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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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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극장가 역대 외화관객동원 1위를 갱신했던 [트랜스포머]의 속편답게 연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정말이지 이놈의 작명센스하고는... 패자가 뭐니 패자가 ㅡㅡ;;)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외화부문 국내 흥행 1위를 다시 갈아치울것인가도 관심의 대상인데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트랜스포머]와 깊은 관련이 있는 (그러나 실은 아무 관련도 없는... 응?) 작품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때는 그러니까 1984년.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이 거의 막장에 들어설 시점이군요. 김청기 감독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태권브이에 3단 분리 컨셉을 도입해 애니메이션판 태권브이의 종말을 예고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 시장은 침체일로에 있었고 자금줄에 목말라하던 애니메이터들을 유혹한 건 다름아닌 완구업체였습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완구회사의 지원을 받아 장난감을 팔아먹기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건 어찌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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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완구회사와의 협찬으로 인해 3단 분리 컨셉을 채용할 수 밖에 없었던 [84 태권브이].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리티가 하나 둘씩 무너지면서 결국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은 붕괴되고 만다. 비록 애니메이션 자체의 디자인은 오리지널이었다고는 하나 84 태권브이 프라모델의 금형은 '트랜스포머'의 전신이었던 '다이아크론'의 다이아버틀스 본체에 머리통만 태권브이를 얹어놓은 제품이었다.


물론 일본의 반다이-선라이즈의 공조체계처럼 긍정적인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면 평가가 달라지겠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일본 로봇을 베낀 프라모델 카피를 사용한 만큼 정상적인 상부상조의 형태는 아니었던 겁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타카라에서 프라모델을 카피했던 일부 업체들은 '다이아크론'의 여러 가지 짝퉁 버전을 알게 모르게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훗날 '트랜스포머'로 불리게 될 엄청난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요.

당시 양질의 프라모델을 생산하던 진양과학 교재사도 그런 완구회사 중 하나였는데요, 비교적 완성도가 높았던 완구의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 다이아크론의 '파이어 트럭 (Fire Truck)'을 모델로 한 어떤 작품을 [슈퍼특급 마징가7]이나 [슈퍼 마징가3] 같은 짝퉁 표절 애니메이션으로 연명하던 대광기획에 의뢰하게 됩니다. 다른 회사의 프라모델을 몰래 판매하려는 마인드의 스폰서와 무판권 짝퉁의 산실인 제작사가 만났으니 그 작품이 뭐가 되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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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마징가의 무단 카피작들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대광기획의 작품들.



마침내 1984년 1월, [불사조 로보트: 피닉스 킹](이하: 피닉스 킹)이라는 작품이 개봉되었으니, 따지고보면 이 작품이야말로 '트랜스포머'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라 하겠습니다.

먼저 [피닉스 킹]의 내용을 살펴보죠.

우리의 주인공 한얼 일행은 방학철을 맞이하여 화성에 놀러가 야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얼이의 여친이자 여주인공인 샛별은 야구를 하던 도중 닭둘기모양의 팬던트를 줍고 슬쩍 인 마이 포켓 합니다. ㅡㅡ;; 그런데 그 사이에 제비우스 제국의 우르만 대공이 우주를 정복하고자 한얼의 모성인 오로라 행성을 멸망시킵니다. 한얼 일행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집도 부모도 모두 잃고 방황하던 차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한 박사와 조우, 앞으로의 일을 모색합니다.

한 박사는 우르만에 대항하기 위해서 지구에 전설로 전해내려오는 불사조 피닉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때마침 샛별이가 목에 걸고 있던 닭둘기스런 팬던트를 보더니만 이것이야말로 피닉스를 불러낼 수 있는 유물이라며 열변을 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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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이제 피닉스를 불러내기 위해 지구로 간 한얼이와 샛별이는 우여곡절끝에 전설의 피닉스를 불러내는데 성공하게 되고 그 정체가 로봇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헌데, 그 로봇을 본 한얼이는 저것이야 말로 '피닉스 킹'이라며 지멋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더니, 때마침 우르만 군대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조종법은 커녕 피닉스의 존재조차 모르던 소년 소녀가 피닉스 킹에 타더니만 필살기의 이름을 자유자재로 읊어대며 우르만 일행의 함선을 박살내자 불덩어리가 된 함선의 파편조각들이 지구에 떨어져 이 불을 끄기 위해 피닉스 킹이 소방차로 급변신 한다는 아스트랄한 얘기....

