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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특집] 아이언맨 2 속의 마블 코믹스 세계

페니웨이™ 2010. 5. 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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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Entertainment/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번에 개봉한 [아이언맨 2]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슈퍼히어로물의 세계관을 가장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상 아이언맨의 단독 작품이기 보단 [어벤저스] 프로젝트를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 더 강했던 [아이언맨 2]에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마블 코믹스의 팬들이라면 여러 가지 면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리라 본다. 이번 리뷰는 마블 세계관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이 [아이언맨 2]에 숨겨진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한 글로서 치명적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본 후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버터끼 가득한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암시는 1편에서도 나온바 있다. 아이언맨 마크3 모델이 완성된 직후 걸미라 지역의 반군들을 제압한 토니 스타크가 슈트를 벗으면서 페퍼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때 책상위에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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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언맨 2]에서는 아예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침대(?)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보고 S.H.I.E.L.D.의 콜슨 요원이 기겁을 한다. 아마도 콜슨은 캡틴 아메리카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 참고로 [아이언맨]의 한 장면은 아니지만 [인크레더블 헐크]의 삭제장면중에 브루스 배너가 설원에서 총을 쏘는 순간 눈사태가 일어나며, 그 곳에서 북극 빙하에 갇힌채로 얼어붙은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이 스치듯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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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내용은 이곳(http://pennyway.net/953)에 잘 소개되어 있으니, 굳이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새롭게 만들어질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개봉일은 2011년 7월22일이다.




[아이언맨] 1편의 끝부분에서 콜슨 요원은 자신의 소속기관을 줄여서 S.H.I.E.L.D.로 부르라고 말한다. 그리고 쿠키 장면에는 사뮤엘 L. 잭슨이 등장해 자신을 S.H.I.E.L.D.의 창시자인 닉 퓨리라고 소개한다. 이 장면은 [아이언맨]을 관람한 전 세계 마블 덕후들의 숨이 꼴까닥 넘어가게 만들었는데, [아이언맨 2]부터는 본격적으로 S.H.I.E.L.D.의 존재가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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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S.H.I.E.L.D.(이하 쉴드)란 무엇인가?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전술적 자국 영토 개입 및 첩보 병참 이사회 (Strategic Homeland Intervention, Espionage Logistics Directorate)의 약자로 소개되지만 원작에서는 UN산하의 최고본부, 국제 첩보 및 사법 집행부서 (Supreme Headquarters, International Espionage, Law-Enforcement Division)로 등장한다. 이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Strategic Hazard Intervention, Espionage Logistics Directorate로 수정되는데 이때부터 쉴드는 CIA의 부속기관이 된다.

영화는 원작 코믹스와 다소 다른 입장에서 쉴드를 소개하고 있는데, 원작에서는 국제첩보기관의 성격을 지닌데 반해 영화에서는 90년대 이후에 추가된 설정을 의식한 듯 미국내 정부기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Homeland의 의미는 다분히 미국에 국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쉴드가 처음 등장한건 1965년 Strange Tales #135 이며, 스탠 리와 잭 커비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했다. 냉전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일련의 첩보물들인 [007 제임스 본드]와 [0011 나폴레옹 솔로]에 모티브를 둔 원작은 초반에만 반짝하고 이후에는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한채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져간 일종의 실패작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슈퍼히어로와 인간정부를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설정이 추가되는데 이때부터 쉴드는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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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쉴드는 마블 슈퍼히어로들의 연합체인 '어벤저스'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쉴드가 어벤저스의 상위조직이라는 뜻은 아니다. 둘은 엄연히 독자성을 띈 서로 다른 조직이고, 실제로 쉴드의 조직원은 대부분 보통의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훗날 '얼티미츠 Ultimates'와 같은 패러랠 월드가 등장하면서 이같은 설정에 많은 변화가 생기지만 일단 정통적인 원작을 고려하면 쉴드는 어벤저스의 협력기관 쯤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영화상에서 등장하는 쉴드의 창시자 닉 퓨리는 누구인가? 닉 퓨리는 원래 마블의 독자적인 프렌차이즈로 등장한 인물로서 1963년 '닉 퓨리와 그의 울부짖는 부대원들 Nick Fury and his Howling Commandos'로 데뷔해 종전 후 쉴드의 수장에 오르게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애초부터 쉴드와의 연관은 없었던 그가 쉴드의 국장이 된 것은 그가 평상시 꿈꿔오던 특수부대급 첩보조직이 토니 스타크에 의해 이미 실현되어 있었고 그것이 UN산하의 쉴드라는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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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 영화 [아이언 맨]에서는 닉 퓨리가 토니를 찾아가는 것으로 나오지만 애초에 원작에서는 토니가 닉 퓨리에게 1대 국장인 릭 스토너의 뒤를 이어 2대 국장으로 일해 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쉴드를 무적의 대테러 첩보조직으로 키워놓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원래 닉 퓨리는 백인이다. 그의 슈퍼히어로적 특성은 뛰어난 첩보능력과 전투력 외에도 인피니티 포뮬러라는 불로불사의 약을 먹어 결코 노화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한편 [아이언맨]에 등장한 닉 퓨리는 다분히 2002년에 등장한 패러랠 월드 '얼티미츠 Ultimates'에 기초했다. 여기서는 쉴드 내부의 슈퍼히어로 특수부대 창설을 닉 퓨리가 주도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때 등장하는 닉 퓨리는 흑인.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코믹스 상의 모델로 영화배우인 사무엘 L. 잭슨을 기용했다는 점이다. 평소 만화광으로 알려진 잭슨은 기꺼이 자신의 초상권을 허용했으며 이후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마블 매니아들의 팬심을 흔들어 놓았다. 잭슨은 마블에서 제작할 9편의 영화에서 닉 퓨리 역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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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2]에 새로 합류한 캐릭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분)는 코드네임 블랙 위도우로 불리는 쉴드측 레벨10 비밀요원로 소개되며, 닉 퓨리의 수하에서 일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원작에서의 블랙 위도우는 초창기 반공주의적 색체를 띈 '아이언맨'의 특성에 맞게 설정된 소비에트 연방의 스파이로서 미국측과 소련측을 오가는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는 악역이었다. 냉전 종식 후에는 히어로 진영쪽으로 가담하게 되는데 어벤저스의 멤버이자 쉴드의 프리랜서로 활약한다. [아이언맨 2]에서는 후기의 설정을 차용, 현재 쉴드의 요원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이는 [아이언맨] 시리즈 보다는 [어벤저스]의 홍보 목적이 더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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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아이언맨 2]의 악당 이반 반코의 아버지 안톤 반코는 원작에서 '크림슨 다이나모'라는 악역이었는데, 나중에 토니의 권유로 미국으로 망명하자 그를 암살하기 위해 KGB 첩보원 보리스 투르게네프의 파트너로 미국에 침투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상에서는 안톤 반코와 그 어떤 접점도 발견할 수 없다.




