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영화 리뷰를 위한 자료들, 무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페니웨이™ 2009. 2. 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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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닙니다만 간혹 방문자 중에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도대체 리뷰를 위한 자료들을 어디서 모으세요?' 사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넷상으로도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만 사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요. 오히려 인터넷에는 모든 사람들이 정보의 출처가 될 수 있는 만큼 부정확하거나 루머, 틀린 정보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그 정보들을 잘 구분해 최대한 검증된 내용을 추려내는게 리뷰어들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IMDB같은 곳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그밖의 여러 웹사이트를 통해서 정보를 긁어모아 분석을 합니다만 그래도 저도 모르게 간혹 틀린 정보를 올릴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영화 정보들은 바로바로 올라오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정보의 누락이나 오류가 적은 편인데요, 세월이 지난 작품들일수록 이야기가 와전되고 첨가되어 부정확한 정보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심지어 IMDB나 Wiki 등의 공신력있는 사이트들도 종종 부정확한 정보들이 발견되곤 합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텍스트 자료, 즉 책입니다. 100%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얻어내려한다면 그 리뷰는 반쪽짜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면에 있어서는 '불타는 연대기'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 컬럼니스트 김정대님을 가장 모범적인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때때로 김정대님께는 별도의 자문을 구해 정보의 오류 등을 확인하곤 합니다 ^^)

오늘은 제가 활용하는 자료 중 몇가지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워낙 양이 방대하고 소스의 출처도 다양하므로 가급적 검증된 소스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송락현님의 자료를 신뢰하는 편인데, 이분의 경우는 먹고 살기위해 애니메이션 전문가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순수 애니메이션 매니아로 성장해 전문가가 된 케이스라 실제 경험과 기억력에 의존한 '살아있는 정보'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Capsule 블로그를 야후와 파란에서 운영하고 계시지만 책으로 출간된 '송락현의 애니스쿨'은 이 방면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마땅히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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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제 경우 기자출신의 저자가 쓴 정보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해마시길. 모든 기자들을 불신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ㅡㅡ) 직업적으로 그 일을 하는것과 삶 그자체가 직업이 된 경우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지요. 가끔 어떤 분은 저한테 '영화 관계자냐', '이쪽일 하시냐'는 등의 얘기를 듣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제 리뷰나 컬럼이 맘에 드셨다면 그건 제가 영화(혹은 그밖의 영상미디어)를 좋아하는 매니아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전문적인 글쟁이거나 컬럼니스트라서가 아닙니다. 좋은 글은 열정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반면 문화일보 문화부, 경제부 기자 출신의 박태견이라는 분이 지은 '저패니메이션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라는 책이 있는데요, 지난번 고전열전의 [홍길동] 리뷰를 위해 한권 구입했더랬지요. (의외로 한국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텍스트는 시중에서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책도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나마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하고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기자 출신 작가가 쓴 책 답게 꼼꼼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꽤 조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만, 단순한 정보의 수집에만 의존한 나머지 군데군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비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도 제법 눈에 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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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전달매체인 책에서 이런 오류가 많이 있을수록 글쓰기 소스로서의 가치는 퇴색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저패니메이션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가 오류 투성이라는 건 아닙니다. 이 책에도 나름 유익한 정보가 꽤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송락현님과 박태견 기자의 차이는 이렇게 순수 매니아로서 열정을 가지고 정보를 생산해내는 것과 직업적인 정보 수집력만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좀 오래된 영화들을 리뷰하기 위해서는 이런 전문 서적들 외에도 잡지가 도움이 됩니다. 요즘은 레어급 자료들이 되었습니다만 절판된 '로드쇼'나 '스크린' 같은 잡지들을 보면 그 당시를 기준으로 쓰여진 생생한 정보들을 그 시대의 느낌으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글 자체가 상당히 현장감 있다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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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복되는 얘기입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기자들이 내놓는 정보를 100%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또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다음은 1991년 로드쇼 3월호에 실린 기사중 하나입니다. [로보캅 3]에 대한 짧은 기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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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심 알겠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마치 진실인냥 기술되어 있습니다. [로보캅 3]의 감독이 프레드 데커 인건 맞습니다만 실제 주연은 피터 웰러가 아닌 로버트 버크 였거든요. 당시 피터 웰러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에 캐스팅되어 출연을 고사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제작기간을 감안해 보면 ([네이키드 런치]는 1991년 12월에 개봉) 위의 기사가 나온 3월에는 이미 피터 웰러의 캐스팅 확정이 끝난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즉 저 기사는 순전히 기자의 추측성 기사에 불과하거나 제대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데에서 기인한 오류라고 보입니다.

