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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연작  No.5











여성 액션감독 캐슬린 비글로우

여성감독하면 의례 떠오르는 것이 드라마, 또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 정도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일 것이다. 실제 [빅]의 패니 마셜이나 [유브 갓 메일]의 노라 에프론 등은 헐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몇 안되는 지명도 있는 감독으로 꾸준히 활동중이다. 그런데 액션영화를 전문적으로 연출하는 여성감독이 있다면? '에이, 설마~'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 여기 웬만한 남자보다도 더 선굵은 액션영화만을 오랜세월 연출해 온 감독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캐슬린 비글로우. 한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부인이기도 했던 그녀는 여성특유의 섬세함 보다는 오히려 남성적인 스케일을 강조하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제이미 리 커티스가 주연한 [블루 스틸], 키애누 리브스의 [폭풍 속으로] 등이다. 영화만 봐서는 감독이 여성임을 전혀 짐작하기 힘든 작품들로서 필자도 무척 존경하는 여감독이다. 그녀가 [웨이트 오브 워터]라는 미스테리물 이후 다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 바로 [K-19]란 잠수함 영화인데, 중년의 명배우 해리슨 포드와 리암 니슨의 캐스팅만 봐도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존의 잠수함 영화와는 다른 색깔을 띄고 있다. 우선 스토리를 살펴보자.


이 사건은 실화다

미국과 소련진영으로 구분되는 냉전의 한창때인 1961년. 노련한 잠수함 함장 미카일 폴레닌(리암 니슨 분)은 당간부들 앞에서의 소신있는 행동으로 잠수함 함장직위를 박탈당한다. 미,소간의 군사력 경쟁이 극에 다른 이때, 소련에선 최초의 핵잠수함 K-19을 완성하는데, '과부제조기'라는 불길한 별명이 붙은 이 잠수함은 제작과정서부터 불길한 징후가 뒤따르고 많은 사람이 희생된 잠수함이었다. 이제 K-19의 성능실험을 위해 첫 출항의 임무가 주어지게 되고, 이 잠수함의 함장으로는 알렉시 보스트리코브(해리슨 포드 분)가, 그리고 부함장으로는 폴레닌이 임명된다. 출항직전까지도 군의관의 급사나, 원자로 관리장교의 갑작스런 교체 등으로 사건 사고가 빈번한 가운데 K-19은 해저로 출정을 떠난다.

선원들의 복지와 안전에 관심이 많고 채찍보다는 당근을 선호하는 폴레닌 부함장은 냉정하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작전을 수행하는 함장의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이 갈등은 미사일 발사실험을 위한 잠수에서 극에 달하는데, 함장은 K-19의 성능을 극한에 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를 위해 무리한 잠항을 계속한다. 테스트는 무사히 끝났지만, 이 사건으로 원자로 냉각기에 무리가 가게 된다.

ⓒ First Light Production./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냉각기의 고장으로 자칫 원자로가 폭발하면 핵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 위험한 상황에서, 이제 갈등양상을 보였던 함장과 부함장은 어떻게든 비극을 막아보고자 고전분투한다.  원자로의 폭발을 막기 위해선 냉각기의 구멍을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방사능에 오염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유출되는 냉각 시스템에 들어가 직접 용접을 시도하는 방법외엔 없었던 것이다. 결국 K-19의 승무원들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청춘을 희생하는 정신을 발휘하고, 세계는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K-19의 승무원들은 이 업적에 대한 어떠한 공로도 인정받지 못한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죽음과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냉전내내 비밀에 부쳐져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에 대해

앞서 소개한 영화들이 잠수함내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갈등과 외부로부터의 위협이라는 직접적인 충돌문제를 그려낸 것과는 달리 [K-19]에서는 어떠한 적도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대했던 잠수함간의 교전이나, 전투씬은 나오지 않는데 그럼에도 비글로우 감독은 충분한 스릴과 박력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사상은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구하려는 숭고한 희생정신과 남자다운 결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승무원들이 아무런 보호구도 없이 번갈아가며 원자로의 수리를 하고 나와 방사능 부작용으로 쓰러질 때면, 관객들은 뜨거워진 눈시울을 감출 수 없는 감동을 느낄 것이다. 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궁극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는 비글로우 감독의 또다른 역량이 발휘된 부분으로서 영화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 First Light Production./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럼에도 이 작품은 흥행에 있어서 참패하였는데, 미국만세주의의 헐리우드 영화와는 너무나도 반대되는 영화의 주제 때문인지, 북미쪽 관객들은 철저히 이 영화를 외면했다. 소련군을 소재로 그들의 영웅적인 실화를 영화화한다는 것 자체가 흥행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함장역의 해리슨 포드, 그리고 부함장역의 리암 니슨은 멋진연기와 더불어 서로에 대한 반목과 신뢰라는 표현하기 힘든 내면적 캐릭터를 잘 표현해 냈으며, 그밖의 사병들을 연기한 연기자들 역시 영화에서 충분한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 First Light Production./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만 잠수함 영화특유의 극적반전이라던가, 내부적 갈등이 극도로 자제되어 있는 점은 이 영화가 다분히 드라마적 성격을 띈 특이한 잠수함 영화이기에 기존의 영화들과는 차별성을 시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보는이에 따라선 후반부 진행에 있어서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인데,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미리 알고서 작품을 접한다면 이런 걱정은 안해도 좋을 것이다. 너무나도 멋진 여성감독 캐슬린 비글로우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사족. [인디아나 존스 3]에서 부자지간을 연기했던 숀 코네리와 해리슨 포드, 둘 다 소련군 잠수함의 함장역을 연기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기엔 재밌는 사실이 아닌지.



* [K-19]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First Light Production./ Paramount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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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네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봉당시 미국쪽 평론가한마디가 아직도 기억남니다.(제가 한때 프리미어지 무지하게 모았거든요)
    영화는 충분히 잘만들어진 영화다. 배우들도 충실히 연기했다. 그치만 이영화가 성공하지 못할거라는건 충분히 짐작할수있다. 그이유는 저런 감동적인 일을 만들어낸 인물이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기때문이다..란 식의 평이었는데.. 실제로도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들어서 아직도 기억하는 영화평론 중 하나입니다. 근데 님의 결론도 비슷하니... 헐리웃영화가 얼마만큼 그쪽을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것인지 알겠네요

    2007.07.10 08:4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K-19은 여성감독에 의해 저런 찡한 남자들의 세계를 그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데.. 단지 소련군이 주역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봉전부터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리슨 포드 주연의 <에어포스 원>이 유치찬란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 미국 내 관객들의 취향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죠.

      2007.07.10 10:22 신고
  2.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해리슨 포드의 경우는, 긴급명령, 패터리어트 게임에서 2번이나 주인공 잭 라이언역으로 출연하죠. 그런데 잭 라이언 시리즈의 최초작품이 숀 코네리가 주연을 맡은 붉은 10월호라는 우연도 있습니다.

    2007.09.02 04:17
  3.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잠수함 영화 중 하나입니다.
    U-571같은 엉터리(기술 면에서는 완벽하지만, 소재를 미국만세로 조작하는 면에서는 엉터리죠) 영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멋진 영화입니다.

    2007.12.28 22:43
  4. 고독검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그 동안 미국의 영웅주의에 한목했던 배우 '해리슨포드' 가 갑자기 소련의 영웅으로 돌변해서,
    배신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된것 아닐까? 하고도 생각이 듭니다.

    2010.01.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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