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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테마 -자연

미야자키 하야오가 추구해 온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테마, 그리고 문명의 비판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시작하여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적 모티브로 자리잡게 된 주제의식이다. 자연과 함께 공존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을 무시한채 인간의 독자적인 생존만을 추구할 것인가? 인간의 문명발달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 발현된 산물에 지나지 않는가?

ⓒ 1984 Tokuma Shoten Publishing. All Rights Reserved.

미야자키 하야오식 문명비판의 시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어떻게 보면 심각하고, 진지하고 무거운 테마이지만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되도록 밝고, 어린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유의 동화적 재능을 발휘하여 그 작품성을 세계에 널리 인정 받았다. 이제 소개할 [이웃집 토토로]와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는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도 그 색깔에 있어서 사뭇 다른 양상을 띈다.


자연을 바라보는 두 작품의 시선

[이웃집 토토로]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을 하나의 이웃과도 같은 개념에서 바라본다. 토토로나 네코버스같은 숲의 정령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일부사람에게만 보이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해를 당할 일도 없으며, 이들 또한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말 그대로 그들은 서로를 모른채 살아가는 '이웃'일 뿐이다.

그러나 사스키나 메이같은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의 눈에 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순수한" 동심을 가진 이들이 토토로에게 위해를 가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비를 맞고 있는 토토로에게 우산을 주기도 하며, 이에 대한 답례로 토토로는 많은 것을 그들에게 베푼다.

ⓒ 1988 Nibariki-Tokuma Shoten. All Rights Reserved.


[모노노케 히메]는 어떠한가? 이 작품의 시작에서 나오는 재앙신의 그 무시무시한 등장을 떠올려 보라. 주인공 아시타카의 마을은 이 재앙신이 품게 된 원한과 아무 관련이 없는 조용한 마을일 뿐이다. 그러나 재앙신이 품게 된 원한은 곧 인간모두에 대한 자연의 분노였으며, 결국 재앙신의 공격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아시타카는 활을 겨냥한다. 재앙신은 죽지만 아시타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끊어지지 않는 원한의 고리... 이것이 [모노노케 히메]가 시작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설정의 첫 단계이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대응책

우리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인가에 조우했을 때 갖는 감정, 그것이 두려움이든 혹은 호기심이든 간에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의 문제는 곧 적대감이냐 호감이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이웃집 토토로]를 보자. 처음 시골농촌에 이사온 사스키와 메이는 부엌에서 '스스와타리'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만난다. 그들은 처음엔 놀랐겠지만 곧 호기심의 발동으로 그들의 존재에 대해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메이가 처음 토토로와 대면하는 그 순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꼬마 토토로들을 쫓아가 발견하게 된 거대한 토토로. 그렇게 무지막지한 덩치에 커다란 입을 가진 동물임에도 메이는 주저없이 그의 배에 올라가 심지어 낮잠까지 잔다!

자연을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이 두 꼬마, 특히 메이의 행동에 모두 담겨있다. 주저하거나 경계심없이 받아들이는 것, 기꺼히 한발 먼저 접근하는 것. [이웃집 토토로]는 이런 능동적이고 평화적인 대응이야 말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최상의 미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 1988 Nibariki-Tokuma Shoten. All Rights Reserved.


반면 [모노노케 히메]는 어떠한가? 아시타카의 마을 사람들은 아시타카 본인을 비롯, 재앙신의 등장으로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다. '공포'. 그것인 자신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까지 마이너스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가장 어두운 마음이 아닐까? 아시타카는 결국 두려운 마음에 재앙신을 죽인다.

그로인해 자신도 씻지 못할 원한의 상처를 입게 되고, 이제 그 모든 원인과 결말을 향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산'이라는 정체불명의 소녀를 통해 자신이 가졌던 두려움을 그녀에게서도 발견한다. 그녀는 인간이면서도 자연이었고, 따라서 그녀는 인간을 두려워하며 그들에게 끊임없는 공격을 시도한다. 산의 숙적인 '에보시'일당도 마찬가지다.

ⓒ 1997 Nibaraki TNDG. All Rights Reserved.