또 한가지, 척 노리스와 말레이시아서 영화촬영을 하기는 개뿔이... 전혀 그런적 없습니다. 완전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군요. 인터넷이 없던 저 시절의 영화 잡지에는 저렇게 잘못된 오보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이런 기사들이 도움이 안된다는 게 아니라 여러 정보들을 서로 비교해가면서 사실만을 추려내는게 중요하다는 얘길 하고 싶군요. 즉 텍스트 자료를 참조하되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한가지 리뷰에 도움이 되는 자료는 TV등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또는 DVD의 서플먼트로 들어가 있는 커멘터리 등의 부가영상자료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이 영상자료들은 관련자들을 모아 직접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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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All rights reserved.

[홍길동]과 관련된 KBS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기억-만화영화 홍길동]. 이런 다큐멘터리나 DVD 서플먼트의 영상자료들은 비교적 신뢰도가 높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다.
 

앞서 [홍길동]을 리뷰하기 위해 예전에 녹화해 두었던 KBS의 다큐멘터리를 참조하기도 했는데요, 확실히 몇몇 부정확한 정보들에 비해서는 직관적이고 가장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DVD를 구입하시는 분들은 가급적 1 Disk 버전보다는 2 Disk 버전을 구입하시고, DivX을 다운받아 영화보시는 분들은 DVD를 구입해 보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보는 시각이 한층 넓어질테니 말이죠.

다음으로 제가 활용하는 자료 중 하나를 공개하자면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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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려라 비디오' 시리즈는 원래 책으로 출판되었던 것을 CD롬 형태로 내놓은 것인데요,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네이버 영화나 다음 영화 같은 포털의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형성되어있지 않아 IMDB같은 방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유일무이하게 백과사전급 지식을 제공해 주던 책이 바로 차림 출판사의 '열려라 비디오' 였고, 최종 버전으로 CD롬 타이틀이 판매되었죠. 저도 얼마전까지 책으로 가지고 있다가 어렵사리 CD를 구하게 되서 부피가 나가는 책은 헌책방에 기증했습니다. ㅡㅡ;; (지금 생각하면 후회막심)

이렇게 영화 리뷰를 쓰는데에는 많은 노력과 또 정보수집이 필요합니다. 물론 새로나온 영화야 인터넷과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손쉽게 관련 내용을 접할 수 있지만 그래도 글맛나는 리뷰나 컬럼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서적을 찾아가며 서로 상충되지 않는 신뢰도 높은 자료만을 간추려 자기만의 필체로 써내려간다면 누구나 읽기쉽고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말나온김에 서비스로 얼마전 일본에서 구입한 하나 소개해 드리지요. 'SF영화대전'이라는 책인데요, 이게 뭐냐면 그동안 일본에서 개봉된 SF영화들의 전단(일본어론 찌라시라 하지요)들을 종류별로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런 류의 책자는 다른 나라에서 영화를 홍보할때 어떤 면에 초점을 두었는지,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어떤 포스터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때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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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총 632편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스페이스 오페라', '로봇', '히어로' 등등 SF영화의 하위장르로 각각 섹션을 분류해 일본에서 개봉시 배포되었던 전단지와 광고를 종류별로 모두 소개해 놓은 진귀한 자료입니다. (이런걸 보더라도 일본인들의 자료보존 개념은 한국과 천지차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OTL) 이것 말고도 다른 종류의 책들이 몇개 더 있는데, 요즘같은 환율크리 시대에서는 한권 구입할때마다 '억'소리가 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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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서비스 컷은 옛날 '로드쇼'에 실렸던 광고들. 최수종과 신애라의 풋풋한 시절이군요. 옛날 잡지들을 보면 영화에 대한 정보외에도 이런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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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간단하게나마 영화 리뷰를 쓰는 나름대로의 요령이랄까 자료의 수집과 활용에 대한 잡설을 마칩니다. 요즘 저도 영화보는 일에 좀 지쳐서 머리를 식힐겸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싶어지는군요. 뭐 괜찮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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