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페니웨이™님은 어떻게 자료를 구하시나요? 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오프라인을 많이 활용합니다. 일찍 퇴근하는 날에 청계천변에 있는 옛날 비디오 상점을 뒤진다던가 폐업세일하는 곳을 뒤적뒤적하다보면 뜻밖의 수확을 거둘 수 있습니다. 지금은 청계천변 재정비로 인해 그런 비디오가게가 많이 사라져서 안타깝습니다만 예전에는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었죠.
그 다음으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 해외시장을 이용하는 겁니다. Ebay를 비롯한 해외 오픈마켓에서는 의외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작품들이 종종 올라오는데,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더 이상 구하기 힘든 국산 애니메이션의 경우 뜬금없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도 접하게 되지요. 얼마전 포스팅을 통해 공개한 [로보트 태권브이] 완전판 같은 경우도 그런 케이스고요. (http://pennyway.net/1747 참조)
다음으로는 개인 소장가들을 통해 입수하는 방법인데, 사실 가장 어려운 루트이기도 합니다. 특히 국내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워낙 자신의 소스를 공개하길 꺼려하는데다 심한 경우는 폭리를 취하려는 분들도 계셔서 여간해서는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지요. 그럼에도 개중에는 정말 좋은 분들이 계십니다.
[독수리 5형제] 같은 경우는 수소문끝에 지방에 사시는 어느 맘 좋은 소장가께서 기꺼이 협조를 해준 덕택에 구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만 그 분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
재미없는 서론은 이쯤에서 마치고, 예전에 제가 한국영화 복원작업을 한다고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http://pennyway.net/1673 참조) 그 때는 여유가 좀 생겨서 이런저런 뻘짓을 했었는데 다시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온지라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불이 붙었는데요, 내친김에 [독수리 5형제] 복원에 대한 잡설을 좀 해볼까 하구요.
제가 받은 [독수리 5형제]는 당근 VHS입니다. 사실 비디오 소스는 DVD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지라 그닥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존재자체에 감사를 해야 할 상황인게 또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지요. 어쨌거나 우여곡절끝 에 입수한 [독수리 5형제]를 틀어보니 보관상태가 제법 괘안은 겁니다. 씹힌데도 거의 없고 노이즈나 그런 것도 별로 없는 상태였죠. (아마 고전비디오 수집하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그 고충을… ㅜㅜ)
여튼 보관상태가 양호하다고는 하나, VHS소스의 한계는 명확한지라, 이걸 그대로 보존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화면의 밝기가 너무 어둡고 화이트밸런스가 안맞아 노란끼가 강한 색감을 띕니다.
게다가 VHS를 디지털로 변환했을 때 화면비가 안맞아 생기는 화면 아래의 지글거림 역시 감상중에 심히 거슬리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양 옆의 검은 바도 제거하면 훨씬 깨끗한 화면이 될 것 같고 말이죠.
또 하나의 문제는 VHS를 트랜스퍼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인터레이스 현상입니다. 화면 주사방식에 의한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가로줄 같은 것인데 이것 또한 보정을 잘 해주지 않으면 화면에 잔상이 남아 많이 거슬리게 되지요.
그래서 일단 이러한 색감보정 및 화면 Crop을 위한 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모름지기 DVD라면 멋진 메뉴화면쯤은 있어줘야 하는 바, 이런저런 꼼수를 발휘하여 모양새를 갖추기로 했지요. 주로 버철덥을 사용해 작업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 분야에 있어서는 걸음마 수준이라 최상의 퀄리티를 뽑아낼 실력이 못됩니다. ㅠㅠ
그 결과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변환전의 화면에서는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색감이 느껴집니다만 보정후에는 비교적 선명한 색감을 되찾았습니다.
화면의 불필요한 노이즈 및 검은 바도 깨끗하게 잘라냈구요.
전체적인 색감 특히 하늘색의 경우에는 훨씬 더 자연스러운 색상을 보여주고 있지요.
솔직히 생각보다 약간 밝기가 의도했던 것보다 살짝 더 밝아진 느낌이라 아쉽긴 한데, 최적의 세팅을 찾아서 인코딩하다가 몇 번 실수로 날려먹고 나니 (이걸 또 DVD 변환하는 과정에서 진짜 애먹었습니다) 세팅을 다시 맞추는게 어렵더라구요. ㅜ^ㅜ
그리고 인터레이스 현상도 말끔히 해결되었습니다.
