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전작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왜 그렇게 서두르다시피 리부트를 했는가 하는 점 말이다. 사실 원작 팬들의 반응이 어떠했는가를 떠나 샘 레이미의 3부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성역을 만들어 놓았고, 토비 맥과이어를 떠난 피터 파커는 가히 상상하기 힘든 상황에도 이러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감독과 배우를 모조리 갈아 치워버렸다.
문제는 판권 때문이다. 어렵사리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가져 온 소니측에서 일정 기간내에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판권이 마블에게 귀속되어 버린다는 사실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리부트를 해야 했던 것이다. [어벤져스]의 대성공 이후 애물단지 취급당하던 캡틴 아메라카도 승승장구하는 마당에 마블의 메인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그대로 빼앗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확실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조금 급하게 만든 듯한, 낙제점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선 위치에 놓인 리부트였다. 그나마 호흡이 늘어지고, 스파이더맨의 출발을 위한 동어반복이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이 리부트가 맘에 들었던건 틴에이저의 성장극이라는 코믹스 본연의 성격에 충실해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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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피터 파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다. 1편에서 피흘리고 상처입어가며 슈퍼히어로의 관문을 통과해나가던 스파이더맨의 절박함은 사라졌다. 뉴욕에서의 히어로 노릇에 익숙해진 그는 연애도 즐기면서 틈나는 대로 선행을 베풀며 서툴지만 스파이더맨으로 잘 적응해 가고 있다. 다만 그에게도 고민거리가 있는데, 하나는 그웬의 아버지가 남긴 ‘딸을 멀리하라’는 유언과 또 하나는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친부모의 실체에 대한 문제다.
그러던 중 오스코프의 전기 기술자 맥스가 사고로 전기 에너지를 마음껏 조종하는 초능력자 일렉트로가 되어 나타난다. 여기에 절친인 해리 오스본은 유전성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스파이더맨의 피를 구해달라며 피터를 곤경에 빠뜨리다가 이를 거절하는 스파이더맨에게 증오심을 품고 결국 그린 고블린이 된다. 이처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는 꽤 많은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싸워야 할 빌런이 2명인데다, 부모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고, 여기에 여친과의 관계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급하게 결정된 리부트 때문에 마크 웹 버전의 스파이더맨은 -그것이 바람직한 비평의 태도가 아닐지라도- 샘 레이미와의 비교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났다. 샘 레이미의 2편이 개인적인 삶과 히어로의 삶 사이에 놓은 피터의 고뇌가 선명히 드러난 슈퍼히어로물의 걸작이었다면 마크 웹의 2편은 청춘 로맨스물에 히어로물을 접목시킨다. 샘 레이미의 그림자에서 멀찌감치 떨어지려 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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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그웬과 피터의 말랑말랑한 애정행각을 형성해 놓치 않으면 후반부에 불어 닥칠 피터의 트라우마에 이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마크 웹은 그렇게 판단한것 같다) 하지만 연애사를 중심에 놓고 빌런의 비중을 낮추면서 피터의 상실감을 강조하려 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히어로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말았다.
예상과는 달리 2명의 빌런으로 인해 플롯이 엉망이 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메인 빌런인 일렉트로의 존재감이 묻혀버려 영화의 매력은 크게 반감되고 만다. 결국 피터의 비극은 빌런과의 갈등 구조에서 크게 부각되기 마련인데, 감독은 이를 간과했다. 그는 일전에 대성공을 거둔 [다크 나이트]가 그 점을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잘 파악해야 했다.
스파이더맨 영화 사상 가장 훌륭한 웹스윙을 보여준 놀라운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갈리는 것은 장르물로서의 방향 설정도 미숙했지만 완급조절과 스토리텔링에 있어도 미숙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피터 파커는 자신이 짊어진 수많은 고민들을 단 몇 분만에 별 다른 어려움없이 해결하지만 정작 리부트로서의 숙명에서 벗어나기엔 너무나 버거워 보인다.
P.S (스포일러 포함)
1.사실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은 코믹스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큰 분기점을 마련한 사건이다. 결코 가볍게 다룰 수도, 다뤄져서도 안되는 부분인데, 영화의 70% 가량을 오글오글 로맨스에 쏟아 붓고도 그 정도의 충격파밖에 줄 수 없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
2.시니스터 식스에 대한 무수한 떡밥에도 불구하고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건 나뿐인가.
3.앤드류 가필드를 처음 봤을땐 리부트에 적합한 배우라고 셍각했는데 왠 걸... 2년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급노화가 진행되어 이건 뭐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애가 아니라 30대 중년남의 포스가 풍기잖아.
4.엔딩을 자르고 쿠키에 넣는게 편집상으로는 더 보기 좋았을 듯. 뜬금없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클립에 변죽만 울렸다.
5.연기자로서 제이미 폭스의 클라스를 생각해 보면 일렉트로는 너무 시시한 배역이 아닌가. 단순한 관심병 환자라니. 하지만 의외의 떡밥에서의 재미 발견. 훗날 블랙 캣으로 활동하는 펠리시아 하디가 해리 오스본의 비서로 등장한건 뜻밖이다.
6.아마도 이 영화를 보면서 시큰둥했던 이유중 하나는 국가적 비극에 위축된 심리도 한 몫 했을거다. 이렇게 영화 한 편 보면서도 마음 한 구석 내내 불편했던 적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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