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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요즘들어 특히 감성이 메말라 있다. "싸나이라면 당연히 열혈이지!"라고 수없이 외쳐대는 마초처럼 변해가고 있다. 한때 로맨스-순정물은 여자들이나 보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도 유독 기억에서 잊을 수 없는 순정만화가 있다. 바로 [캔디 캔디]라는 작품이다.

ⓒ 水木杏子/ いがらしゆみこ/ 講談社

[캔디 캔디]는 1975년에 여성작가 이가라시 유미꼬가 발표한 작품으로서 일본 순정만화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화제작이다. 일본 만화계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순정만화가들도 [캔디 캔디]의 영향력 아래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캔디 캔디]의 파급효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실제로 1997년에는 [별은 내 가슴에]라는 MBC 드라마에서 [캔디 캔디]의 스토리라인을 베이스로 삼았을 정도다.

'포니의 집'이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두 소녀의 입양. 그러나 입양과정은 상당히 다르다. 앤은 무난하게 입양되어 상류사회에 편입되지만 캔디는 식모처럼 명문가에 들어가 온갖 고초를 겪는다. 역경속에서도 그녀를 지탱시켜 주었던건 그녀의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울고 있던 그녀에게 샤방~한 웃음을 날려준 "언덕위의 왕자님" 덕분이다.

이 "언덕위의 왕자님"에 대한 미스테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플롯이지만, 안소니나 테리우스같은 꽃미남과의 로맨스야말로 [캔디 캔디]의 수많은 애독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 불꽃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진 순정파 안소니와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테리우스의 대비는 "백마탄 왕자님"을 꿈꾸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있어 하나의 판타지와 같은 남성상을 구축했다.


반면, 캔디를 시종일관 괴롭히는 '이라이자'와 '닐' 남매의 악역 캐릭터는 때려주고 싶을만큼 악역 캐릭터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으며, 아치 볼트, 스테아 같은 주변의 훈남 캐릭터 또한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한국에서는 1977년에 MBC TV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첫 방영되면서 알려졌지만, 대중적인 지명도를 갖추게 된 것은 1983년 [들장미 소녀 캔디]라는 제목으로 재방영된 컬러판 캔디 애니메이션부터다. 혜은이가 부른 주제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는 [로보트 태권브이]나 [마징가 제트]의 주제가 못지 않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유명한 노래가 되었다.

ⓒ 水木杏子/ いがらしゆみこ/ 講談社 All rights reserved.


상류층의 위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 수많은 캐릭터들로 대표되는 인간군상, 전쟁의 비정함, 그리고 역경을 딛고 명실공히 명문가의 규수로 발돋음하는 캔디의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눈물흘린 많은 독자들에 의해 [캔디 캔디]는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잊혀지지 않는 순정만화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이 작품은 그 긴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전혀 촌스럽거나 뒤쳐지지 않은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흥미롭게도 [캔디 캔디]의 저작권 논쟁은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드라마틱 하다. 2000년에 [캔디 캔디]의 원작자 미즈키 쿄코(水木杏子)가 만화가 이가라시 유미코를 상대로 원작자인 자신의 동의 없이 판권이 만료된 만화 캐릭터를 계속 그리고 있는 사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법원이 이가리시 유미코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미즈키 측에서 즉각 상소,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 水木杏子/ いがらしゆみこ/ 講談社 All rights reserved.


놀랍게도 이번에는 법원이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미즈키 쿄코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만화의 원작이 존재하는 경우, 원작자만이 저작권자로 인정되며,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은 2차 저작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 제작,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 따라서 1995년의 원저작권 소멸 이후로도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던 [캔디 캔디]는 2001년의 최종판결 이후 미즈키 쿄코의 결정에 의해 절판이 되었고, 2차 저작물인 애니메이션의 재방영, DVD판권 모두가 소멸되어 현재로서는 일러스트가 빠진 소설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캔디 캔디] 관련 미디어도 생산되지 않는 상태다.

ⓒ 水木杏子/ いがらしゆみこ/ 講談社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캔디 캔디]를 마음속 한 구석 추억으로 간직한 독자들에게 있어서 이 같은 추억은 정말 '추억'으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도 [캔디 캔디]의 주인공들은 실제하는 사람들로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옆에, 또는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어렸을 때 꿈꾸어오던 당신의 테리우스나 안소니는 아닐런지...



* [캔디 캔디]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水木杏子/ いがらしゆみこ/ 講談社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캔디 캔디 칼라 애장판 세트 - 전6권 - 10점
미즈키 쿄오코 글, 이가라시 유미코 그림/하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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