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 그것이 필자가 처음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를 접했을 때 느낀 그 감정이다. 사실 많은 독자들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중 [몬스터]나 [마스터 키튼]을 먼저 접했던 것에 반해 필자는 [20세기 소년]을, 그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다. '본격과학모험만화' 라는 다소 유치한 수식어를 떡하니 적어놓은 만행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1권의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그 책을 놓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그것도 일개 만화책 주제에 말이다.
ⓒ 小學館 (SHOGAKUKAN)/ ㈜학산문화사 All rights reserved.
만화계에서는 알아주는 스릴러의 거장답게 나오키의 스토리 라인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헐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박진감과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점점 증폭되는 미스테리의 흡입력은 웬만한 추리소설을 능가하고 있다.
락그룹 T-Rex의 명곡 '20th century boy'이 타이틀로 선택된 만큼 [20세기 소년]은 1970년대의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시절을 살았던 어린이들이 성장해서 겪는 뜻하지 않는 사건들은 모두 그들이 어렸을 때 꿈꾸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악몽으로 변한다. 일개 편의점 주인으로 일하는 켄지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모두 자신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되면서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켄지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정체불명의 '친구'라는 인물과 그의 추종자들의 대립구도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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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세기 소년]은 그동안 보여져왔던 소년만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피해간다. 정의가 승리하고 악은 몰락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마저도 [20세기 소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세계를 말살시키려는 친구의 음모에 맞선 켄지 일행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제 2막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작가는 정의의 주인공들을 전면 교체하는 초강수를 택하는데, 켄지의 조카인 칸나가 성장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를 띄게 되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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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끊임없이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스토리 텔링은 이미 일정한 경지를 넘어선것 같다. 다음권이 나오면 처음부터 전부 다시 복습을 해야 할 만큼 전후 에피소드간의 연관성이 높으며 여러 가지 복선의 활용도와 짜임새도 탄탄하다.
[20세기 소년]의 영화화에 대한 의욕을 밝혔던 봉준호 감독. 결국 판권이전의 불발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은 [괴물]의 일본 개봉당시 우라사와 나오키와 함께 찍은 사진.
다만, [20세기 소년]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후반부의 마무리다. 이는 [몬스터]에서도 제기되었던 문제로서 한 작품을 마무리 짓기 전에 다른 작품의 연재에 착수하는 작가의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특히나 [20세기 소년]의 경우는 22권으로 완결아닌 완결을 지은 상태에서 새로 [21세기 소년]이라는 '최종장'형식의 사족을 내놓아 부족한 결말에 대한 해답을 내놓고는 있으나, 초반부의 굉장한 서스펜스가 후반부에 이르러 다소 느슨해 졌다는 지적은 벗어날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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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20세기 소년]은 근래에 보기드문 수작임에 틀림없다. 특히나 필자처럼 1970년대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라면 과거를 회상하는 켄지 일행의 추억속 장면들에서 정서적으로도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대충 읽을 수 없는, 그리고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읽어야 할 만화로서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다.
P.S:
[20세기 소년]은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에 관심을 보인것으로도 알려졌는데, 드디어 2008년 개봉을 목표로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작중이다. 총 3부작으로 완성될 예정.
* [20세기 소년]의 모든 스틸 및 일러스트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小學館 (SHOGAKUKA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아울러 [20세기 소년]의 국내 판권은 ㈜학산문화사 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 참고: 20세기 소년 극장판(ⓒ Toho Company/ NTV. All rights reserved.), 봉준호-우라사와 나오키 대담(ⓒ PIA Corp. All rights reserved.)
20세기 소년 1 -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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