다음은 메뉴화면입니다. 뭐 아마추어의 솜씨라 우뢰매닷컴의 운영자이신 lennono님(http://blog.naver.com/lennono) 같은 전문가들의 완성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지요.
다음은 표지입니다. 아래의 표지가 원래 대영에서 출시한 비디오 자켓의 표지를 살려서 만든건데 (이건 제 솜씨는 아닙니다) 이게 또 괴악스러운 것이 저 그림은 [독수리 5형제]가 아니라 [철인 007]의 그것인데다, 반대편 표지에는 무려 [로보트 태권브이]가 그려져 있어서 이걸 그냥 쓰기에는 모름지기 뽀대가 나질 않는지라 전체적으로 새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표지가 이겁니다. 전체적으로는 [마루치 아라치]를 출시한 블루미디어의 한국 애니메이션 디스커버리 시리즈 디자인에 맞추어 컨셉을 잡았습니다. 랙에 같이 꽂아도 어색하지 않도록 말이지요.
DVD 라벨은…. 두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하나는 라벨지 인쇄 후 부착하는 방법과 라이트스크라이브를 이용한 직접 인쇄가 있겠습니다. 컬러라는 면에서는 전자가 좋지만 보관성에 있어서는 후자가 유리합니다. 결국 둘 다 보관하는 걸로….
뭐 그렇습니다. 한국 만화영화 걸작선은 이렇게 하나씩 복원할 예정이구요. 뭐 때가 되면 나중에는 이 모든 작품들이 블루레이로 몽땅 출시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자료 관리하는 상황을 봐서는 개인이 알아서 보관하는게 장땡인지라… 이렇게라도 보존해두면 그래도 존재 자체가 사라질 일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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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선구... 독수리 5형제에게 좋은 소식이군요.
2011.11.07 09:16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모피우스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2011.11.07 09:40 신고헉 질러야 것다 ㅋㅋㅋ 표지는 비디오판 을 참고로 한거라 80년대의 향수가 느껴지네용 ^^ 일본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거 한번 보여 주면 뭐라고 하려나? ㅎㅎ수고하세요 ^^
2011.11.07 10:53이거 보여주면 이거슨!!! 극강의 레어아이템!! 이라고나.. ㅎㅎ
2011.11.07 11:55 신고우왕 므쨍이 +_+)b
2011.11.07 11:36에헴! 으쓱으쓱!
2011.11.07 11:55 신고와... 진짜 대단하세요.
2011.11.07 12:04뭐 따지고 보면 별건 아닙니다. 진짜 어려운건 어디서 어떻게 필름을 구하느냐 이죠 ㅠㅠ
2011.11.07 12:08 신고가끔 느끼는거지만 국내에서 제작된 70년대나 80년대 제작 애니메이션들 대부분 구하기가 참 힘들죠 오히려 태권브이 우주작전 같은 작품의 경우 스페인어 더빙판으로 해외사이트에서 구매할수 있다는 사실에 참...홍길동의 경우도 그렇지만 아우 이런거 생각하면 화가 가끔씩...ㅎㅎ 즐거운 하루 되세용 ^^
2011.11.07 14:48그놈의 [홍길동]은 아직까지도 저작권 해결이 안되어서 말이죠.
2011.11.07 17:00 신고동영상으로 없는 작품이라 사라져 버린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도 길이남게 되었네요.
2011.11.07 16:26감동의 눈물이....T_T
뭐 이런식이라도 보존을 해야...ㅠㅠ
2011.11.07 17:00 신고혹시 소년007 시리즈도 복원 계획이신지? ㅎㅎㅎ 좌우지간 화이팅 입니다!!!
2011.11.07 16:59[소년 007]은 굳이 복원하지 않아도 충분한 필름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1,2편 모두 네거티브 필름이 남아있어서 우선적인 복원 대상은 아니죠. 이미 영상자료원에서 VOD 서비스도 하고 있고요.
2011.11.07 17:03 신고님의 열정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넘 멋지십니다. 소중히 사랑하는 것들을 잘 간직하시고 널리 잘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2011.11.07 17:38어차피 이런 일개인의 소장욕구는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포스팅을 한번 할까하는데...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원같은 경우도 그 많은 인력과 돈을 들여서 정말 최상의 복원본을 만들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 한계가 너무 안타까운게 현실이거든요. 행정상의 한계이기도 하고 그 계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열정이 매니아들만큼 강하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착찹합니다.
