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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79

백설공주 살인사건 - SNS와 마녀사냥

몇 년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은 SNS의 위력과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일화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둔갑해 버리는 상황, 어떠한 검증 절차없이 감정적으로 거대한 여론을 만들어 상대방을 유죄로 단정해버리는 SNS의 마녀사냥식 파괴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다. 물론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과 같이 그냥 그렇게 묻혀질 뻔 한 사건을 공론화시켜 관성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던 사법기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순기능도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자칫 용의자가 아닌 엉뚱한 BMW 차량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긴 했지만.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한 미모의 직장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다.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뛰어난 미모로 관심을 한 ..

영화/ㅂ 2015.03.05

나이트 크롤러 - 나쁜 놈이 더 잘 사는 세상

“LA지역 TV뉴스의 방송시간 중 절반은 법안, 교육, 이민, 복지 등 주 정부에 관한 내용을 단 22초만에 요악하지만 지역 범죄 뉴스는 무려 14배인 5분 7초를 할애한다”. [나이트크롤러]의 주인공 루이스 블룸이 뉴스 방송의 실태를 분석한 이 말은 오늘날의 미디어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사실 뉴스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룬 영화는 [나이트크롤러]가 처음은 아닙니다. 시드니 루멧의 걸작 [네트워크]나 제임스 L. 브룩스의 [브로드캐스트 뉴스]는 TV 비즈니스의 추악한 면을 비교적 코믹한 터치로 다룬 영화들이었죠. 하지만 [나이트크롤러]는 이들의 풍자적인 관점과는 달리 더 직접적이고, 신랄한 시각으로 이 세계를 다룹니다. 루이스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는 단순 절도..

영화/ㄴ 2015.03.03

[선댄스 채널] 바빌론 - 강도높은 경찰 풍자 코미디

경찰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습니다. 감식반이 주인공인 [CSI] 시리즈를 비롯해 범죄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풀어 나가는 [크리미널 마인드], 독심술사가 경찰에 협조하는 [멘탈리스트], 세월을 넘어선 수사관의 집념을 그린 [트루 디텍티브] 등 소재나 캐릭터에 있어 실로 다양한 작품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기존의 이러한 경찰 드라마는 어떤 식이 되었든 사건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이른바 ‘사건 수사’에 중점을 둔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점이라면 수사하는 방식이나 수사관 캐릭터의 직업과 개성 정도겠지요. 그런데 영국의 6부작 드라마 [바빌론]은 이들과는 다른, 특이한 경찰 드라마입니다. 어떤 사건의 해결보다는 사건을 마주한 경찰 내부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이미 [셜록]이나..

드라마, 공연 2015.02.26

[단평] 이미테이션 게임 - 알려지지 않은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

베어먹은 사과. 미국 굴지의 IT기업인 애플의 로고에 대한 추측은 여러가지가 있다. 잡스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은 이상 모든 건 추론으로 남을 뿐이지만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설 중 하나는 바로 앨런 튜링 추모설이다. 일반에게는 낯선 인물이긴해도 한 때 천재 수학자로 불리운 그는 암호해독에 능통해 독일군의 암호체계인 에니그마를 판독한 주역으로서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 당시 튜링이 만든 튜링 머신은 훗날 컴퓨터의 기초가 되었고, 사실상 학계는 앨런 튜링을 컴퓨터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그는 전후 동성애 혐의로 재판을 받아 화학적 거세 명령을 받았고, 급격한 호르몬 변화에 의한 부작용을 견디다 못해 청산가리를 주사한 사과를 먹고 4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

영화/ㅇ 2015.02.17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 작업기 (2부)

누구도 발매해주지 않아 스스로 만드는 로보트 태권브이 박스셋 작업기 2부입니다. 당연히 이번 순서는 한동안 '신비의 물건' 취급받았던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편입니다. 일단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 녀석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은 1976년 [로보트 태권브이]의 빅 히트 직후 좀 비하적인 표현으로는 졸속으로 제작된 속편입니다. 총 제작기간 5개월. 동시 제작이 아닌 상황에서 1976년에 1,2편이 개봉되었으니 얼마나 빨리 제작되었는지 가늠케하는 작품이지요. 흥행에도 성공했고, 항간에는 클래식 태권브이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화 퀄리티에 있어 1편에 못미치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녀석이 VHS판으로 출시된 바가 없고, TV방영당시..

