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연작 No.4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1999년- 한국영화사를 다시 쓴 획기적인 한해
1999년 여름, 당시 <쉬리>의 역사적인 흥행호조로 인해 고무된 한국 영화계는 그간의 제작관행을 뒤엎고 보다 많은 제작비와 스텝들의 고급화, 그리고 마케팅의 차별화 등 영화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 지금 소개할 <유령>도 그 흐름에 동참한 작품으로서 그 때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잠수함 영화를 한국에서 자체기술로 제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관심을 끌 만한 작품이었다.
또한 인기절정을 누리던 청춘스타 정우성과 액션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최민수의 투톱이라는 캐스팅역시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헐리우드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서 보여준 선내 상급자들간의 선상반란이라는 소재가 다분히 표절을 의심케하는 대목이긴 하였지만 어쨌든 잠수함 영화라면 수죽을 못쓰는 필자로선 정말이지 기대되는 영화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의 잠수함 영화 제 1호인 <유령>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스토리소개
제 14차 한미합동 훈련이 진행되는 한국 해역의 한 바다. 훈련 중 발생한 긴급 상황으로 인해 해군 장교 이찬석(정우성 분)은 자신의 상관이자 함장인 이태준을 사살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장래가 총망되던 엘리트였던 찬석은 사형을 선고받게되고 군 교도소의 처형장에서 총살형에 처해진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한 병실에서 눈을 뜬 찬석은 자신의 옆에 있는 한 장교가 있음을 발견한다. 자신을 202 (최민수 분)라는 번호로 소개한 그는 찬석의 주민등록증과 하나 뿐인 가족사진을 태우고는 병실을 떠난다.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조차 모르는 찬석은 병실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보던 중 놀랍게도 수면위에 정박중인 핵잠수함 한 척을 발견하게 된다. 이 어리둥절한 광경을 보고 있던 찬석의 옆에 어느샌가 202가 나타나 생명을 부지한 댓가로 잠수함 '유령'으로의 승선을 요구한다.
ⓒ Sidu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구, 우노필름)
이제 미사일 유닛 장교로 임명된 찬석은 부하인 432(설경구 분)와 함께 같은 유닛에 배치된다. 그러나 핵잠수함 '유령'의 존재는 일급기밀로서 한반도 핵무장에 반대하는 주변국들의 눈치를 의식한 군당국에 의해 철처히 베일에 가린 존재다. 말그대로 이미 신문이 모두 말소된 승무원들 모두와 비밀에 붙혀진 잠수함 모두가 '유령'인 셈이다.
출항전야, 만취한 상태로 무엇인가로 인해 괴로운듯한 함장의 모습에서 찬석은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이 비밀에 붙여진 가운데 '유령'이 출항하게 되고, 함장은 이번 작전의 구체적인 사항을 장교들에게 마저 극비에 붙인다. 함장은 찬석을 불러 자신의 유일무이한 권한인 핵 미사일 통제 열쇠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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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의 석연치 않은 행동들에 이상을 느낀 부함장 202는 결국 함장을 살해하여 잠수함의 통솔권을 장악한다. 실제로 유령은 군의 명령에 의해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승무원들과 함께 자폭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최종 목적이었던 것. 202는 찬석에게 함장을 살해해한 이유와 이번 작전의 목적을 말하고, 그도 자신의 편에 함께하자고 권하지만 찬석은 이에 격분하여 202와 정면으로 맞선다. 핵을 보유하고도 강대국의 눈치만 보는 한국 정부의 무능함에 치를 떠는 202는 자신들이 가진 핵미사일을 일본에 조준함으로서 군사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자고 재차 권하지만 미사일 유닛 장교인 찬석의 반대로 찬석이 숨긴 핵미사일 발사 열쇠를 찾기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찬석과 202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 일본측 잠수함이 유령측에 경고메세지를 보내오자 202는 일본측에 어뢰를 발사한다. 이제 한반도는 좋든 싫든 전쟁의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202의 광기를 막기 위해 독자적으로 유령에 장치된 폭탄을 하나하나 회수하는 찬석. 그는 202를 막아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해서 구하기 위해 유령을 자폭시키는 쪽을 택하는데....
한국영화의 기술력을 한단계 올린 작품
실제로 선상반란이라는 설정은 <크림슨 타이드>를 베낀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함장과 부함장, 부함장과 미사일 유닛 장교의 갈등이라는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군국주의적인 사상에 사로잡힌 극우주의자의 위험성을 말하려 하고있다. 이 면에 있어서 <유령>은 오히려 일본의 만화 <침묵의 함대>를 모방한 혐의가 짙은데, 정작 제작자 차승재는 이현세 원작의 <남벌>에서 착안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역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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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잠수함 영화라는 의의 외에도 제작진들은 이 작품에서 선보일 해저장면과 잠수함 교전 씬에서 물한방울 사용하지 않고 스모그만을 이용한 "Dry For Wet"이라는 헐리우드 첨단기술을 독자적으로 응용하여 한국영화의 기술적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헐리우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작업여건과 제작비로도 비교적 무난한 해저장면을 보여주어, 이 영화가 제작진들에 의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 졌는가를 세삼 엿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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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참여한 스탭도 지금보면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띄는데, 각본에 참여한 봉준호는 이후 <살인의 추억>,<괴물>을 감독함으로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성과 흥행력을 지닌 작품을 연출하게 된다. 또한 역시 각본에 참여하고 있는 장준환 역시 <지구를 지켜라>등으로 국내 컬트영화계의 새 장을 연 장본인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였다.
다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극우성향의 군국주의적사상은 이를 저지하는 찬석이라는 인물조차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등장인물 모두가 군에 의한 국력의 회복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특히나 군부의 지배역사를 겪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볼때 군사적 해결이라는 문제의식이 다시 고개를 내 비췄다는 점에서 무척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또한 열쇠를 찾기위해 산사람의 배를 마취없이 가른다는 끔찍한 설정또한 영화의 전개에 있어 지나치게 작위적이며 무리한 설정이었다는 지적도 간과하기 힘들다.
그러나 전반적인 영화적 완성도만을 놓고 볼때 <유령>은 국내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작품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같은 시기에 개봉된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것없다>에 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불운을 겪긴 했으나, 한국영화도 하면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기에는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는지? 앞으로 더 진일보 된 잠수함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 [유령]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idu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구, 우노필름)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침묵의 함대(ⓒ KODANSHA/ 서울문화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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