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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 6점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씨네21




1986년 12월. 일본의 파파라치 전문지로 유명한 주간지 '프라이데이'에 한 남자 연예인와 그의 애인인 여대생을 모욕적으로 비추게 만든 가쉽성 기사가 실렸다. 이에 격분한 해당 연예인은 자신의 소속사 동료들을 몰고가 프라이데이의 발간사인 고단샤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 일로 그는 체포되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나지만 약 7개월간을 연예계에서 물러나있어야 했다.

일본 연예계를 발칵 뒤집은 이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기타노 다케시. 일명 비트 다케시로 알려진 일본 영화계의 거물이자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1994년에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얻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폭력이 철철 넘치는 영화를 주로 만드는 영화인이면서도 일면으로는 저속한 유머와 독설을 남발하는 코미디언으로 극과극을 달리는 그의 모습에서 일본인들은 혐오감보다는 순수함을 발견했다.

적어도 기타노 다케시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는 아니다. 그는 해야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을 크게 게의치 않는 몇 안되는 직설화법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위험한 일본학]이라는 책을 냈으니, 책의 성격이 어떨 것이라는 예상이 크게 어렵지 않다.

실제로 [위험한 일본학]은 여기저기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이 두드러진다. 현대 일본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들과 그 해결책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을 써놓은 이 책은 어찌보면 최근 '콜 미'라는 노래로 화제를 모은 모 정당 총재의 엉뚱함만큼이나 당혹스런 내용들이 많다. 때론 마초적이며 극단적인 방법론을 주장하는 그는 영화속의 과격함만큼이나 실생활에서도 상당히 저돌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위험한 일본학]에 담긴 그의 사상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면 그 주장이 모두 거북스러운 것은 아니다. 특히나 가정내 남편의 권위붕괴나 소년범죄증가 등의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기타노 다케시의 시각은 예리하다. 가령 버릇없는 아이들이 생기는 이유에 대한 그의 견해를 말하는 내용중 한 대목을 보자.


내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집에 없어도 이웃 어른들이 놀러와, "이 녀석, 아버지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넌 뭐하는거냐" 같은 말을 했다. .....(중략)..... 어쨌든 예전에는 남의 자식에게도 야단을 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역할을 친구들이 분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이 띄엄띄엄 요새처럼 고립되어 있어, 교류라는게 없다.

전혀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요즘 어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도 갈라치면, 운동장 마냥 식당안을 휘젓고 다니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 누군가 주의라도 줬다간 '왜 남의 자식 기죽이냐'며 시비붙기 일쑤이지 않나. 아마 기타노 다케시라면 이런 상황에서 절대 자신의 생각을 양보하지 않을거다. 그런 고약한 버르장머리를 가진 자녀들을 그 따위로 교육시킨 부모에게 어퍼컷이라도 날리지 않을까.

아무튼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은 내심 불편한 구석이 있긴하나 후련함으로 따지면 그 어떤 책보다도 통쾌하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을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의 진단만큼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씌여진 것이 2001년이니 이미 8년전.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책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묘하게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는 한국내의 사회적 현상을 참작하건데, 일부는 이미 이 시대 일본과 동일한 문제를 우리도 경험하고 있으며, 또 일부는 앞으로 겪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독설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은 독자, 혹은 만담 개그맨 비트 다케시로서의 그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험한 일본학]은 꽤나 흥미진진한 책이 될 테지만 응석받이로 곱게 자란 분들에게나 상당수의 여성분들에게 있어서 이 책은 '위험한 서적'으로 보일런지도 모르겠다.


* 참고 스틸: 기쿠지로의 여름(ⓒ Bandai Visual Company/ Nippon Herald Films/ Office Kitano/ Tokyo FM Broadcasting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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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닐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와 뼈'에서 제대로 발효(?)시킨 날고기를 우적우적 씹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여튼 저런 책도 냈었군요. 흠

    2009.09.15 14:13
  2. eugenetic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기타노 팬이기도 하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드랩죠-
    고려장 제도를 부활해서, 부모를 산에 내다 버리되 만약 살아서 돌아오는 부모는 평생 봉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기를 쓰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할테고, 따라서 노인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 라는 말도 안되면서, 뭔가 0.03% 정도 설득력 있는 식의 그의 유머가 인상적인 책이었답니다.

    2009.09.15 20:47
  3. 진사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설의 카타르시스라. 제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이군요!
    하하.

    2009.09.15 21:23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9.09.16 07:02
  5. 키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에서 발생한 사회 현상 (왕따, 집단 괴롭힘, 공교육 붕괴, 스티커 사진기, 은든형 외톨이 등등)이 한국에서 발생하는데 5년 정도 시차가 있으니 딱 요새 읽어볼만한 책이겠군요.

    2009.09.16 11:57
  6. 이나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흥미로워보이는 책이네요. 이번에 도서관 가면 한번 찾아봐야 할 듯... 여성비하적인 점이야 다른 책에서도 흔하게 봤으니 [뭐 책뿐만이 아니고 인터넷에선 아주 흔한 일이니까] 별 문제가 안될 거 같아요. 그나저나 페니웨이님 블로그에 간만에 찾아온 거 같습니다^ㅡ^;

    2009.09.16 23:10
  7. 여울해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에서 벌어진 일들은 10년정도만 되면 한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으니...

    지금쯤 읽어보면 공감할만한 내용이겠네요.

    한 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2009.09.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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