에보시는 비록 소외받는 계층인 아녀자들과 나병환자들을 돌보고 그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존경받는 여성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볼 때 그녀는 그저 자연을 파괴하는 적일 뿐이다. 이들은 서로의 생존을 위해 타협하기 보다는 공격을 택했으며, 이는 끝도없는 불행과 원한만을 낳는다. 아시타카의 마을 습격한 재앙신도 바로 에보시일행이 쏜 총탄이 만든 일종의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결론은 하나, 자연과 하나되는 것

[이웃집 토토로]는 처음부터 자연과 손을 잡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사스키 자매가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 주었으며,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 최선의 결과였음을 작품 전체에 걸쳐 잔잔하게 녹여내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의 경우는 한층 복잡한 전개를 띈다. 아니, 갈등구조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숲의 신들과 에보시 일당은 정면충돌하기에 이르며, 급기야 숲의 최고신 '시시'신의 목을 잘라 도망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숲은 검게 변하고 죽음이 숲을 잠식해 가는 무시무시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1997 Nibaraki TNDG. All Rights Reserved.


천신만고의 노력끝에 시시신의 목을 돌려주는데 성공한 아시타카는 새로운 생명의 환원되는 숲과 동시에 상처가 낫게 된다. 그리고 산은 다시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비록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으나, 자연을 짓밟은 인간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었던 산은 그대로 숲에 남는다. 산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가는 아시타카. 그러나 그들이 배운 것은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는 자연의 경고라는 사실을.


에필로그

[이웃집 토토로]는 개봉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대대적인 흥행에 성공하여, 토토로라는 캐릭터 상품은 아직까지도 스튜디오 지브리를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었다. 특히나 남녀노소, 부모와 자녀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명작을 만든다는 지브리의 작품관을 확고히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면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감독의 변화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첫째는 그가 최초로 사극의 형태를 띈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둘째는 신체 절단과 같은 고어씬이 등장하는 등, 결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만은 아니라는 사실. 셋째는 순수 셀에니메이션을 고집하던 그가 최초로 CG를 도입하여 스케일과 비주얼적인 측면에 있어 한층 버전업했다는 점이다. 결국 [모노노케 히메]는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적인 제작비와 인원, 제작기간이 소요된 작품으로서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히트작중 하나로 남게 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한 두 작품, 그러나 내려진 결론은 하나였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의 차이로 너무나 큰 대조를 이루었기에 그 선호도가 갈리기도 하는 작품들이지만, 필자에게 한편을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모노노케 히메]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이웃집 토토로]처럼 동화다운 것이 아닌 [모노노케 히메]처럼 처절하고 슬픈분위기에 더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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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쉬타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덧글과 트랙백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포스팅이로군요 ^^;
    오랜만에 글을 보니 <이웃집 토토로>도 <모노노케 히메>도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2009.01.16 10:28
  2.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위에분 이야기대로 정말 정성과 시간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두 작품 모두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좋아하는 애니중에 한편입니다.

    모노노케 히메는 이름이 처음 마니아들에게 알려졌을때 원령공주로 나와가지고.....

    한국에서 한참 늦게 극장개봉할때 모노노케 히메로 나와서 이 애니메이션 도대체 뭥미...

    이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9.01.16 11:05
  3. 강자이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같은 감동'을 느꼈던 애니메이션이 바로 원령공주였죠! 비록 해적판이긴 했지만;; 저도 모노노케 히메에 한표입니다:D (이상하게 토토로는 끝까지 안봐지더라구요;;)

    2009.01.16 11:36
  4. 하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토로는 아직까지 못봤지만 모노노케히메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

    2009.01.16 12:59
  5.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니메이션도 걸작이 될수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들입니다.
    연출자의 정성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다는것이 느껴지지요.

    2009.01.16 13:0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는 딱 [모노노케 히메]까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성기였다고 봅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모노노케 히메]의 영광을 좀 더 이어나갔을뿐, [하울..]부터는 영 아니더라는.. ㅡㅡ;;

