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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 작은 영화에서 발견하는 큰 기쁨

페니웨이™ 2008. 11.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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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군요

- 아뇨,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뿐이에요

- [카모메 식당] 중에서


일본영화하면 왠지 낯선 느낌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게 사실이다. [큐티하니]라든지 [최종병기 그녀]같은 괴작을 많이 보아서 일까. 흥행성도 그다지 좋지 않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일본영화는 아직까지도 [러브레터] 정도다) 일본인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일본영화는 '오버'를 잘한다.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에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일본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이런 특유의 과장법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막을 내렸던 [카모메 식당]은 그러한 꾸밈이나 오버하는 것 없이 잔잔한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예산 독립영화이자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작품이지만 [카모메 식당]은 의외로 소소하면서도 많은 교훈점을 전달하고 있다.



    1.당신의 인사는 얼마나 훌륭한가?  


'안녕하세요!' 밝은 목소리로 사무실 문을 들어서며 밝게 인사하는 신입사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비록 경험은 없고 이제 갓 사회에 입문한 젊은이일 뿐이지만 그 밝은 인사성 하나만으로도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겠는가?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인사하는 법을 모르고 산다. 길을 물어보는 사람도 알려주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갈길 가기 빠쁘고, 실수로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도 미안하다는 말없이 사라지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스스로가 삶을 각박하게 만들어간다는 얘기다.

ⓒ Media Suits. All rights reserved.


'당신의 인사는 참 훌륭해요' 여자의 몸으로 홀로 일본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에게 누군가가 하는 말이다. 그녀는 비록 손님하나 없는 비관적인 현실앞에서도 늘 자신의 가게를 지나치는 사람에게 밝게 인사한다. 결국 그녀의 밝은 성격으로 인해 주변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다. 첫 번째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매일 공짜커피를 얻어먹은 토미, 우연히 갓차맨(독수리 5형제)의 주제가를 알려준 인연으로 식당에 눌러앉게 된 일본인 관광객 미도리... 모두 사치에의 밝은 인사성이 낳은 소중한 만남이다. 결국 손님이 없던 카모메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식당이 되는건 당연지사. [카모메 식당]에서 주는 교훈 중 한가지다.


 

    2.핀란드라고 다를 것은 없다.  


놀랍게도 [카모메 식당]은 일본영화임에도 배경을 북유럽 핀란드로 택했다. 아마도 북미 문화권과 친숙한 한국과는 달리 유럽쪽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일본인들의 특성에 더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카모메 식당]의 공간적 배경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오히려 외국에 발한번 디딘걸로 'xx 올로케이션'이다 뭐다 호들갑을 떠는 홍보사의 오도방정도 없고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타국의 명소에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급급한 작위적인 연출도 없다.

ⓒ Media Suits. All rights reserved.


[카모메 식당]에서의 핀란드는 그저 모두가 동경하는 이상향의 상징적 공간일 뿐, 오히려 세상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다 겪는 시름과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곳은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된다. 세상 어디에도 지상낙원은 없다. 상대적인 환경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사람이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것. [카모메 식당]에서 느끼게 되는 두 번째 교훈이다.


 

    3.음식이 주는 교훈  


'왜 하필 핀란드인이 즐겨찾는 음식이 아니라 일식집인가'하고 미도리는 의아해 한다. 이에 대해 사치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카모메 식당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식당일 뿐,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는 듯한 그런 음식을 대접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이 얼마나 자기 철학이 분명한 식당 경영자의 말인가. 나부터도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오너가 운영하는 식당은 찾아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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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사치에가 식당의 메인메뉴로 내세우는건 자칭 일본인의 '소울 푸드'라고 주장하는 주먹밥이다. 일본 가정식의 대표적인 음식이자 사치에 개인의 추억이 담긴 소박한 음식을 메인으로 내세운 그녀의 솔직 담백한 생각은 음식의 손맛으로도 전해져 이내 식당을 찾는 핀란드인들에게도 부담없는 식단으로 자리잡는다. 세 번째 교훈, 음식의 맛은 결국 정성과 느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


 

    4.저예산 영화의 묘미  


그렇다면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외형적인 문제를 검토해 보자. [카모메 식당]은 각 등장인물의 과거사를 들춘다거나 그렇다고 강렬한 클라이막스, 혹은 가슴찡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작품으로서 관습적인 영화의 공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카모메 식당]이 지루한가? 천만에!

잔잔하지만 요소요소에 절로 관객을 미소짓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담겨 있으며, 격조높은 대사와 마음을 따뜻하게 비추는 화면, 그리고 무엇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정갈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중요한건 이 모든 장점을 갖추는 데 있어서 제작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카모메 식당]의 연출은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점이다. 작가주의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머리아프고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는건 아니지 않은가.


 

    5.총평  


간만에 별 5개만점에 5개를 줘도 아깝지 않은 작품을 만났다. 작년에 [카모메 식당]이 개봉했을 때 바빠서 극장을 찾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여전히 화제작을 중심으로 편식을 하고 있는 관람 습관에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독인 오기가미 나오코는 주목받는 여성감독으로서 [요시노 이발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며, 차기작 [안경]역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잔잔한 웃음과 감동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다. 우리나이로 37세의 나이에 세상사를 달관한 듯한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감독의 역량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날씨가 쌀쌀해 졌다. 이런날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핀란드의 조그마한 일식집, 카모메 식당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리뷰는 2008년 11월 13일자 미디어몹의 메인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 [카모메 식당]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edia Suit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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