[아이언맨 2]의 중간 즈음 콜슨이 갑자기 뉴멕시코로 급파되는 장면이 등장하며, 엔드 크래딧이 다 뜨고 보여주는 쿠키씬에서는 뉴멕시코의 한 공사현장에서 콜슨이 '드디어 발견했다'며 어떤 뿅망치를 화면에 비춘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망치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토르가 사용한 묠니르라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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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속의 신 중 천둥의 신으로 알려진 캐릭터로서 아버지 오딘의 명령을 어겨 지상으로 추방되어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는데, 묠니르를 꺼내들면 본래 토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슈퍼히어로다. '토르'가 실사영화에 등장한 적이 한번 있었는데, TV판 [두 얼굴의 사나이]의 1988년 영화버전인 [돌아온 헐크 The Incredible Hulk Returns]에서 에릭 앨런 크레이머가 토르 역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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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블에서 계획중인 [토르]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는 크리스 햄스워스이며 2011년 5월 6일에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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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에서 제작중인 일련의 슈퍼히어로물은 바로 [어벤저스]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아이언맨 2]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아이언맨]의 독자적인 작품성보다 [어벤저스]의 포석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렇다면 과연 어벤저스는 무엇인가?

'어벤저스'는 배트맨, 슈퍼맨, 플래시맨, 원더우먼 등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로 이루어진 '저스티스 리그'처럼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모인 단체로서 1963년 9월에 처음 설립되었다. 원래는 '로키'라는 악당과 맞서기 위해 히어로들이 연합하게 된 것으로 출발하는데, 아이언맨을 주축으로 헐크, 토르, 와스프, 앤트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한 다른 히어로가 가세해 그 규모가 점차 커졌다. 영화에서처럼 쉴드의 하위조직은 결코 아니다. 영화는 다분히 2002년의 '얼티미츠 Ultimates'에 기초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영화상에서 [어벤저스]를 언급 내지는 암시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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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1편의 마지막에서 닉 퓨리는 토니를 찾아와 어벤저스 프로젝트에 합류할 것을 제안하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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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2]에서는 어벤저스 프로젝트가 전면에 등장한다. 영화가 끝날때 쯤 닉 퓨리와 토니 스타크가 어벤저스 보고서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결국 토니는 '컨설턴트'의 역할로 어벤저스에 합류하기로 결정한다.

[인크레더블 헐크]의 오프닝에는 닉 퓨리의 문서가 스치듯 지나가며, 결국 헐크를 포획하는데 실패한 썬더볼트 장군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토니 스타크가 나타나 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장면은 시기상으로 [아이언맨 2]에서 이어지는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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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 [어벤저스]의 감독은 조스 웨든이 확정되었으며, 2012년 5월4일 개봉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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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살펴본 내용들은 지금까지 [아이언맨 2]를 통해서 공개된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으로서 이미 개봉되었거나 또는 앞으로 개봉될 작품들과도 공유하게 될 설정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이미 [인크레더블 헐크]의 시점이 [아이언맨 2]보다 후의 상황임을 감안하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와 [토르]의 내용이 이 두 작품 사이의 간극을 메꿔나가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시동을 건 [어벤저스]. 과연 영화사상 가장 화려한 슈퍼히어로물로 남을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 본 리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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