      2009.01.16 14:11 신고
  6.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니웨이님도 저랑 비슷하군요. 저도 마찬가지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부터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카하시 이사오꺼를 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판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DVD로 다 구매를 했네요. (물론 해적판 VHS테입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만... )[하울..] 이후 부터는 DVD를 구매를 안했네요. 결혼으로 인한 자금줄이 막혀 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게 땡기지가 않더라는... 아.. 마녀 배달부 키키를 안샀네요. 사실 저희 마눌님과 감성이 다른지...(감정이 메마른 우리 마누라!! 힛힝!!) 아님 저와다른 현실주의자라 그런지 그리 애니메이션을 그리 좋아하지 않더라는...
    [이웃집 토토로] 경우는 우리 조카가 4살 터울 딸내미 둘인데... 걔들 스스로 사스케와 메이로 감정이입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아직도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부모님댁 (조카들에겐 할아버지 댁)에서 모이기만 하면 아직도 틀어 보고 있습니다.(수십번을 본것 같다는...)
    그나저나 울 아들내미는 아직도 [벼랑위의 포뇨]를 입에 달고 사는 군요. 말도 제대로 안되는 녀석이...
    추임새라 해야 하나.. 원곡을 틀어주는 데도 예고편에 삽입되었던 '포뇨! 사스케! 스키!'를 지가 노래사이에 넣더군요. (지금까진 아들 자랑... ^^)
    암튼 미야자키옹의 작품은 세대를 아울러 흡입력이 있긴 하나 봅니다.

    아.. 그리고 요즘 챔프TV에서 가끔씩 이웃의 토토로를 방영 해주더군요.
    DVD가 없으신 분들은 시간만 잘 맞추시면 더빙판을 TV로 보실 수 있으실 지도...

    2009.01.16 16:2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에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꽤 좋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역시 영화(혹은 애니메이션)는 취향이랄까요..

      DVD시장이 하락세입니다만, 지브리 작품들은 모두 가지고 있어도 후회없다는 생각입니다.

      2009.01.17 11:01 신고
  7. 태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과 '여성'.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는 빠지지 않는 소재거리죠. =)
    저 역시 무거운 '모노노케 히메'에 한 표 던져주고 싶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09.01.16 20:06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나 비슷한 테마지만 늘 새로운 느낌을 주었던 8,90년대의 미야자키 작품이 정말 좋았습니다. 2000년도 부터는 뒷심이 부족한 듯 하여 너무 안타깝네요.

      2009.01.17 11:02 신고
  8. 아르미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토로를 볼때, 자신들의 전승을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형태로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이 참 부럽더군요. 폼폼코 대작전도 그렇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부러운 부분입니다.

    2009.01.16 21:27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옛것을 상품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야하나요.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고 하면 무조건 홍길동전 아니면 심청이 타령이니.. ㅡㅡ;;

      2009.01.17 11:03 신고
  9.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작품 다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역시 그냥 대체로 밝고 즐겁기만한 토토로보다는
    심각한 갈등과 긴장이 있는 모노노케 히메 쪽이 더 끌리긴 하네요.
    (하지만 DVD는 토토로만 가지고 있군요. --a)
    두 작품 다 여러 번 봤는데 나우시카는 한 번 밖에 못 본지라
    이 글 읽고나니 엉뚱하게도 나우시카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크크

    2009.01.20 17:41 신고
  10. 엘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령공주, 그리고 그 직전작인 붉은 돼지의 경우는 미야자키 감독이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시도해본 색다른 도전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평생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던 그가 붉은 돼지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동경하던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성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었고, 원령공주에 이르러서는 성인관객을 고려한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주었었죠.

    그 직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면서 다시 원점으로의 회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붉은 돼지와 원령공주는 미야자키가 선보인 보기 드문 성인취향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 (70년대에 만들었던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의 성'도 성인취향의 작품이라면 작품이랄 수 있겠는데, 그 작품은 성인취향의 원작을 전연령가의 작품으로 각색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

    그나저나 이제는 너무 연세가 드셔서 예전과 같은 작품을 만들기에는 너무 체력이 버거우시다는 점과 그를 이을만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2009.01.22 11:2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후계의 부재만큼 심각한게 없죠. 한시라도 빨리 후계자를 찾아야 할텐데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의 작품 중에서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과 [마녀배달부 키키]를 가장 좋아합니다^^

      2009.01.22 11:45 신고
  11. okt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령공주는 무지 재밌게 봐서 비디오CD까지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촌형이 먹어버렸지만;;
    집에서 어린 사촌동생이랑 같이 봤었는데 그.. 숲의 신(이름이 '데이다라봇치'였죠?)이 화나서 쫒아오는걸 보더니, "형! 자연한테 잘못하면 저렇게 벌받는거야~"라고 가르쳐주더군요-_-
    아직도 주제곡이 귓가에 어른거리네요.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2009.01.23 22:23
  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 필력이 좋으시군요!

    2011.03.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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