흠... 뭐 대충의 시놉시스를 보심 알겠지만 정말이지 스토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티가 역력하지요? 애당초 지구의 유물이었을 피닉스 팬던트가 왜 화성의 야구경기장에서 굴러다니다가 발견되는 것이며 그 옛날 고대 선조들은 소방차로 변신하는 로봇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니 왜 하필 경찰차도 리어카도 아닌 소방차여야 했는지 이해가 불가능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는 웬만큼 스토리가 받쳐줬던 김청기 감독의 작품들과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다이아크론의 파이어트럭을 컨셉으로 작품을 구성한 것 까진 좋은데, 그밖의 표절 수위가 너무 높다 이겁니다. 악당들의 행성이름이 뭐라고 했던가요? 네, 제비우스입니다. 제비우스라면 전 아직도 이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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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CO.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우르만의 제복은 영락없이 [기동전사 건담]의 지온군 노말슈트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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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한술 더 떠서 우르만의 충복이 두명 있는데 그 중 한명의 이름은 몬스터 소장, 또 한명은 무려 '샤아' 소장입니다. (할말이 엄따...) 게다가 몬스터 소장이란 작자는 1979년 [우주 흑기사]에서 등장했던 한약 잘못먹고 슈렉된 도즐 준장께서 다시한번 특별출연해 주셨더군요. (아 심란해) 샛별이는 세일러 마즈와 꼭 닮았습니다. (참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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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우주 흑기사] 이후 또한번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진출한 슈렉 도즐(?)과 세일러 마즈. 건담에 출연하랴 한국 애니에 출연하랴 참 바쁜 세월을 보냈다.


게다가 우르만의 주력 함선은 역시 [기동전사 건담]의 화이트 베이스. ㅡㅡ;;; (감독이 건담 덕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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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정말 신기한건 아직 [기동전사 건담 ZZ]가 나오기 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르만 대장의 딸인 메두사 준장은 '캬라 슨'과 똑같이 생겼다는 겁니다. (건담 덕후는 예지력도 생기는 것이냐! 아님 감독이 뉴타입이었나? ㅡㅡ;; )

작화의 수준도 심각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의 도용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일관성은 유지해야죠. 이건 뭐 같은 인물인데 볼때마다 얼굴이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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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기획. All Rights Reserved.

이런 흑막에도 불구하고 [피닉스 킹]은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는데요, 지금 필자와 같은 30대의 중년 남성이라면 아직도 이 작품을 기억하고 계신분들이 많을 겁니다. 특히 진양과학의 프라모델은 꽤나 인기가 좋아서 최근에는 소장가들 사이에서도 돈주고 살래야 살 수도 없는 초레어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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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과학사. All Rights Reserved.


한편 [피닉스 킹]의 모델이 되었던 다이아크론 파이어 트럭은 몇 달 후 미국으로 건너가 새롭게 탄생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인페르노'로 거듭나게 된답니다. 이러한 사실로 인해 또 한가지 충격적인 흑역사가 도출되는데 [피닉스 킹]이 '트랜스포머'와 관련해 최초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최초의 한국 작품들이 은근 많은데 대부분이 무판권 도작들이라는거.. ㅡㅡ;; 상업적 판단은 좋은데 그 마인드가 도둑놈 심보라는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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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bro. All Rights Reserved.

훗날 '트랜스포머'의 오토봇 진영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인페르노.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이 작품은 무려 미국과 유럽에 '정식으로' 수출되어 [우주의 수호자(Defenders of Space)]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지금 현재에도 몇몇 인터넷 상점에서는 DVD판매까지 이뤄지고 있고, 해외의 괴작매니아들을 즐겁게 해주는 이야기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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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givie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이건 더 가관이다. 흡사 [혹성로보트 썬더 A]의 몸통에 [피닉스 킹]의 머리를 갖다 붙인 정체불명의 로봇이 자켓에 떡하니 그려져 있는 양키센스가 압권.


이로부터 불과 몇개월 뒤, 일본의 다이아크론은 미국으로 건너가 '트랜스포머'로 환골탈태했고,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방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극장판 [트랜스포머: 더 무비]가 나온건 2년 후의 일이었지요. 한가지 얄궂은 사실은 이 작품의 감독을 맡았던 것이 재미교포 넬슨 신이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트랜스포머'와 한국의 인연은 참 질긴 것일런지도요. 세월이 한참 흘러 제작된 [트랜스포머] 실사영화의 해외시장 최고 흥행수익을 기록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도 당연한 것일라나요.

하지만 우리를 암울하게 만드는 건.. 이런 '트랜스포머'의 카피가 오늘날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 궁금하시면 퇴근길에 다이소에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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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소. All Rights Reserved.


* [불사조 로보트 피닉스 킹]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대광기획 혹은 판권을 양도받은 당사자에게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트랜스포머 인페르노(ⓒ Hasbro. All Rights Reserved.), 해외판 피닉스 킹(ⓒ Digivie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로봇기동대 (ⓒ 다이소. All Rights Reserved.), 84 태권브이(ⓒ ㈜로보트 태권브이 All Rights Reserved.), 제비우스(ⓒ NAMC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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