폭스캐처 - 감정적 결핍과 관계의 파괴가 낳은 비극

올림픽 국가대표이자 금메달리스트로 레슬링계의 촉망받는 유망주 마크 슐츠.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과보다는 자신에게 부모이자 라이벌과도 같은 형 데이브 슐츠의 빛에 가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사교성이 부족한 그는 늘 우울하며 고립된 삶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지요. 그런 그에게 뜻밖의 인물이 손을 내밀게 됩니다. 세계적인 화학그룹 듀폰사의 상속인 존 듀폰이 스폰서를 자청하고 나선 겁니다. 마크는 형에게 자신과 같이 가자며 제안하지만 가족을 먼저 생각한 데이브는 이를 거절합니다. 거액의 계약금을 선뜻 건네며 호화로운 삶을 안겨준 듀폰은 일시적으로나마 마크에겐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존 듀폰 역시 외견상 보여지는 사회적 신분과 부유한 생활의 모습과는 별개로 어머니에게서 인정받지 못한 아들이라..

영화/ㅍ 2015.02.05

속편열전(續篇列傳) : 나바론 2 - 평화의 댐 홍보영화가 된 사연

속편열전(續篇列傳) No.35 요즘은 없어졌습니다만 예전에는 '시청자가 뽑는 영화 베스트 5'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방송국에서 대상영화를 올려주면 시청자들이 전화나 엽서를 통해 선정해 한 달 동안 재방영해주는 그런 코너였지요. 이 기획의 목적은 시청자들의 방송 참여의식을 높이고 영화팬들의 재방송 요청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는데 어쨌거나 지금처럼 VOD나 블루레이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VTR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 추억의 명화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꽤나 큰 즐거움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1986년에도 어김없이 KBS에서는 영화 베스트 5를 선정했었지요. 당시 신청 대상영화로는 [오리엔트 특급], [닥터 지바고], [소피의 선택], [슈퍼맨 2] 등 쟁쟁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때 [오..

모스트 원티드 맨 - 포스트 911 시대의 고급 스파이물

[모스트 원티드 맨]은 작년 소리소문없이 국내 개봉한 영화 중에서 탑클래스에 들만큼 뛰어난 수작입니다. 원작은 스파이물의 거장 존 르 카레의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죠. 흔히들 존 르 카레의 스파이물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사실성'에 있다고 합니다. 이언 플래밍의 007 판타지가 첩보물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로서 보여질 수 있는 오락적인 재미를 추구했을때의 일이고, 진짜 첩보전의 냉혹함과 살풍경한 느낌을 전달하는 건 역시나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이지요.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보세요. 구시대 냉전체제 하에서의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요즘 기준으로 봐도 전혀 후지지 않고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모스트 원티드 맨] 역시 이러한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세계의..

영화/ㅁ 2015.01.14

[블루레이] 인투 더 스톰 - 온몸으로 체험하는 재난영화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오클라호마의 실버톤이라는 마을에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막 시작되고 있다. 학교의 교감은 기상 악화 때문에 졸업식을 연기해야 한다고 교장을 설득하지만 교장은 졸업식을 강행한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스톰 체이서와 기상학자는 기상이변에 의해 발생한 초대형 토네이도를 촬영하기 위해 실버톤으로 향한다. 마을에는 유투브를 통해 스타가 되려는 두 명의 얼간이가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고 있다. 이들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교감은 큰 아들과 사이가 소원하며, 스톰 체이서의 리더는 새로온 기상학자가 영 미덥지 못하다. 기상학자는 딸아이와 떨어져 위험천만한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별로 내키지 않는다. 유일하게 걱정이 없는 인물들이라고는 두 얼간이 뿐이다. 이들의 하루..

영화/ㅇ 2014.12.26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 출애굽기의 인본주의식 해석

한 갓난아기가 대학살을 살아남아 학살을 자행한 이집트 왕실에서 자라나고 훗날 성인이 된 그 아이가 신의 계시를 받아 동족인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하는 성서 ‘출애굽기’의 내용은 널리 알려진 사건입니다. 영화계에서는 [십계]로 더 이상의 사족을 달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작품을 만든 바 있지요.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는 이를 재활용한 수준이었고요.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니만큼 이를 새롭게 해석한다는 건 큰 부담입니다. 이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노아]가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인것 처럼 종교적인 사건을 가공하는 일에는 늘 시련이 뛰따르기 마련이지요. 그나마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 기대를 모았던 건 고전 서사극에 일가견있는 명장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라면 뭔가..

영화/ㅇ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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