2011.11.07 18:00 신고페니님 국산 레어 자료 많이 가지고 계시넹...저한테 VHS테입 한국 더빙판 '블로커군단4 머신 블래스터' 비디오 테잎이 4개있는데 (주변분들이 이거 한국어 더빙판은 첨 본다는 분이 많더군요)이넘은 원래 일본거고 일본에서는 DVD로 다시 출시된넘인지라...ㅋㅋ 이거 뽑아내서 한번 동영상이라도 만들어 봐야것습니다....아마 올려도 보실분도 없겠지만...ㅋㅋㅋ 오래 된거라 테잎상태로 보관은 더이상 힘들듯해서 ㅎㅎㅎ
2011.11.07 20:28한국어 더빙판 자료가 많이 사라져가는 추세라... 있으면 다 재산이 되는거지요.
2011.11.08 09:20 신고제가 존경하는 몇 안되는 파워블로거님이라서.... 대단하십니다. 이야기하셨듯, 구하는 게 더 어렵다지만 그것도 직접 하고 계시잖습니까? 저로선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개인적인 즐거움 때문에 하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 한량없습니다.
2011.11.07 22:30존경까지야..^^;; 저보다 더 대단한 분들이 많으신데요 뭘..
2011.11.08 09:20 신고페니웨이님 같은 분들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겠군요. 정말 대단하세요. 그리고 고맙네요 ^^
2011.11.08 10:32에휴... 저는 하는 거 없어요^^;;;
2011.11.08 10:36 신고멋지게 복원하셨네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 겨울인가? 그때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그땐 독수리오형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모를 나이였죠. 그런데 이 복원 된 것은 시판예정인가요? 아니면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사진 속에 있는 마루치아라치와 전자인간337 DVD도 구매했었습니다.^^
2011.11.09 11:08시판용이 아니라 개인 보관용이에요^^ 국내 업체에서 복원하면 저보다야 더 잘 하겠지요^^
2011.11.09 11:13 신고그냥 할 말이 없이 박수만 보냅니다...
2011.11.10 02:41여담. 비디오 좀 빌려주시면 안...되시겠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만…
2011.11.10 13:12 신고복원은 아마도 avi(XviD나 DivX)로 먼저 뜬 뒤에 다시 DVD용(mpeg2)으로 재인코딩하신 것 같군요.
AviSynth를 사용해서 H.264와 DVD(mpeg2)를 별도로 인코딩하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잠깐 오지랖 좀 떨었습니다. 죄송.
저는 아름다운 영혼의 복원전문가는 아니라서요. 그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소장가일뿐. 쿄쿄쿄
2011.11.10 13:17 신고포스팅을 읽어내려오면서 이 작업은 BLUEnLIVE님과 한 번쯤 상의를 하셨더라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으실 수 있으실텐데 라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실재로 나타나셨네요.
2011.11.17 22:48오잉 jVM님은 누구시길래 블루님의 복원실력을 아시는 건지?
2011.11.18 09:57 신고우와아어ㅏㅇ아안안안앚디갖ㄷ;ㅣㅏㄱㅈ;ㅣㄷ라ㅣㅈ닧!!(감탄한 나머지;;;;;;)
2011.11.12 20:39대단하십니다!, ㅠ ㅠb!
인터넷의 공간을 돌아다녀도 저 극장판은 못 찾아 포기했는데 인연이 닿으셨나보군요^^ 포스팅하신 다른 글을 보면 타츠노코에서 승인해준 작품이라지만, 저작권이 기묘하게 되어 있을듯하니 저 작품이 공식 출시될리도 없고(결정적으로 원본 필름이 없을테니)...; 부럽습니다ㅠ_ㅠ (복원하시는 것도 어쩐지 일이었을듯하지만;)
2011.12.05 17:53비밀댓글입니다
2011.12.26 23:22오늘 첨 이 싸이트에 우연히 왔는데 대단하네요
2012.01.02 02:42주인장의 정성이 대단한데요
우리가 사는 한곳에서 이런작업을 하는 분도 있다는것을 알았네요
한번 주인장의 작업실 구경 했으면 하네요 ㅋ
아오...저는 아마추어중의 아미추어일뿐입니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전문가급으로 이런 일을 하시는분들이 많이 계시답니다^^
2012.01.02 08:45 신고아;;;제가 가지고 있는 비디오는 초반이 좀 필름이 씹히던데 부럽네요 ㅎㅎ
2012.09.22 22:41비밀댓글입니다
2014.05.21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