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내가 처음 블로그를 개설했을 때만해도 블로거들에게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려 있었다. 애드센스로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소소한 즐거움에서부터 대기업의 마케팅에 동원되거나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하는 준 언론인과 같은 다양한 경험들은 이전에는 일반인으로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블로그라는 생태계로 인해 가능해졌다.
태터앤미디어라는 이름의 회사를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다들 올블로그니 다음블로거뉴스니 하는 메타블로그에서 자신을 알리기에 열중할 무렵, 태터앤미디어는 이미 웹상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잠재력이 있는 뛰어난 블로거들을 섭외해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라는 컨셉으로 승부를 걸었다.
(구글에 인수된) 태터앤컴퍼니에서 분사해 법인등록을 마친 태터앤미디어는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포섭해 마케팅의 폭을 넓혔으며, 단가높은 배너광고나 특정 블로거에 적합한 체험단을 연결해 주는 등 일반 블로그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며 그 수수료를 일정부분 취하는 방식의 회사였다. 물론 태터앤미디어의 파트너 블로그가 되면 영향력있는 블로거들 끼리의 커뮤니티가 강화되어 시너지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태터앤미디어의 파트너는 가입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추천이나 혹은 태터앤미디어측의 직접 컨택방식으로 가입되는 이른바 폐쇄형 가입구조라는 점도 특징이었다. 그만큼 선별적이고 알짜배기 블로거들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에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다.
처음엔 광고수익에 의존했지만 비슷한 분야의 블로거들을 규합해 분야별 인터넷 언론을 하나씩 만들어간 것도 태터앤미디어다. 영화,연예 중심의 엔터팩토리나 야구 관련 사이트인 야구타임스에 이어 글로벌 매체인 세계Wa 등 다양한 실험적 블로그 언론사를 만들었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과의 좌담회 마련도 태터앤미디어의 성과다.
태터앤미디어가 고속 성장하여 사명을 티앤엠미디어로 바꾸고 회사를 키울 무렵, 악재가 터졌다. B블로거로 인해 촉발된 이른바 '파워브로커 사태'가 발생해, 마치 파워블로거(사실 나는 지금도 이 칭호를 굉장히 싫어한다) 모두가 부도덕하고, 기업과 결탁해 폭리를 취하며, 거짓 정보를 남발하는 냥 취급을 받았다. 자신들의 파이를 빼앗기는 걸 못마땅해 했던 언론에선 가루가 되도록 블로거들을 난타했다.
뭐 자업자득이랄 수도 있겠지만, 그 사태 이후로 한국의 블로그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신력있던 메타 블로그가 하나 둘 문을 닫고, 블로거 지원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던 -심지어 블로그만으로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노라고 공언했던- 다음마저 블로그 지원책들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블로거의 천하는 끝이 났다.
블로거 각자에게도 큰 상처가 남았지만 무엇보다 블로거들을 통해야만 수익을 발생할 수 있었던 티앤엠에게는 거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블로거들의 활동은 예전같이 않았고, 의욕적이었던 티앤엠의 새로운 아이템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오늘이면 티앤엠미디어의 법인설립이 이루어진지 꼭 8년째다. 그러나 이 의미깊은 날 티앤엠미디어의 커뮤니티에는 슬픈 소식이 올라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무실을 찾아가면 반갑게 맞이해 주었던 티앤엠미디어의 직원들이 기억난다. 지금은 모두 퇴사했지만 그 들 중 일부는 아직도 내 핸드폰에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다.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블로그 매니지먼트의 최강자였던 티앤엠미디어의 폐업소식이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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