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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 3 - 왕년을 추억하는 액션스타들의 동문회

페니웨이™ 2014. 8. 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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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2]에서 존 람보는 조력자인 베트남 여성에게 자신을 이렇게 말합니다. “난 소모품일 뿐이오 I’m expendable”. 영화 [익스펜더블]의 제목은 이 대사에서 따온 일종의 조크입니다. ‘람보’ 실베스터 스텔론을 중심으로 80년대를 주름잡던 노장 액션 배우들을 몽땅 끌어모은 이 작품은 CG와 비주얼 쇼크에 길들여진 관객에게 던지는 80년대식 아날로그 액션의 화답인 셈이죠.

2000년대에 들어 액션이라는 장르가 소멸되거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아니어도 80년대와는 양상이 많이 변한게 사실입니다. 뭔가 둔탁하고 맞아도 끄떡없는 주인공 대신 관객들은 타격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듯한 ‘제이슨 본’ 시리즈 식의 리얼한 액션에 훨씬 더 익숙합니다. 가뜩이나 노쇠해져 몸놀림이 예전같지 않은 왕년의 액션스타들에게는 더더욱 맞지 않는 스타일일 겁니다.

그래서 [익스펜더블]은 아예 새로운 스타일을 답습하기 보다는 과거의 향수에 기대는 전략으로 승부를 겁니다. 셀링 포인트는 바로 후덜덜한 배우들의 이름이죠. 하긴 80년대 액션영화의 팬이라면 실베스터 스텔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돌프 룬드그렌, 이연걸 등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걸 어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이렇듯 [익스펜더블]은 바로 배우들의 얼굴이 영화의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 Nu Image / Millennium Films, Davis-Films, Ex3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이번에 개봉한 [익스펜더블 3]는 기존의 멤버에 웨슬리 스나입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 여기에 멜 깁슨과 해리슨 포드 등 시리즈 사상 가장 막강한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사실 너무 출연진이 화려하다보니 도대체 누굴 보려고 영화관을 찾아야 할지도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입니다.

배우들을 대강 카메라로 훑어주는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니 당연히 줄거리는 뒷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편에서는 그나마 이런 저런 갈등요소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나쁜놈이 있고, 알고보니 그 놈이 나랑 알던 놈이고,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그 나쁜놈이 이 작품에선 멜 깁슨이고, 주인공이 실베스터 스텔론을 위시한 어벤져스급 용병들이라는게 특징이지요.

나름 아카데미 수상자도 있고 왕년에는 진지한 연기도 제법 보여준 배우들이지만 [익스펜더블 3]에서만큼은 그리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들 동네 마실나온 아저씨들마냥 설렁설렁 연기하면서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에 만족합니다. 가령 쉴새없이 떠벌리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어쌔신]의 추억을 되살리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코만도]의 명대사인 ‘거짓말이었어 I lied’을 재활용합니다. 헬기를 조종하는 해리슨 포드는 여지없이 밀레니엄 팰콘의 조종사 한 솔로구요.

켈란 루츠나 론다 로우지 등 신예들을 포진한 건 아마도 노땅들의 자기만족이라는 비난에서 피하고 싶은 최소한의 배려라고 보여집니다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뜩이나 산만한 스타들의 난립 속에 영화가 더 조잡해 보이거든요. 신구세대의 갈등과 화합이라는 테마는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익스펜더블 3]의 목적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액션스타들의 종합선물세트. 그러나 배우들을 보는 재미 외에 영화적 완성도는 B급 영화의 수준에서도 그리 잘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사실 [익스펜더블]이 호화 캐스팅을 앞세운 기획영화로서 처음은 아니지요. [황야의 7인]이나 [타워링] 같은 영화만 보더라도 헐리우드 스타 시스템을 잘 활용한 사례는 꽤 많습니다. 그 옛날 영화들은 지금봐도 재미있는 게 꽤 되는데 말입니다.

P.S:

1.멜 깁슨의 악역은 좀 실망입니다. 반담은 멋진 발차기라도 보여주었는데, 뭔가 강력한 악당이라는 상징이랄까 그런게 많이 부족합니다.

2. 4편에서는 과연 스티븐 시걸이 출연할까요? ㅎㅎ

3.이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웨슬리 스나입스의 자학 개그였네요. 아 빵터졌습니다.

4.이연걸 형님은 단 한 번의 액션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총질하는 연결 흉아를 보길 기대할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지요. 요즘 아프시다더니…

5.스텔론이 직접 각본을 썼습니다. 그래도 [록키]로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수상한 분인데… 노년에 그에게 더 이상의 총명함은 남아있지 않은 걸까요? 이와는 별개로 액션배우로서 이 정도의 자기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대단합니다.

6.북미 스코어가 폭망이랍니다. 유출본의 타격이 큰 모양이라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만듦새가 워낙 날림이다보니 유출본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리 좋은 입소문을 타지는 않았을 겁니다.

7.의외로 PG-13등급의 영화입니다. 1,2편과는 달리 잔인한 장면은 모두 생략. 그래도 사상자가 세자리수의 육박한다는 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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