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기동전사 건담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 매니아들의 건담시대를 열다

페니웨이™ 2007. 8. 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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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연대기 No.6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관여하지 않은 최초의 건담 [0080: 포켓속의 전쟁](카야마 후미히코 감독,1989)의 성공은 크게 두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건담이 더는 건프라나 팔아먹기 위한 수익성 모델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트랜드로 자리매김 한다는 것, 그리고 토미노의 건담이 남긴 풍부한 설정을 이용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0080: 포켓속의 전쟁]은 건담의 외전으로서 훌륭한 작품성을 보이기는 했으나, 정통 건담과의 연계성이나 건담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사실상 미흡한 작품이었다. 건담의 이름을 건 반전(反戰) 드라마의 성격이 더 강한 [0080]은 어떻게 보면 그저 건담의 '이름'만 빌렸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성공적인 드라마로서 인정받은 [0080]. 그러나 건담으로서는 어딘가 미진했던..


10여년의 세월속에 건담의 매니아들은 성장했고, 그 세계관 또한 방대해졌다. 이렇게 건담의 매니아들이 이뤄놓은 무수한 세계관들 가운데 [0080]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미미한 것이었다. 아니메의 위치에서 [0080]은 분명 잘만든 작품이었으나 건담의 위치에서 보자면 그 비중이 너무 작게만 느껴졌다. 결국 이러한 아쉬움은 건담 매니아들을 건담의 스토리에 직접 참여하도록 만드는 자극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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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들의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드디어 1991년, 건담의 두 번째 사이드 스토리가 제작되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이다. 이 작품은 아마추어 건담 동호회원들이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유일무이한 작품으로서 기존 건담에 대한 오마쥬와 동시에 그 세계관에 충실하고자 한 노력이 역력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는 '건담'이라는 작품이 더는 매니아들의 비평과 불만속에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만 찧어대는 가쉽거리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건담을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따라서 [0083]은 과거 [퍼스트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가 참여하여 만든 사이드 스토리라는 점에 있어서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0083]의 그 제작 의도는 '건담의 팬들을 위한 건담'의 탄생이었다. 더불어 [0083]의 마케팅은 이점을 철저히 파고 들었는데 놀랍게도 그 컨셉이 '건담 대 건담'이라는 충격적인 메인 카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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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대 건담. 두 대의 건담이 대결하는 컨셉은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다


이에 더해 제작진들은 [0083]의 이야기가 [0080]처럼 1년전쟁의 작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좀 더 진일보해 우주세기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역사의 일부분이 되길 원했다. 이러한 바램이 이루어지기에 안성마춤이었던 것은 [퍼스트 건담]과 [Z건담]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무려 7년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또한가지는 [퍼스트 건담]에서 주인공의 편이었던 지구연방이 어째서 '수구꼴통' 집단인 티탄즈로 바뀌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0083]은 바로 토미노의 건담세계의 이같은 틈새에 파고들어 [퍼스트 건담]과 [Z건담]을 잇는 교두보의 역할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이같은 야심은 현실로 실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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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3]은 다소 감상적이었던 기존의 건담시리즈와는 달리 박진감 넘치고 스피디한 전개를 선보이는데, 여느 극장판 못지 않은 퀄리티로 13편의 OVA가 제작되었다. 실제로  제작 도중에 OVA의 주요 골자를 편집한 극장판 [지온의 잔광]의 제작이 결정되어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퀄리티 향상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돋보인다.

결국 극장판은 OVA의 마지막 13화의 공개 직전에 선행 개봉되었는데, [0083]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스스로 까발리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대신 OVA의 마지막 엔딩씬인 니나와 코우 우라키의 재회장면은 극장판에선 볼 수 없는 OVA 고유의 앤딩으로서 팬들에게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0083]은 우주세기 건담을 설명하는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인 '뉴타입' 주인공을 완전 배제한 2번째 작품이며, 오히려 그런 면에서 [0080]과 함께 리얼 로봇계에 더욱 걸맞는 구성을 갖추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어느 건담 시리즈 보다 월등히 업그레이드된 전투씬을 보여주는데, 과거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되고 역동감이 느껴지는 작화를 통해 보는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0083]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던 일부의 안티팬들에게 있어서도 인정받은 부분이며 전체 건담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의 박진감을 선사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0083]의 특징이다.




