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보면, 내 평생 한 번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영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의 1989년작 [블랙 레인]은 아마도 내가 '저 곳에 가고싶다'는 느낌을 준 최초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헐리우드 버디물 정도로 보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조금 남다른 영화다. 이 작품이 개봉된 1989년 당시의 한국은 이제 갓 88올림픽을 치룬, 후진국의 때를 간신히 벗어낸 느낌의 나라였다. 반면 버블 호황기의 정점을 찍으었던 일본의 경제력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수준이었는데, 그런 일본의 모습을 담은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접할 길이 없었다. 일본문화수입에 빗장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1990.04.06. 경향신문의 1면 기사. 고작 [블랙레인]과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