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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르느와르 특별 전시전을 보러 갔었다. 눈에 익숙한 '피아노 치는 소녀'나 '물랭 드 라 갈레트' 같은 걸작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경험은 분명 남다른 것이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가 어느 시절 어떤 환경에서 그 그림을 그리게 되었으며, 르느와르라는 화가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무엇을 계기로 인상주의 화가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는지 등등 배경지식없이 그런 전시회를 즐기러 왔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가 오페라 극장 합창단에서 뛰어난 노래실력을 자랑했던 소년이었고, 도자기 공장의 그림 견습생으로 시작해 산업혁명의 여파로 공장이 폐쇄되어 평생 기계를 증오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갔다면 그의 그림에서 뭔가 연관성을 발견해 낼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야사카 유코의 [101명의 화가]는 조금 독특한 서양 미술사 입문용 도서다. 미술학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라기 보단 101명의 화가들의 생애와 그들의 화풍, 대표작 등을 서머리 형식으로 요약한 만화책으로서 예외없이 2페이지 안에 각 화가의 일생을 동일한 포맷으로 정리해 놓았다. 부담없는 그림체에 2페이지를 꽉 메우는 풍부한 정보량을 자랑하는 이 책은 나같이 서양 미술에 빈약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단시간에 많은 사실들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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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큐레이터가 내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듯, 상세하고 친절하게 독자들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구성은 미술이나 화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든다. 특히나 작가들의 삶을 미술학적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삶과 에피소드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양념같은 요소다.
물론 한 사람의 일생을 어찌 2페이지에 다 담을 수 있겠는가. 제한된 지면에 가급적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담으려다보니 글씨체가 너무 작아진데다 빡빡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단점아닌 단점이다. 또한 연대기 순이 아닌 가나다 순으로 배치되어 있어 서양사의 연표에 따라 작가를 찾아보기에 다소 불편하다는 점도 미리 밝힌다.
어떤 의미로는 한 권의 만화책에 불과하지만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정리된 101명의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고나면 그래도 어디가서 일자무식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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