물론 [Z건담]에서 [역습의 샤아]까지 [퍼스트건담] 시대의 이야기가 마무리 된 이후에 나온 일종의 프리퀄인지라 1년전쟁과 [Z건담]의 다리를 놓는 면에 있어서 조금은 작위적인 설정을 함으로 무리하게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이는 지나치게 까탈스런 투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역대 건담 시리즈에서 최악의 여주인공으로 손꼽히는 니나 퍼플튼의 막판 '배신때리기'는 보는이로 하여금 짜증의 극치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으로 작품에 있어서 옥의 티와 같은 설정이었음도 간과할 수 없다. 더불어 [0083]에 등장하는 3기의 건담은 그 스팩이나 디자인에 있어 연대상의 후속기체인 Z건담이나 ZZ를 능가하는 것이어서, '관련기록삭제'라는 설정으로 덮어 버리기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부조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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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건담] 이전에 이렇게 멋진 MS가 있었다는 걸 믿으라고?


반면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이야 말로 [0083]의 백미인데, 비록 배신자로 변절하지만 군인다운 박력을 보여주는 시마 중령의 넘치는 카리스마는 [Z건담]의 하만 칸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시마의 이같은 인기를 알 수 있는 것으로서 1992년 CD시네마(드라마 CD)로 발행된 건담외전 [우주의 하루살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0083]의 7화와 8화 사이의 에피소드 [룬가 충(沖) 포격전]과 함께 1년전쟁 시절부터의 시마 중령의 이야기인 [우주의 하루살이]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0083] DVD 의 특전 영상중 "우주의 하루살이"라는 짧은 클립의 영상으로도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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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임에도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주인공들을 압도하는 시마 중령과 그녀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 CD [우주의 하루살이]. 


무엇보다 '솔로몬의 악몽' 아나벨 가토는 악역이라는 설정과 중년의 나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코우 우라키를 능가하는 인기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낸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는 같은 중년이지만 예전의 모습을 상실했던 [역습의 샤아]에서의 샤아와는 대조적인데, 지온의 사라져가는 이상을 위해 외쳐대는 그의 절규인 '솔로몬이여! 내가 돌아왔다!" 라는 대사는 [0083]만이 아니라 수많은 건담팬들에게 있어서도 회자되는 명대사가 되었다.

더욱이 극장판 [지온의 잔광]이 개봉되면서 철저히 '데라즈 플리트'의 항쟁을 중심으로 재편집되자 지온측 캐릭터에 대한 미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같은 현상을 두고 일부 팬들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망상을 드러낸 작품이라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0083]의 모티브가 되었던 소설 [건담 센티널]에 녹아있는 사무라이적 색채의 느낌은 [0083]에도 그대로 베어 있어서 이같은 비난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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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즈 프리트의 항쟁에 큰 비중을 부여한 극장판 [지온의 잔광]


아이러니 하게도 이 작품은 국내의 건담팬들에게 있어서 역시 의미깊은 작품이다. 1995년 5월 5일 한국최초로 건담이 공중파로 방영되는 일이 있었는데, 바로 그 작품이 [0083]의 극장판 [지온의 잔광](MBC 방영명: 우주의 보라매)이다. [Z건담]이나 [역습의 샤아]가 더 알려져 있던 국내 팬들에게 이같은 사이드 스토리의 극장판인 [지온의 잔광]이 방영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당시 가토의 성우를 맡았던 이인성씨의 더빙은 원작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MBC방영본은 한때 VCD로 국내에 발매되기도 했으나 DVD판권을 가진 업체에선 아직 발행하지 않고있다)




결론적으로 [0083]은 단점을 거의 찾을 수 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워낙 OVA의 작화라던지 완성도가 높았던지라 [지온의 잔광]이 단지 기존의 OVA를 짧게 재편집하고 약간의 추가씬만을 첨가했을 뿐이지만 극장판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었던 만큼 건담 매니아들의 염원과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의 역량이 총집결된 회심의 역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나 [0083]에서 보여준 건담들의 위용은 토미노 시절의 건담을 능가하는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시작 건담 3호기 '덴드로비움'의 압도적인 위압감은 대단한 것이어서 아직까지도 필자에게 있어서 가장 선호하는 건담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PG를 사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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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강의 뽀대를 자랑하는 건담, 덴드로 비움


결국 [0083]은 제작진들이 원한것처럼 [퍼스트 건담]과 [Z건담]사이의 교두보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알비온의 승무원들이 티탄즈의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Z건담]의 역사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며, 장렬하게 산화한 데라즈 플리트의 동료들 대신 지온 재건의 야망을 불태우는 엑시즈 세력의 모습을 통해 하만 칸의 등장을 예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매니아들의 건담, [0083]의 대대적인 성공에 반해, 같은해 선을 보인 또한편의 건담은 전혀 예상밖의 결과를 거뒀다. 그 건담은 놀랍게도 건담의 창시자, 토미노 요시유키의 건담이었는데 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創通/ サンライズ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건담의 이미지 사용에 관한 설명은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스틸: 기동전사 건담 0080(ⓒ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우주의 하루살이(ⓒ 創通/ サンライズ /Vict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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