예계에 얼굴을 알린 김준성이란 배우다. [웨스트 32번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자유자재로 구사해야하는 난이도가 높은 캐릭터 임에도 이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의 대사와 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악역임에도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 반면 그레이스 박을 비롯한 여자 배우들의 캐스팅은 좀 빈약한 편. 특히 숙희역의 제인 김은 영화 속 캐릭터와 그녀의 외모가 미스매칭이며 대사의 전달도 많이 떨어진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홍보사에서 주연급으로 내세우는 정준호에게 큰 기대를 걸지 말 것. 해주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 ㅡㅡ;;

 

    4.영화의 장르적 특징은?  


[웨스트 32번가]는 전진호(정준호 분)의 죽음을 둘러싼 스릴러물의 공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말해 이 작품은 스릴러라기 보단 스릴러를 가장한 일종의 느와르다. 한국 사회에 동화되지 못한채 술집과 룸쌀롱을 전전하며 한국의 고질적인 밤문화에 심취한 교포 2세들의 삶이 제법 그럴싸하게 그려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스릴러처럼 가다가 갑자기 조폭들의 나와바리 싸움식으로 번지는 장르의 변경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다. 차라리 느와르로 가던가 스릴러로 가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웨스트 32번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교포 출신의 (사실 한국말을 거의 못하더라) 마이클 강 감독은 한국 교민 2세들의 일탈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놓은 것이지만, 장르의 특징을 살리지 못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극 중 마이크의 대사처럼 '한국인은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다'라는 것이 주제라면 주제랄까.결론만 본다면 확실히 그렇다. 출신과 사회적 지위가 다른 두 남자가 결국 같은 이해관계속에서 불의와 타협한다는 설정은 출세지향적인 한국사회의 정서적 공통점을 빗댄 것 같이 느껴진다. 다만 이마저도 국적불명의 불법체류자 마냥 불투명하다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6.영화의 전반적인 재미에 대해  


전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다. 편집이 다소 거칠기는 해도 영화는 꽤 빠른 템포로 진행되며 제법 스타일리쉬한 영상도 보여준다. 마치 김성수 감독의 1997년작 [비트]를 보는 느낌이랄까. B급 범죄드라마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따라서 [웨스트 32번가]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약 90분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아까도 지적했듯이 명확한 장르의 중심을 잡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 수작급의 반열에 들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 2007 CJ 엔터테인먼트(주) All Rights Reserved.


사족: [웨스트 32번가]의 시사회의 참석요청이 공교롭게도 같은날 두군데서 들어왔다. 한곳은 강변CGV와 한곳은 압구정CGV. 어느곳을 갈까 망설였는데, 결국 압구정CGV를 택했다. 덕분에 무대인사차 온 마이클 강 감독과 김준성, 레리 준을 볼 수 있었다. 폰카가 대략 안습수준이라 무슨 사진인지도 못알아보겠지만.. ㅠㅠ

안습의 화질.. 누구 카메라 좀 기증해 줄 사람 없소?



* [웨스트 32번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J 엔터테인먼트(주)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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