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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인간의 죄, 그리고 생명의 무게

페니웨이™ 2007. 10. 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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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과 [역도산]을 만든 송해성 감독. 어찌된 일인지 흥행성과는 거리가 멀다. [파이란]이 비록 흥흥면에서 큰 대박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최민식의 연기력과 공형진, 손병호 등 조연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짜임새 있는 연출력으로 작품성에서는 대단한 호평을 받은 것에 비해, 블록버스터급 [역도산]은 미지근한 평가와 더불어 흥행에서도 실패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은 [역도산]에서의 거품을 빼고 다시 [파이란]의 신파극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강동원과 이나영의 조화라... 왠지 신비스럽지 않은가? 아마 [우행시]의 기본 줄거리만 접한 분들은 대충 예상하기를 사형수와 한 여자의 그렇고 그런 눈물짜내기 식의 드라마일것으로 추측을 할 것이다. 뭐 예상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송해성 감독은 이렇듯 뻔해보이는 이야기에 한두개의 코드를 더 집어 넣었다.

그중 하나는 사형제도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다. 이미 [데드맨 워킹] 등을 통해 외국에선 숱하게 재기되어 온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인권 후진국인(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인권 후진국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이렇게 사형문제를 조명한 영화는 꽤 낯설다고나 할까..  얼마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 폐지국 선포식'이 한국에서 열리긴 했어도, 여전히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한 이 문제는 꽤나 껄끄럽다.

최근 국내의 현실을 보면 정말 '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도 "그런 인간들은 @#!#!@해서 죽여야 한다"느니, "XXXXXX시켜야 한다"느니 하는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리플이 난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에게 '인권이란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정서적인 공감대다.

[우행시]는 이런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을 정면에서 조명하기 보다는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인간 대 인간의 신뢰감'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야기 속에 적절한 양념으로 첨가시키고 있다. 감독은 자신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형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얼굴을 내비치는 것만으로 여성 관객들의 입에서 '아~ 따랑해~'하는 탄식이 쏟아지는 꽃미남 "강동원"을 앞세워서 말이다.

ⓒ LJ 필름/ 상상 필름. All Rights Reserved.

이런 꽃미남을 앞세우다니! 비겁해!


조금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찌기 [데드맨 워킹]에서 팀 로빈스 감독은 숀 펜 이라는 불량끼 철철흐르는 배우를 써서 그의 잔인무도한 범죄행각에 대해 일절의 동점심을 배제한채 사형이라는 그 제도적 당위성에 대해서만 판단하도록 관객을 이끌었다. 그 점에 있어선 [데드맨 워킹]은 참 정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행시]는 말하자면 약간의 반칙을 쓰고 있는 것이다. 보기만해도 모성애가 우러나오는 강동원이라는 배우, 그리고 극중의 캐릭터가 가진 선천적인 불행, 그리고 우발적인 범행, 비이기적인 범행 동기.. 등등 그를 변호해주는 오만가지 설정을 가지고 관객에게 "자, 니들 이래도 이 청년을 사형이라는 명목의 살인으로 내몰테냐!"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속이 들여다 보이는 이야기임에도 그다지 불쾌하지 않은것은 의외로 강동원의 연기가 탁월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거품'이라고 생각했던 강동원 효과가 [우행시]를 만나 배우로서 한단계 진보한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보여진다. 특히나 마지막 라스트씬에서 보여준 강동원의 호연은 두고두고 그를 재평가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것 같다. 마치 권상우라는 배우가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성장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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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행시]에 들어간 또하나의 코드는 '종교', 더 정확히는 '가톨릭'이다. 많은 사형수들이 종교를 갖게되어 죽기전에 회개한다는 말은 많은 듣지만 [우행시]에서 보여주는 가톨릭에 대한 시각은 때론 비판적이면서도 때론 긍정적이다. 어느것이 맞는것인지는 관객의 몫인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없어도 될 코드였다고 보지만 어쨌거나 [우행시]의 원작자인 공지영이 독실한 크리스찬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순해도 될만한 영화에 너무 이것저것 넣은 듯한 산만함이 조금 불만이다.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 하실 이나영에 대해 말해보자. 필자 역시 같은 대학 출신이고, 데뷔작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부터 줄곧 그녀를 보아 온 터라 매우 호감을 가진 배우중 하나다. 특히 [아는 여자]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내 이상형에 가까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행시]에서의 이나영은 뭐랄까... 조금 진부한 캐릭터라고나 할까. 필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여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이나영에게서는 다소곳한 여성상이 기대되지가 않는다. 아마도 [후아유]나 [네 멋대로 해라]의 반항적인 이미지가 그녀를 강하게 둘러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행시]는 바로 그녀의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가족에게 기대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래서 다른 남자에게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그런 캐릭터인 거다. 너무나 기대와 딱 맞는 캐릭터여서인지 솔직히 약간 김빠지는 것도 없지 않지만 역시나, 그렁그렁한 그 큰 눈으로 눈물연기를 할때면 아아~ 미칠거 같다.

ⓒ LJ 필름/ 상상 필름. All Rights Reserved.


[우행시]의 최초 시사회 기자 반응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작품에서 [파이란]급의 작품성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어차피 너무 뻔한 스토리에 정형화된 캐릭터, 그 한계를 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남선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그것도 사형수와 대학강사의 파격적인 만남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더군다나 이들의 연기도 상당히 좋다.

다만 감독이 너무 욕심을 부려 이것저것 잡다한 코드를 심어놓은것은 사람에 따라선 매우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더불어 사형제도의 절대적인 지지론자나 강동원의 안티팬, 그리고 가톨릭의 종교적 색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해 질 지도 모른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땐 꽤 만족스런 영화지만 말이다.

P.S: 조연으로 등장한 오광록은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폭소를 유발시킨다. [우행시]에서는 절대 웃기는 캐릭터가 아닌데도 첫등장에서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리는걸 보면, 이미지 변신을 좀 해야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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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국민일보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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