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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인 한 건물의 옥탑건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의 1주기를 추도하는 팬들의 행사가 시작된다. 이 곳에 모인 사람은 오타쿠처럼 보이는 5명의 남자들. 팬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닉네임으로만 호칭하던 이들은 이 자리를 빌어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키사라기를 추모하기 위한 일반적인 오프라인 모임으로 보였던 이 만남은 갑자기 그녀의 때이른 죽음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누군가에 의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분위기로 급변하게 된다. 과연 키사라기 미키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자살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인가?

[키사라기 미키짱]은 2003년 후루사와 료타의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서 연극무대 특유의 공간적 한정성을 띈 이른바 밀실 미스테리 형식의 작품이다. 하지만 말이 미스테리일 뿐 영화의 본질은 코미디에 가까운데,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다발총같은 대사와 범죄를 재구성하는 복잡한 퍼즐의 플롯을 정교하게 끼워맞춘 것이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에 대한 오마주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심지어 등장인물 전원이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 흰 셔츠를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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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amax Films/ Liv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키사라기 미키짱]을 보노라면 마치 폭력을 거세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을 보는 듯 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저수지의 개들]처럼 주인공들이 모두 검은색 양복 정장을 하고 있으며, 건물안의 한정된 장소에서 사건이 전개되며, 퍼즐을 맞추는 정교한 플롯의 범죄물에 타란티노 특유의 수다스런 대사들로 가득 차 있다.


오직 5명의 등장인물만 등장하는(이야기의 화두인 키사라기 미키는 회상장면에서만 잠깐씩 등장할 뿐, 얼굴조차 영화가 끝날무렵까지 제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이 독특한 영화는 공간적 이동도 없이 오로지 한곳에서 진행되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은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배경이나 특수효과, 또는 카메라 워크 등의 기교적인 부분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이 작품은 오로지 각본의 힘과 배우의 연기로만 밀어붙이는 배짱과 뚝심을 자랑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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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キサラギ]フィルムパ-トナ-ズ
All rights reserved.


사건을 풀어나가는 해법에 있어서 반전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반전의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며, 오히려 관객의 추리를 유도하게끔 배치되어 있어 조금만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관객이라면 마치 한권의 추리소설을 읽어 나가듯 영화속의 퍼즐을 끼워 맞추는 놀라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플롯의 묘미가 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물론 영화의 생소한 형식에 다소 당황스런 부면도 있고 관객에 따라서는 이 영화가 가진 코드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을 100% 즐기기 위해서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라든지 아이돌 문화에 대한 이해, 혹은 적어도 경이적인 시청율을 기록했던 TV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 정도는 꿰고 있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일례로 극 중 캐릭터인 오다 유지 역에는 유스케 산타마리아가 캐스팅되었는데, 이 캐스팅이 무엇을 의미하며 이 캐릭터가 극 중에서 말하는 대사 가운데 무엇이 그토록 옆좌석의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지는 오로지 [춤추는 대수사선]을 아는 관객만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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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キサラギ]フィルムパ-トナ-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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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웃음과 긴장감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어 나가다가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약간의 감동까지 선사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이 없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2007년도 블루리본상 작품상을 수상할만큼 그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으로 국내에는 3년이나 지각개봉을 하게 되었지만 지금이라도 극장개봉을 통해 정식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무척 환영받을 만한 일이며 한편으로는 이러한 일본영화의 다양성이 한국영화계에 다소나마 자극제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확실히 [키사라기 미키짱]을 보노라면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곱씹어 보게 되는데, 중요한건 스케일이나 현란한 화면빨 따위가 아니라 각본이라는 점이다. 세트라고는 단 하나뿐인데다 출연배우가 고작 5명(엑스트라급을 포함하면 7,8명 정도)뿐인 이 작품에 제작비가 들어봤자 얼마나 들었겠는가. 캐릭터들이 가진 닉네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극의 코믹요소로 또는 반전의 열쇠로 활용하는 능력을 보노라면 버릴 것 하나없는 알뜰한 영화가 과연 무엇인지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P.S: 타란티노의 작품을 능가하는 이 남자들의 수다를 달랑 한줄로 압축해버리는 자막의 번역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정말 울고 싶다.


* [키사라기 미키짱]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キサラギ]フィルムパ-トナ-ズ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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