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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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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이맘때가 생각나네요. 그 때 한창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것은 다름아닌 [디 워] 논쟁이었습니다. 애국 마케팅 논란에서부터 북미지역 와이드 릴리즈의 허와 실, 그리고 특수효과와 스토리의 완성도 논란까지 정말 뜨거웠던 여름이었습니다. 사실 한물간 괴수물로 헐리우드를 공략한다는 심형래 감독의 야심자체가 어느정도 무리수는 있었습니다만 국내에서의 어이없을 정도의 흥행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북미쪽 박스오피스 성적은 참담한 결과였죠.

워낙 이슈가 많았던 작품인지라,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제공하긴 했지만 그 중에 포함된 것중에 하나가 바로 '표절' 문제였습니다. [디 워]의 클라이막스 중 하나이자, 메인포스터로 쓰였던 장면 기억나시나요? 네, 부라퀴가 고층빌딩을 둘둘 감고 올라가는 바로 그 장면이었지요. 공교롭게도 영화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인 이 부분이 다른 영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겁니다. 바로 1988년 홍콩영화인 [대사왕(大蛇王)]이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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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 영구아트무비/ 대사왕 ⓒ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사실 뱀이라는 동물 자체가 몸뚱아리만 있는 생물인지라 빌딩을 올라가려면 빙빙 감아서 올라가는 방법밖엔 없긴 합니다만 놀랍게도 두 영화의 포스터를 비교해보니 제법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뭐 이러한 논란은 [디 워]가 몰고 온 다른 수많은 화제거리에 파묻혀 흐지부지 되긴 했습니다만....

암튼 이 [대사왕]이라는 작품은 몇 작품 안되는 홍콩의 거대 괴수영화 중 하나로서 거대한 뱀이 등장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본격 괴수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미 [성성왕]이나 [슈퍼 인프라맨]의 리뷰를 통해 1970년대 말 메이저 영화사인 쇼 브라더스의 다각적 장르변화에 대해 살펴보았습다만 [대사왕]은 1980년대 말엽에 제작된 B급영화라는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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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대사왕]의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생물체의 거대화를 실험하던 707연구소는 원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입니다. 연구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박사(이수현 분)는 당연히 이 거대화 기술을 식물에게 한정시킬 것을 주장하지만 정부측은 동물에도 적용시켜 생물병기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려 합니다. 이에 박사는 자리를 박차고 연구소를 떠나지요.

그런데 어느날 '흑수당'이라 불리는 갱단이 나타나 연구소를 습격,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되는데요, 연구원 한명이 황급히 '어떤 투명상자'를 들고가다 도로에 그 상자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를 지나가던 한 어린 소녀가 냉큼 주워서 집에 가져오게 됩니다. 바로 이 상자가 문제의 거대화 증폭 장치인 것이었죠.

그 사실을 모르는 소녀는 자신이 키우던 귀여운 애완뱀 모스라를 투명상자 속에 집어넣게 되고 증폭장치가 발동됩니다. (뭔 여자애가 강쥐나 냥이가 아니라 배암을 기르는 것이냐!) 결국 뱀은 점점 자라게 되어 큰 혼란을 야기하고, 증폭 기술을 얻기위해 혈안이 된 흑수당의 추적도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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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영화는 뱀과 소녀의 눈물없인 볼 수 없는 우정(은 개뿔!), 무려 공군 전투기가 3대나 출연하는 스펙터클, 댐을 비롯해 도심파괴의 진수를 보여주는 거대 뱀, 그리고 중화기로 무장한 갱단과 특수부대의 한판 승부 등 짧은 러닝타임에 꽤 많은 장르적 오락요소가 혼합된 잡탕찌개로 돌변해 관객들을 즐겁게(?) 만듭니다. 급기야는 사람들이 죽어 나자빠지는데도 지 착한뱀 죽인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소녀의 절규로 영화는 디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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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을 접하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두가지 인데요, 먼저 [대사왕]의 감독이 하지강(Godfrey Ho)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분이 어떤 사람인고 하니 쉽게말해 홍콩 영화계의 남기남 감독이라고 보심 딱입니다. 수많은 B급 영화들로 필모그래피를 장식한 하지강 감독은 과거 [잡가고수]같은 짝퉁 브루스 리 액션물부터 시작해 [닌자 썬더볼트]를 비롯한 일련의 닌자 시리즈 등에서 각본과 감독을 겸하는 엄청난 멀티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한 작품을 찍을 때 엄청나게 많은 양을 촬영해 두었다가 다른 작품들에서 써먹는 사골신공도 마다하지 않던 B급계의 고수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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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건 [슈퍼 인프라맨]과 [성성왕]의 히어로 이수현이 어김없이 얼굴을 비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출연분량이 극히 적어 마치 엑스트라의 수준에 불과할 정도인데요, 감독과의 우정땜에 까메오로 등장한 것인지, 아님 먹고살기 팍팍해 출연을 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분명한건 [대사왕]이 나온 이듬해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을 통해 화려한 재기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참 사람일이란게 한치앞을 볼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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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안습의 이수현. 출연 분량은 불과 3분 남짓. 이때가 [첩혈쌍웅]을 찍기 불과 1년전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만약 그가 오우삼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현재까지도 괴작 단골배우로 알려졌을 듯.


어쨌거나 [대사왕]은 괴수가 여성에 대해 품는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킹콩]의 내러티브를 묘하게 변형시킨데다 방사능 화염을 뿜는 용가리나 부라퀴 같은 신화적 산물이 아니라 단순히 덩치만 커진 뱀인 관계로 괴수 자체가 지닌 카리스마라든가 공포감은 그리 큰 편이 아닙니다. (포스터에서 불뿜는거.. 다 구라입니다.) 또한 제작년도가 1988년임을 감안하더라도 특수효과의 정교함은 70년대의 그것에서 크게 발전한 것이 없어 역시 B급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긴 합니다만 느와르물이 대세를 이루던 홍콩영화계에 괴수물로서 족적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포스터가 좀 비슷하긴 해도 영화 자체로는 [디 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죠?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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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출처:www.wuque.com)


중국에 출시된 [대사왕]의 VCD 자켓입니다. 아무리 짝퉁의 천국이라지만 단역수준의 이수현을 저렇게 떡하니 표지에 박아놓고, 게다가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저 야시시한 언냐들 사진은 도대체.. ㅡㅡ;;


* [대사왕]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IFD Films and Arts.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디 워 (ⓒ 영구아트무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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